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첨 기쁨도 잠시 '○○아파트 2차'…"이런 황당한 일이" [집코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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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2차, 3차…왜 아파트를 나눠서 분양할까
▶전형진 기자
아파트에 당첨돼서 내집마련에 기뻐한 것도 잠시. 한두 달 뒤에 바로 옆에서, 조금 더 좋은 자리에서 '○○아파트 2차'라며 똑같은 아파트가 분양하는 황당한 경험을 한 분들 계시죠. 이 같은 일이 일어나는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①원래부터 나눠진 블록이었거나 ②사업자가 두 번에 걸쳐 공고를 내는 경우.
사업자 입장에선 어떨까요. 어차피 둘 다 내 땅이라면 여러 가지 시나리오를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비교적 상품성이 좋은 단지를 먼저 분양한다면 후속 단지의 경쟁률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반대로 상품성이 좋은 단지를 나중에 분양한다면 '지난번보다 좋은 아파트가 나왔다'는 반응을 얻을 수도 있죠. 중요한 건 한 장의 카드가 더 남았다는 사실을 최대한 알리지 않는 것입니다. 소비자들에겐 대안이 생기니까요.
그래서 자신이 관심을 갖고 있는 단지의 옆 땅이 그냥 빈땅인지, 누가 건물을 지으려 하는지 파악해둘 필요가 있습니다. 지자체나 지역 개발공사 홈페이지 등에서 사업승인 내역을 조회해볼 수 있습니다. 신도시나 도시개발구역에서 이 같은 사례가 흔하고, 교회의 자투리땅 개발도 마찬가지입니다. '최최종파이널디엔드2.pptx'처럼 계속 버전업이 되는 것이죠.
이렇게 청약이 진행되면 모든 블록의 경쟁률에 허수가 생기겠죠. 분양권 전매제한이 자유로운 지역들에선 이 같은 방식으로 투자수요를 유도하곤 합니다. 수분양자가 직접 살든말든 사업자 입장에선 일단 파는 게 중요하니까요. 초기 계약률이 높아야 중도금대출이 실행되고, 그래야 사업자들도 돈을 받아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막을 수 있는 구조입니다.
예컨대 1000가구짜리 아파트를 한꺼번에 분양해서 1000명이 청약한다면 경쟁률은 1대1에 그칩니다. 이 가운데 계약은 더 낮은 비율이죠. 그런데 일단 절반인 500가구만 분양해서 1000명의 청약수요를 끌어온다면 경쟁률은 2대1로 달라집니다. 당첨자들이 느끼는 온도 또한 달라지겠죠. 후속 500가구를 분양할 때도 '선방한 단지'의 분위기를 이어갈 수 있습니다.
다소 복잡한 이야기였지만 아파트에 청약하기 전 이 같은 점을 살펴보시고, 가려진 대안들을 잘 검토해보시기 바랍니다. 부동산시장은 정보비대칭성이 굉장히 강하다는 점도 유념하시기 바랍니다.
기획·진행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
촬영 이예주·이문규 PD 디자인 이지영·박하영
편집 이문규 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