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용, 숙원 풀었다…E1, 1조원 투자해 LNG발전 진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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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에너지 기업 도약 발판구자용 E1 회장은 수년간 액화천연가스(LNG) 시장 진출을 염원했다. 액화석유가스(LPG) 유통 사업자라는 한계를 벗어나기 위해서다. 종합 에너지 기업으로 성장하려면 발전 사업에 발을 들여놔야 했다. 탈탄소 에너지 시대로 넘어가기 위한 ‘가교 에너지’로 평가되는 LNG 발전에서 경험을 쌓으면 수소, 암모니아 등 무탄소 에너지로의 도약도 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E1이 평택, 김천, 전북 등 LNG발전소 세 곳을 약 1조원에 인수하기로 한 것은 이 같은 배경에서다.
E1 컨소시엄 우선협상자에 선정
평택·김천·전북 3곳 운영권 얻어
LPG 수요 정체에 새 돌파구 모색
에너지 유통에서 발전 사업자로
수소·암모니아 등으로 확장 노려
○구자용의 ‘승부수’
15일 투자은행(IB) 및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E1은 칼리스타캐피털, 메리츠증권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하나증권이 매물로 내놓은 LNG발전소 3곳 인수를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E1의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해 발전소 운영을 맡을 예정이다. E1의 지분율은 공개되지 않았다. E1 컨소시엄은 다음달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한 뒤 상반기 내 거래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3개 발전소의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연간 1500억원가량이다. 이에 근거해 인수 대금은 약 1조원 선에서 협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E1은 예전에도 LNG 발전 시장에 여러 차례 뛰어들었다. 지난해 한국동서발전 등이 소유한 여수 LNG발전소를 인수하기 위해 협상에 나섰지만 가격 조건이 맞지 않아 불발됐다. LNG 발전 사업은 정부 허가 사업으로 신규 허가가 잘 나오지 않는다. E1은 이번에도 놓치면 사업 전환의 기회를 놓칠 수 있다고 판단해 기존 사업장을 인수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LNG는 가스전에서 추출한 천연가스를 저온으로 냉각해 액화한 에너지다. 부피가 커 가스통으로 운반하는 LPG와 달리 LNG는 저장과 운반이 편리해 발전소에 주로 쓰인다. 국내 LNG 수요의 절반가량이 발전용으로 이용된다.
○종합 에너지 기업으로
E1이 발전 사업에 뛰어든 것은 LPG 유통이 한계에 봉착해서다. E1은 시장 점유율 34%를 차지하는 국내 2위 LPG 유통회사다. 국내 LPG 수요는 2019년 1036만t에서 2022년 1116만t으로 박스권에 갇혀 있다. 원유를 증류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가스를 액화한 LPG는 가정용으로 18%, 석유화학 제조공장에 48%, LPG 택시 등 운송 수단에 23%가량 쓰인다. 최근 하이브리드카가 인기를 얻으며 LPG 차량 구매도 줄고 있다.LPG 유통 1위사인 SK가스가 LNG 발전 시장에 먼저 진출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1조4000억원을 투자한 울산 LPG·LNG 겸용 발전소를 오는 9월부터 가동할 계획이다. E1은 이번 발전소 인수를 계기로 종합 에너지 기업으로의 도약이라는 로드맵을 이행할 수 있게 됐다.E1은 LPG, LNG를 기반으로 수소, 암모니아 사업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E1은 지난해 캐나다 청정 암모니아 사업에 1000만캐나다달러(약 96억원)를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2028년부터 100만t 규모의 블루 암모니아를 도입한다는 목표다. 암모니아는 수소를 운반하는 매개체로 쓰인다.
신재생에너지 발전으로도 사업 영역을 다각화하고 있다. 2020년 강원 정선에 태양광발전 단지를 조성한 것을 시작으로 육상 및 해상 풍력발전, 연료전지 발전 등에 뛰어들었다. LNG 발전 등 신사업이 본격화하면 지난해 7조7871억원이었던 매출 규모도 확 커질 것으로 관측된다.
류병화/김형규 기자 hwahw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