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성!대!법! 영어로 뭐예요? 미국서 中무협영화를 보면 생기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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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e] 서진석의 아트 앤 더 시티90년대 초반, 중국의 무협영화들이 미국에 소개될 때였다. (이소룡의 무술영화는 이미 7-80년대 서구에서 큰 인기를 누렸지만, 내가 얘기하는 무협영화는 서극 감독의 '촉산' 이후 무림고수들이 하늘을 날아다니기 시작한 2세대 무협영화를 지칭한다.)
당시 나는 미국 유학 중이었고 내가 다니던 학교 영화관에서는 'Chinese martial arts film' 주간으로 그 유명한 '동방불패(東方不敗)', '신용문객잔(新龍門客棧)', '소오강호(笑傲江湖)' 등을 상영하고 있었다. 나는 이런 무협영화를 한국에서 수없이 관람했지만, 미국 아이들의 반응이 궁금해 영화관을 찾았다. 영화가 상영되자 미국 관람객들이 웃는다. 처음에는 의아해했지만, 영화의 자막을 보는 순간 나 또한 웃음이 난다.무림의 고수가 "흡성대법"을 외치자, 영어로 된 자막은- "special technic for energy suction."- 내 기억으론 아마 이 비슷한 영어가 나왔다. "강호의 고수들이 규화보전을 쟁취하고 무공을 연마하여 천하를 얻는다." 도대체 이 말을 어떻게 영어로 번역해야 하나? 영화 상영 내내 번역의 오류는 계속된다. "마교의 십장로, 사검법 보다 뛰어난 검법, 화산파 전장문이었던 풍청양의 독고구검, 천지의 기와 운을 깨우친 자의 비공술." 나 또한 '강호'란 한 단어조차 영어로 설명하기 힘들었다. Battle field는 당근 아닐 것이고.
위의 말들이 뜻 문자(표의어)인 한자문화권의 동양인들은 몸과 마음으로 이해되지만 (So Cool~~), 소리 문자권(표음어)의 서양인들이 이해하려면 많은 설명이 필요할 것이다.
언어의 세계와 세상의 세계가 일치한다고 생각했던 언어철학자 비트겐슈타인은 언어가 세상을 그려낸다는 '그림언어' 이론을 제시했다. 언어는 인간 내면의 정체성과 본질을 대변한다는 것이다.
동양과 서양의 관계는 차이가 아니라 ‘다름’이다. 그러나 서양에 의해 강압적 근대화를 이루었던 우리는 스스로 그 위계적 차이를 용인하고 순응하였던 것은 아니었을까? 동서양의 문화는 다르다. 서양은 이원론을 바탕으로 하는 타력본원이었지만 동양은 합일론을 바탕으로 하는 자력본원이었다. 슈퍼맨, 스파이더맨, 아이언맨은 크립톤 행성 외계인이거나 방사능 거미에게 물렸거나 기계의 힘을 빌려서 초인이 된다. 그러나 동양의 초능력자들은 스스로 수행하고 깨우쳐서 평범한 인간에서 초인으로 거듭난다.
세계는 지금, 문화 중심의 다변화로 지형도가 바뀌고 있다. 요즘의 디지털 세대들은 과거 세대의 문화위계 콤플렉스에서 벗어나 우리의 주체적 문화를 창출하고 선도하기 시작했다. 현대미술계에서도 2000년도부터 아시아성이라는 담론이 유행처럼 급부상하며 그와 관련된 수많은 전시와 포럼이 개최되고 있다.
모 사회학자는 한국학을 시대적 관점으로 수입학, 비판학, 자립학, 창조학 4단계로 정리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이는 서구 사상과 문물의 압력과 영향, 그것에 대한 비판과 대안, 그리고 우리의 주체성과 정체성의 재확립, 이후 모두를 넘어선 창조적 시각과 담론 제시를 말하는 것이다.동시대 아시아에서 경제와 문화 분야는 놀라울 정도로 급부상하고 있다. 또한 한국의 문화는 ‘한류’라는 명칭 아래 지금 전 세계를 리드하고 있다. 그러나 필자는 우리의 한류가 ‘모방성을 수반한 글로벌 창조성’에서 ‘주체성을 수반한 글로벌 창조성’으로 다시금 재도약할 필요성이 있다고 느낀다. 한국의 문화가 전 세계 중심의 당당한 한 축으로써,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오랫동안 발전해 나아가기를 바라는 작은 소망에서 말이다. 서진석 부산시립미술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