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 때문에 출석 어렵다"…법원, 사상 첫 농번기 휴정

사진=연합뉴스
법원이 사상 처음으로 농번기 휴정에 들어간다. 법정에 출석하기 어렵다는 지역 주민들의 애로사항을 해결하기 위해서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방법원·수원가정법원 여주지원(지원장 이현복)은 오는 5월 13일부터 24일까지 총 12일간 농번기 휴정 제도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여주지원은 수원지방법원이 관할하는 사건 중에서 경기도 여주시, 양평군, 이천시를 관할하는 사건을 맡고 있다. 여주지원 관계자는 “쌀 산업 특구로 지정된 여주시의 지역 특성상 농번기 기간에 생업을 이유로 재판을 준비하거나 법정에 출석하기 어렵다는 주민들의 고충이 많다”고 말했다.휴정기간 동안에는 피고인이 구속된 형사사건을 제외한 모든 사건에 대해 재판을 진행하지 않거나 증인 등을 소환하지 않는다. 다만 양 당사자가 변호사를 선임한 사건, 신속한 처리를 요하거나 당사자 본인이 재판 진행을 원하는 등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이 기간에도 재판을 진행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불필요한 제도라는 지적도 나온다. 재판 기일을 지정하거나 변경하는 게 어렵지 않은 법원 특성상 휴정까지 할 사안은 아니라는 것이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생업으로 인한 문제는 출석이나 재판기일을 미루면 되지 않냐”며 “굳이 농번기 휴정 제도가 필요한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대법원은 재판 지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지난 7일 충북 제천시 포레스트 리솜에서 진행된 전국 법원장 간담회에서는 법원행정처장 및 각급 법원 법원장 등 총 42명이 재판 지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기도 했다. 이날 모인 전국 법원장들은 재판 지연 해소를 위한 법관 정원 확대 방안에 대해 집중적으로 토의한 것으로 알려졌다.최근 조희대 대법원장은 “재판 지연 문제가 지속되면 해당 사건에 법원장이 직접 사건을 맡아 신속하게 처리하라”고 일선 법원에 지시를 내린 것으로 전해진다. 각급 법원에서는 일 처리가 늦어지면 법원장이 직접 판결에 투입되는 불상사를 막기 위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고 있다는 후문도 돌고 있다. 지금까지 배석판사가 교체되고 법원장이 투입된 경우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