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자산총액의 15% 배당…진화하는 커버드콜 ET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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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드콜 전성시대올 들어 미국 일본 증시가 강세를 보임에도 불구하고 커버드콜 상장지수펀드(ETF)의 인기가 식지 않고 있다. 커버드콜은 주가지수 종목 채권 등 기초자산을 매수한 뒤 콜옵션(주식을 미리 정한 가격에 살 수 있는 권리)을 매도해 수익을 내는 투자 전략을 말한다. 급등락장보다 박스권 장세에서 유리하다.
연 10%대 배당 상품
릴레이 신규 상장
박스권 장세에 유리
급락장에는 손실
운용 수수료 싸고
일부는 절세효과도
증권가에선 글로벌 강세장에도 커버드콜 ETF가 인기를 얻는 배경으로 진화한 상품 구조를 꼽는다. 높은 배당수익률과 저렴한 운용 보수, 절세 효과를 내세운 덕분에 뭉칫돈이 몰리고 있다는 평가다.
고배당 커버드콜 ETF 봇물
17일 증권가에 따르면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순자산 총액(AUM)의 15%에 해당하는 배당금을 매년 투자자에게 지급하는 커버드콜 ETF를 다음달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다. 월배당 상품으로 매달 1.25%(15%÷12개월)를 지급한다.한국투자신탁운용은 이 상품의 기초자산에 대한 콜옵션을 매도해 프리미엄(수수료)을 얻고 이를 투자자에게 배당한다. 콜옵션은 잔존 만기가 24시간 이내인 하루짜리 초단기옵션거래(0DTE)로 매도한다.최근엔 다양한 커버드콜 ETF가 잇달아 출시됐다. 지난 5일엔 연 12% 배당이 목표인 ‘KBSTAR 200위클리커버드콜’이 나왔다. 지난달 27일에는 ‘TIGER 미국30년국채프리미엄액티브(H)’가 상장됐다. 투자설명서에서 구체적인 배당 목표를 밝히지 않았지만 연 12%를 배당 중이다. 채권은 금리가 낮아질수록 가격 변동성이 작아지고 이에 따라 옵션 프리미엄이 낮아지기 때문에 앞으로 배당금이 줄어들 가능성은 있다.
지난 1월에는 ‘KODEX 테슬라인컴프리미엄채권혼합액티브’와 ‘TIGER 미국테크TOP10+10%프리미엄’이 상장됐다. 전자는 배당 목표가 없지만 연 15%를 유지 중이고, 후자는 연 10% 배당이 목표다. 이들 ETF는 모두 월배당 상품이다.
자본차익 노리는 상품도 등장
투자자의 관심이 커지면서 커버드콜 ETF의 AUM도 급증하고 있다. 국내 커버드콜 ETF 대장주인 ‘TIGER 미국배당+7%프리미엄다우존스’의 AUM은 상장 첫날(지난해 6월 20일) 99억원에서 최근 4637억원으로 늘었다. 상장한 지 1년도 안 돼 AUM이 50배 가까이로 급증한 것이다.커버드콜 ETF의 투자 전략도 다양해지고 있다. TIGER 커버드콜 ETF 3개는 기초자산 AUM의 30~40%에 대한 콜옵션을 매도한다. 나머지 60~70%는 기초자산 주가 변동폭에 대한 익스포저(노출)를 유지한다. 이를 통해 기초자산 주가 상승분의 60~70%를 얻고, 나머지 30~40%를 포기하는 대신 여기서 나온 옵션 프리미엄으로 연 10% 안팎의 배당을 한다.‘KODEX 미국S&P500배당귀족커버드콜(합성 H)’은 TIGER 커버드콜 ETF와 달리 기초자산의 100%에 해당하는 콜옵션을 매도한다. 콜옵션 형태를 ‘OTM’(옵션 행사가격을 현재 주가보다 높게 하는 것)으로 지정해 주가 상승에 따른 자본 차익도 일정 부분 취할 수 있도록 했다. OTM은 주가가 올라도 콜옵션 행사가격에 도달하기 전 중단하면 옵션 매수자가 권리를 행사할 수 없다. 커버드콜 ETF 투자자는 주가가 오른 만큼의 자본차익을 누릴 수 있는 셈이다.
운용사들은 커버드콜 ETF의 운용 보수를 낮추고 투자자 공략에 나섰다. 커버드콜 ETF의 운용보수는 연 0.3% 안팎으로, 일반적인 파생상품 ETF 운용보수(0.5~1.0%) 대비 낮은 수준이다.이경준 미래에셋자산운용 전략ETF운용본부장은 “배당주 투자자는 일정 기간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확보하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에 운용보수를 중요하게 여긴다”며 “투자자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다양한 상품 구조의 커버드콜 ETF로 운용 보수를 현실화하고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커버드콜 ETF로 세금 혜택을 극대화하는 투자 전략을 추천한다. 김찬영 KB자산운용 ETF사업본부장은 “월배당액에는 일반적으로 배당소득세 15.4%가 부과되지만 코스피200 콜옵션을 매도해서 받는 배당에는 이 세금이 부과되지 않는다”며 “이런 상품을 적절히 배합하면 절세 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