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푸틴 찍으러 왔다"…투명한 대선 투표함에 '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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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4 크기 투표용지엔 후보 4명 약력…대부분 펼친 채 집어넣어
푸틴 약력은 '1952년 러 출생, 모스크바 거주, 러 연방 대통령, 무소속' 러시아 대통령 선거가 시작한 15일(현지시간) 오전 모스크바 북부의 한 학교에 마련된 투표소엔 유권자의 발길이 이어졌다. 이 학교 후문에는 대선 기간인 이날부터 17일까지 사흘은 정문만 개방한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학교 안과 주변에는 경찰들이 배치돼 주변을 살피고 있었다.
투표 첫날인 데다 평일 오전이라 직장인이 출근한 시간이어선지 주로 노인과 어린아이를 데리고 온 여성들이 보였다. 러시아는 금요일인 이날을 임시 휴일로 지정하지는 않았다.
투표를 마친 뒤 손을 잡고 학교 밖으로 나온 70대 노부부는 이름을 밝히긴 거부하면서도 "당연히 푸틴을 찍었다"고 당당한 목소리로 말했다.
4명의 대선 후보 중 무소속으로 출마한 현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 한 표를 행사했다는 것이다. 노부부 중 아내는 미하일 고르바초프, 보리스 옐친 등 과거 러시아 지도자와 푸틴 대통령을 비교하면서 "그들은 나라를 망쳤지만 푸틴은 민족을 위해 일한다"며 "푸틴은 누구보다도 최고"라고 강조했다.
이어 "푸틴밖에 없다.
다음에도 선거한다면 또 푸틴을 뽑을 것"이라며 주먹을 불끈 쥐며 큰 소리로 말했다. 혼자 투표하러 온 80대 남성도 "푸틴을 선택했다"고 했다.
그는 "아내는 몸이 아파 집에서 투표한다"며 "아내도 푸틴을 지지한다.
공무원으로 일했기 때문에 그를 신뢰하고 있다"고 말했다.
거동이 불편한 사람은 거소투표를 미리 신청하면 선거관리위원회 직원이 투표용지와 투표함을 들고 집에 방문한다.
컴퓨터와 스마트폰 등을 이용해 온라인으로 투표할 수도 있다.
이번 대선에서 누가 당선될지는 러시아 유권자뿐 아니라 전세계 모두가 알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푸틴 대통령의 5선 성공은 '기정사실'이고 궁금한 것은 투표율과 득표율이다.
러시아연방공산당의 니콜라이 하리토노프, 새로운사람들당의 블라디슬라프 다반코프, 러시아 자유민주당(LDPR)의 레오니트 슬루츠키 등 다른 후보 3명은 푸틴 대통령의 경쟁 상대가 되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는다.
푸틴 대통령은 특히 1990년대 소련 붕괴 전후 혼돈의 시기를 겪은 노년층의 견고한 지지를 받고 있다. 러시아가 통제 중인 우크라이나 도네츠크 등 '새 영토' 지역에서 시행한 사전투표에서는 내부가 들여다보이는 투명한 투표함이 등장해 논란이 됐다.
특별군사작전에 참전 중인 군인들은 투표용지를 접지도 않고 투명 투표함에 넣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이날 언론에 공개된 모스크바 등 각 지역 투표소 내부 모습과 모스크바 시민들의 전언에 따르면 새 영토뿐 아니라 러시아 내에서도 투표함은 투명하거나 반투명하고 유권자 대부분은 투표용지를 펼쳐서 넣고 있다.
A4 크기만 한 투표용지에는 후보 4명의 이름과 생년, 현재 직업, 경력 등이 적혀 있다.
푸틴 대통령에 대한 설명은 '1952년 러시아에서 출생, 모스크바에 거주, 현 러시아연방 대통령, 무소속'으로 가장 간략하다. 이날 투표한 20대 모스크바 시민 예브게니아는 "투표함은 투명했지만 내가 투표용지를 넣을 때 주의 깊게 쳐다보는 사람은 없었다"고 말했다.
또 투표용지를 어떻게 넣으라는 지침이나 안내는 따로 없었고 투표함 속의 투표용지는 거의 펼쳐져 있었다고 전했다.
그 역시 "다른 후보들은 잘 몰라 푸틴을 찍었다"고 말했다.
투표소는 사흘간 매일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 열리기 때문에 직장인 등 젊은 층은 주말에 주로 나올 것으로 보인다.
푸틴 대통령의 당락엔 관계없지만 그에 대한 반대의 표시로 '17일 정오 투표소 시위'도 예고됐다.
지난달 시베리아 교도소에서 갑자기 숨진 반정부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가 추진했던 시위 방법이다.
생전에 나발니는 "푸틴에게 반대한다면 정오에 투표소에서 줄을 서자"며 "이것은 완전히 합법적이고 안전한 정치적 행동"이라고 제안한 바 있다.
나발니의 아내 율리아 나발나야와 동료들은 투표 마지막 날인 17일 정오에 투표소에 나올 것을 촉구하고 있다. 지난 1일 나발니 장례식이 열린 모스크바 남동부 교회 앞에서 만난 30대 부부 아르툠과 마리아나는 "재택근무를 해서 시간이 자유롭지만 17일 정오에 투표하러 갈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푸틴 약력은 '1952년 러 출생, 모스크바 거주, 러 연방 대통령, 무소속' 러시아 대통령 선거가 시작한 15일(현지시간) 오전 모스크바 북부의 한 학교에 마련된 투표소엔 유권자의 발길이 이어졌다. 이 학교 후문에는 대선 기간인 이날부터 17일까지 사흘은 정문만 개방한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학교 안과 주변에는 경찰들이 배치돼 주변을 살피고 있었다.
투표 첫날인 데다 평일 오전이라 직장인이 출근한 시간이어선지 주로 노인과 어린아이를 데리고 온 여성들이 보였다. 러시아는 금요일인 이날을 임시 휴일로 지정하지는 않았다.
투표를 마친 뒤 손을 잡고 학교 밖으로 나온 70대 노부부는 이름을 밝히긴 거부하면서도 "당연히 푸틴을 찍었다"고 당당한 목소리로 말했다.
4명의 대선 후보 중 무소속으로 출마한 현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 한 표를 행사했다는 것이다. 노부부 중 아내는 미하일 고르바초프, 보리스 옐친 등 과거 러시아 지도자와 푸틴 대통령을 비교하면서 "그들은 나라를 망쳤지만 푸틴은 민족을 위해 일한다"며 "푸틴은 누구보다도 최고"라고 강조했다.
이어 "푸틴밖에 없다.
다음에도 선거한다면 또 푸틴을 뽑을 것"이라며 주먹을 불끈 쥐며 큰 소리로 말했다. 혼자 투표하러 온 80대 남성도 "푸틴을 선택했다"고 했다.
그는 "아내는 몸이 아파 집에서 투표한다"며 "아내도 푸틴을 지지한다.
공무원으로 일했기 때문에 그를 신뢰하고 있다"고 말했다.
거동이 불편한 사람은 거소투표를 미리 신청하면 선거관리위원회 직원이 투표용지와 투표함을 들고 집에 방문한다.
컴퓨터와 스마트폰 등을 이용해 온라인으로 투표할 수도 있다.
이번 대선에서 누가 당선될지는 러시아 유권자뿐 아니라 전세계 모두가 알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푸틴 대통령의 5선 성공은 '기정사실'이고 궁금한 것은 투표율과 득표율이다.
러시아연방공산당의 니콜라이 하리토노프, 새로운사람들당의 블라디슬라프 다반코프, 러시아 자유민주당(LDPR)의 레오니트 슬루츠키 등 다른 후보 3명은 푸틴 대통령의 경쟁 상대가 되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는다.
푸틴 대통령은 특히 1990년대 소련 붕괴 전후 혼돈의 시기를 겪은 노년층의 견고한 지지를 받고 있다. 러시아가 통제 중인 우크라이나 도네츠크 등 '새 영토' 지역에서 시행한 사전투표에서는 내부가 들여다보이는 투명한 투표함이 등장해 논란이 됐다.
특별군사작전에 참전 중인 군인들은 투표용지를 접지도 않고 투명 투표함에 넣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이날 언론에 공개된 모스크바 등 각 지역 투표소 내부 모습과 모스크바 시민들의 전언에 따르면 새 영토뿐 아니라 러시아 내에서도 투표함은 투명하거나 반투명하고 유권자 대부분은 투표용지를 펼쳐서 넣고 있다.
A4 크기만 한 투표용지에는 후보 4명의 이름과 생년, 현재 직업, 경력 등이 적혀 있다.
푸틴 대통령에 대한 설명은 '1952년 러시아에서 출생, 모스크바에 거주, 현 러시아연방 대통령, 무소속'으로 가장 간략하다. 이날 투표한 20대 모스크바 시민 예브게니아는 "투표함은 투명했지만 내가 투표용지를 넣을 때 주의 깊게 쳐다보는 사람은 없었다"고 말했다.
또 투표용지를 어떻게 넣으라는 지침이나 안내는 따로 없었고 투표함 속의 투표용지는 거의 펼쳐져 있었다고 전했다.
그 역시 "다른 후보들은 잘 몰라 푸틴을 찍었다"고 말했다.
투표소는 사흘간 매일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 열리기 때문에 직장인 등 젊은 층은 주말에 주로 나올 것으로 보인다.
푸틴 대통령의 당락엔 관계없지만 그에 대한 반대의 표시로 '17일 정오 투표소 시위'도 예고됐다.
지난달 시베리아 교도소에서 갑자기 숨진 반정부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가 추진했던 시위 방법이다.
생전에 나발니는 "푸틴에게 반대한다면 정오에 투표소에서 줄을 서자"며 "이것은 완전히 합법적이고 안전한 정치적 행동"이라고 제안한 바 있다.
나발니의 아내 율리아 나발나야와 동료들은 투표 마지막 날인 17일 정오에 투표소에 나올 것을 촉구하고 있다. 지난 1일 나발니 장례식이 열린 모스크바 남동부 교회 앞에서 만난 30대 부부 아르툠과 마리아나는 "재택근무를 해서 시간이 자유롭지만 17일 정오에 투표하러 갈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