정세진 아나운서도, '고거전' PD도…KBS '명퇴' 후폭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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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간판 아나운서와 연출자들이 떠나면서 이들의 공백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KBS는 지난달 재정 및 경영 위기 극복 차원에서 특별명예퇴직 및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고, 특별명예퇴직자 73명, 희망퇴직자 14명 총 87명이 지난 2월 29일자로 면직처리됐다. 이들의 공백을 메우고, 새로운 인력을 배치하는 봄 개편도 지난 4일 이뤄진 가운데 베테랑들에 대한 그리움과 앞으로에 대한 우려가 동시에 흘러나오는 상황이다. 특별명예퇴직 신청은 20년 이상 근속 및 정년 잔여(2월 29일 기준) 1년 초과 직원이 대상이었으며, 신청자는 정년 잔여기간에 따라 최대 기본급 45개월분과 위로금 1억 원을 받을 수 있다. 희망퇴직의 자격은 1년 이상 근속자로, 신청자는 최대 기본급 6개월분과 위로금 최대 3000만원을 수령할 수 있다.
공백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부분은 각 프로그램의 얼굴로 활약했던 아나운서들이다. 특별명예퇴직자 명단에는 KBS 메인 뉴스인 '뉴스9' 메인 앵커로 오랫동안 활약하며 KBS의 간판으로 불리던 정세진 아나운서를 비롯해 KBS 1TV '국악한마당'을 진행해왔던 정은승 아나운서, KBS 1라디오 'KBS 뉴스월드', KBS 3라디오 '대한민국 인기가요' 등에 출연 중이던 김윤지 아나운서, '콘서트필' 등을 진행했던 김한별 아나운서 등 총 7명이 포함됐다.
각종 TV와 라디오 등 각종 프로그램에서 활약하는 아나운서들이 7명이나 한꺼번에 빠지면서 이들이 진행을 맡았던 프로그램들은 개편을 피할 수 없었다. 이와 더불어 제작비 절감을 위해 외부 진행자에서 아나운서로 교체하는 개편도 이뤄지면서 "부족한 내부 인력을 돌려막는다"는 우려도 나왔다. 일각에서는 전문성있는 진행자가 하차했다는 아쉬움도 나왔다. 대표적인 분야가 전문성이 바탕이 돼야 하는 KBS클래식FM이다.
KBS클래식FM은 국내 지상파 중 유일한 클래식 전문 채널이다. 국악, 가곡, 재즈 등이 24시간 흘러나와 마니아층이 탄탄하다. 지난해 TV 수신료 분리징수로 KBS가 비상경영을 선포했을 때 상업광고가 없는 KBS 클래식FM 폐지 가능성에 대한 소문도 돌았지만, 이번 봄 개편에서 3개 프로그램 진행자가 교체되는 선에서 마무리됐다. 매일 9시에 방송되는 '가정음악'의 진행자로는 신윤주 아나운서, 11시 'KBS 음악실'에는 윤수영 아나운서, 12시 '생생 클래식'엔 김진현 아나운서가 발탁됐다.
다만 일부 애청자들은 첼리스트 송영훈이 진행했던 '가정음악'을 비롯해 피아니스트 김주영이 진행하던 'KBS음악실' 등에서 전문 음악가들이 빠지고 아나운서로 대체된 것에 대해 "이전의 색을 구현할 수 있겠냐"는 우려도 보이고 있다. 실제로 'KBS음악실'의 경우 DJ인 김주영이 피아니스트인만큼 오프닝 때 직접 연주를 하고, 많은 연주자들이 나와 라이브를 선보이며 전문 음악인 방송의 매력을 보여줬지만, 이젠 생생한 오프닝 연주는 들을 수 없게 됐다. 한 애청자는 "새로운 프로그램도 듣다 보면 익숙해지지만, KBS클래식FM을 매일 듣는 청취자로서 이런 하차 소식은 더는 듣고 싶지 않다"면서 아쉬움을 숨기지 않았다. 또 다른 청취자 역시 "개편에서 진행자 뿐 아니라 담당 연출자, 작가 등도 교체됐다고 한다"며 "클래식의 경우 진행자와 제작진의 전문성도 무시할 수 없는 만큼 익숙해지기 전까진 어색함을 느낄 거 같다"고 말했다.
다만 KBS 측은 "KBS클래식FM 개편은 안정적이고 경쟁력 있는 채널 운영을 위해 일부 진행자를 교체한 것"이라며 "역량 있는 진행자들이 이끌어가는 국내 유일의 클래식 라디오 채널에 앞으로도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문제는 KBS 개편이 이게 끝이 아니라는 점이다. 특히 연출의 경우 메인을 맡기까지 수련 기간도 길고, 하나의 프로그램이 탄생하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만큼 베테랑들의 공백이 장기적으로 봤을 땐 KBS 프로그램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도 흘러나왔다. 이번 퇴사자 중 기자, PD 등 방송 직군은 52명으로 집계됐다. 이 중 KBS 2TV 대하드라마 '고려거란전쟁'에서 호평 받은 전쟁 장면을 도맡아 연출했던 김한솔 PD도 포함됐다. 김한솔 PD는 시사교양 PD로 2004년 입사해 2015년 KBS 1TV '임진왜란 1592'로 사극 연출에 도전해 한국방송촬영감독연합회 그리메상 연출상, 제44회 한국방송대상 대상, 뉴욕 TV&필름 페스티벌 작품상 금상 등을 수상했다.
'성균관스캔들',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 '열아홉 순정' 등의 작품을 연출한 황인혁 PD도 KBS를 떠난다. 황인혁 PD 역시 탄탄한 연출 능력을 인정받으며 다수의 히트작을 선보인 만큼 "인력 유출"이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들 외에도 '난 네게 반했어', '매리는 외박중' 김영균 PD, '오 마이 금비' 안준용 PD, '태종 이방원' 심재현 PD, '연모', '현재는 아름다워' 이현석 PD 등도 퇴사했다.
한 관계자는 "최근엔 메인 연출자로 데뷔하기까지 기간이 짧아지긴 했지만, 한 편의 프로그램을 이끌어가기 위해서는 10년 가까운 시간이 필요하다"며 "이미 많은 사람들이 나갔고, 이번에도 인력들이 대거 이탈하는 건 타격이 될 수 밖에 없다"고 전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KBS는 지난달 재정 및 경영 위기 극복 차원에서 특별명예퇴직 및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고, 특별명예퇴직자 73명, 희망퇴직자 14명 총 87명이 지난 2월 29일자로 면직처리됐다. 이들의 공백을 메우고, 새로운 인력을 배치하는 봄 개편도 지난 4일 이뤄진 가운데 베테랑들에 대한 그리움과 앞으로에 대한 우려가 동시에 흘러나오는 상황이다. 특별명예퇴직 신청은 20년 이상 근속 및 정년 잔여(2월 29일 기준) 1년 초과 직원이 대상이었으며, 신청자는 정년 잔여기간에 따라 최대 기본급 45개월분과 위로금 1억 원을 받을 수 있다. 희망퇴직의 자격은 1년 이상 근속자로, 신청자는 최대 기본급 6개월분과 위로금 최대 3000만원을 수령할 수 있다.
공백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부분은 각 프로그램의 얼굴로 활약했던 아나운서들이다. 특별명예퇴직자 명단에는 KBS 메인 뉴스인 '뉴스9' 메인 앵커로 오랫동안 활약하며 KBS의 간판으로 불리던 정세진 아나운서를 비롯해 KBS 1TV '국악한마당'을 진행해왔던 정은승 아나운서, KBS 1라디오 'KBS 뉴스월드', KBS 3라디오 '대한민국 인기가요' 등에 출연 중이던 김윤지 아나운서, '콘서트필' 등을 진행했던 김한별 아나운서 등 총 7명이 포함됐다.
각종 TV와 라디오 등 각종 프로그램에서 활약하는 아나운서들이 7명이나 한꺼번에 빠지면서 이들이 진행을 맡았던 프로그램들은 개편을 피할 수 없었다. 이와 더불어 제작비 절감을 위해 외부 진행자에서 아나운서로 교체하는 개편도 이뤄지면서 "부족한 내부 인력을 돌려막는다"는 우려도 나왔다. 일각에서는 전문성있는 진행자가 하차했다는 아쉬움도 나왔다. 대표적인 분야가 전문성이 바탕이 돼야 하는 KBS클래식FM이다.
KBS클래식FM은 국내 지상파 중 유일한 클래식 전문 채널이다. 국악, 가곡, 재즈 등이 24시간 흘러나와 마니아층이 탄탄하다. 지난해 TV 수신료 분리징수로 KBS가 비상경영을 선포했을 때 상업광고가 없는 KBS 클래식FM 폐지 가능성에 대한 소문도 돌았지만, 이번 봄 개편에서 3개 프로그램 진행자가 교체되는 선에서 마무리됐다. 매일 9시에 방송되는 '가정음악'의 진행자로는 신윤주 아나운서, 11시 'KBS 음악실'에는 윤수영 아나운서, 12시 '생생 클래식'엔 김진현 아나운서가 발탁됐다.
다만 일부 애청자들은 첼리스트 송영훈이 진행했던 '가정음악'을 비롯해 피아니스트 김주영이 진행하던 'KBS음악실' 등에서 전문 음악가들이 빠지고 아나운서로 대체된 것에 대해 "이전의 색을 구현할 수 있겠냐"는 우려도 보이고 있다. 실제로 'KBS음악실'의 경우 DJ인 김주영이 피아니스트인만큼 오프닝 때 직접 연주를 하고, 많은 연주자들이 나와 라이브를 선보이며 전문 음악인 방송의 매력을 보여줬지만, 이젠 생생한 오프닝 연주는 들을 수 없게 됐다. 한 애청자는 "새로운 프로그램도 듣다 보면 익숙해지지만, KBS클래식FM을 매일 듣는 청취자로서 이런 하차 소식은 더는 듣고 싶지 않다"면서 아쉬움을 숨기지 않았다. 또 다른 청취자 역시 "개편에서 진행자 뿐 아니라 담당 연출자, 작가 등도 교체됐다고 한다"며 "클래식의 경우 진행자와 제작진의 전문성도 무시할 수 없는 만큼 익숙해지기 전까진 어색함을 느낄 거 같다"고 말했다.
다만 KBS 측은 "KBS클래식FM 개편은 안정적이고 경쟁력 있는 채널 운영을 위해 일부 진행자를 교체한 것"이라며 "역량 있는 진행자들이 이끌어가는 국내 유일의 클래식 라디오 채널에 앞으로도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문제는 KBS 개편이 이게 끝이 아니라는 점이다. 특히 연출의 경우 메인을 맡기까지 수련 기간도 길고, 하나의 프로그램이 탄생하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만큼 베테랑들의 공백이 장기적으로 봤을 땐 KBS 프로그램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도 흘러나왔다. 이번 퇴사자 중 기자, PD 등 방송 직군은 52명으로 집계됐다. 이 중 KBS 2TV 대하드라마 '고려거란전쟁'에서 호평 받은 전쟁 장면을 도맡아 연출했던 김한솔 PD도 포함됐다. 김한솔 PD는 시사교양 PD로 2004년 입사해 2015년 KBS 1TV '임진왜란 1592'로 사극 연출에 도전해 한국방송촬영감독연합회 그리메상 연출상, 제44회 한국방송대상 대상, 뉴욕 TV&필름 페스티벌 작품상 금상 등을 수상했다.
'성균관스캔들',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 '열아홉 순정' 등의 작품을 연출한 황인혁 PD도 KBS를 떠난다. 황인혁 PD 역시 탄탄한 연출 능력을 인정받으며 다수의 히트작을 선보인 만큼 "인력 유출"이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들 외에도 '난 네게 반했어', '매리는 외박중' 김영균 PD, '오 마이 금비' 안준용 PD, '태종 이방원' 심재현 PD, '연모', '현재는 아름다워' 이현석 PD 등도 퇴사했다.
한 관계자는 "최근엔 메인 연출자로 데뷔하기까지 기간이 짧아지긴 했지만, 한 편의 프로그램을 이끌어가기 위해서는 10년 가까운 시간이 필요하다"며 "이미 많은 사람들이 나갔고, 이번에도 인력들이 대거 이탈하는 건 타격이 될 수 밖에 없다"고 전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