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못 갚아"…대위변제율 '급증'

고금리·고물가에 대출 상환 부담 가중
정부가 서민들을 돕기 위해 공급하는 서민 금융상품의 연체율이 작년 일제히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금리·고물가 충격이 이어지는 가운데 서민들의 상환 능력이 떨어지면서 빚 부담이 가중되는 것으로 보인다.17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개혁신당 양정숙 의원이 금융감독원과 서민금융진흥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저신용자를 지원하는 서민 정책금융상품인 '햇살론15'의 작년 대위변제율은 21.3%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15.5%) 대비 5.8%포인트(p) 급등한 것이다.

햇살론15 대위변제율은 2020년 5.5%에서 2021년 14.0% 등으로 상승 추세를 보여왔으나 20%대를 기록한 것은 작년이 처음이다.대위변제율은 대출받은 차주가 원금을 상환하지 못했을 때 서민금융진흥원 등 정책기관이 은행에 대신 갚아준 금액의 비율이다.

고금리와 고물가 여파로 서민 생계가 어려워지면서 햇살론 대위변제율이 급격히 치솟은 것으로 풀이된다.

다른 햇살론 상품들의 대위변제율도 일제히 치솟았다.만 34세 이하 청년층을 대상으로 하는 햇살론 유스의 작년 대위변제율은 9.4%로 전년(4.8%)의 약 2배로 높아졌다.

저신용 근로소득자가 이용할 수 있는 근로자햇살론의 같은 기간 10.4%에서 12.1%로 올랐다.

저소득·저신용자 중 상환 능력이 상대적으로 양호해 1금융권으로 넘어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햇살론뱅크 대위변제율은 2022년 1.1%에 불과했지만 1년 만에 7.3%p 상승한 8.4%를 기록했다.상환 능력이 건재하던 차주들마저 작년 상황이 급격히 나빠지면서 연체율이 높아졌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이번 정부의 핵심 정책금융상품으로 꼽히는 소액생계비대출과 최저신용자 특례보증 상품의 연체율도 심상치 않다.

급전이 필요한 취약계층에 최대 100만원(금리 연 15.9%)을 당일 빌려주는 소액생계비대출의 연체율은 11.7%로 집계됐다.

소액생계비대출은 대부업조차 이용이 어려운 저신용자가 불법 사금융으로 빠지지 않도록 막겠다는 목적으로 작년 3월 도입된 정책금융 상품이다. 매달 이자만 갚은 뒤 원금은 만기에 한 번에 상환한다.

연체자도 당일 이용할 수 있는 쉬운 대출 구조 탓에 차주의 도덕적 해이 등 어느 정도의 부실화는 예상됐던 측면이 있다.

그러나 매달 몇천원의 이자도 밀릴 정도로 취약계층이 한계에 봉착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신용평점 하위 10%인 최저신용자들에게 대출을 내주는 최저신용자 특례보증의 대위변제율도 14.5%로 집계됐다.

2022년 9월 출시된 최저신용자 특례보증은 월별 한도가 풀리는 매달 첫 영업일에 한 달 치 한도가 매번 소진되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오픈런 대출'이라는 별명도 얻은 바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서민금융은 저신용·저소득 금융 취약계층의 최후의 '보루' 역할을 하는데, 여기에서마저도 탈락할 경우 불법 사금융으로 향할 수밖에 없다"며 "가계부채 부실이 더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부나 정책기관이 대신 갚아야 할 돈이 많아지면 향후 취약차주에 대한 신규지원이 적극적으로 확대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보증 재원은 한정적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정부와 서금원은 민간 금융회사가 역할을 분담해 서민금융 공급을 늘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부의 서민 정책대출 상품의 금리 설계가 보다 정교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햇살론15 등의 평균 대출금리가 17%대에 달하는 등 지나치게 고금리로 설정돼 연체율 및 부실화율을 높이고 있다는 주장이다.


조시형기자 jsh1990@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