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소비자들의 내연기관 차량 구입이 급격히 줄어들면서 자동차를 생산하지 않은 이른바 '좀비 공장'이 앞으로 수백개 쏟아져 나올 예정이라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14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했다. 한국의 현대자동차는 지난 2017년 중국 남서부 도시 충칭에 내연기관 자동차 생산공장을 설립했다.
연간 30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규모로, 11억 5천만 달러(약 1조 5천289억원)가 투입됐다.
하지만 6년이 지난 지난해 12월 현대차는 이 공장을 투자 금액의 4분의 1도 못 건진 가격으로 현지 업체에 매각해야 했다. 중국 소비자들이 내연기관 차량 대신 전기차로 빠르게 전환했기 때문이다.
전북 자동차융합기술원의 이항구 원장은 "충칭 공장은 계속 적자를 냈으며 중국 자동차 시장은 공급 과잉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아무도 이 공장을 높은 가격에 사려고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자동차 판매와 생산, 수출에서 세계 최대규모인 중국 시장에서 향후 10년간 현대차 충칭공장 같은 사례가 수백개 나올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상하이 컨설팅업체 오토모빌리티에 따르면 2023년 중국의 내연기관 자동차 생산량은 1천770만 대로, 이전 최고치였던 2017년 대비 37% 감소했을 것으로 보인다.
크라이슬러 중국법인 대표를 지낸 오토모빌리티 빌 루소 설립자는 내연기관 차량 판매의 '급격한 감소'는 업계 생산 용량 연간 5천만대 가운데 절반은 쓰지 않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일부 공장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량이나 순수 전기차 공장으로 용도가 변경되기도 하지만, 나머지 공장은 더 이상 자동차를 생산하지 않는 폐공장으로 남게 된다. 이 경우 업체들은 "공장을 그냥 방치하거나, 아니면 차량을 생산해 러시아나 멕시코로 수출"하는 방안을 택하게 된다.
현대차의 충칭 공장 철수는 차량 판매 부진 때문이다.
현대차와 기아의 중국 내 자동차 판매량은 2016년 약 180만 대였으나 지난해 31만 대로 급감했다.
중국 시장에서 벌어지는 치열한 가격 전쟁은 저가 전기차나 하이브리드 모델을 제때 내놓지 못해 비야디와 테슬라에 시장을 많이 빼앗긴 도요타, 폭스바겐, GM 등에도 압박이 되고 있다.
최근까지 해외 자동차업체는 중국 내 파트너와 합작으로만 중국 시장에 진출할 수 있었는데, 이런 합작 회사 16개 가운데 공장가동률이 50% 이상인 곳은 5곳에 불과했으며, 30% 미만인 곳이 8곳에 달했다.
외국 업체들도 중국 공장에서 만든 물량을 수출하기 위해 노력 중이지만 이 물량이 다른 시장에 있는 공장에 부담을 줄 것을 우려하기도 한다.
중국에 진출한 해외업체 중 가장 매출이 많은 독일 폭스바겐은 내연기관 차도 여전히 수익성이 있다고 밝혔다.
폭스바겐 측은 "중국의 자동차 보급률은 아직 매우 낮다. 주민 1천명당 185대로, 미국의 800대, 독일 약 580대에 비해 훨씬 적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