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 감사보수, 현대차 육박…회계 빅4 '보험사 수임戰'
입력
수정
지면A13
지난해 새 회계기준 도입 영향지난해 새 회계기준(IFRS17)을 도입한 후 보험사 감사보수가 전년보다 두 배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사들이 위험률·해지율 등 주요 가정치를 임의로 정해 실적을 부풀린다는 의혹이 불거지자 감사인들이 검증에 나선 영향이다. 보험업권의 감사보수가 치솟으면서 감사인 자리를 맡으려는 회계법인 간 수임 경쟁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보험사 감사보수 1년새 두 배
실적 부풀리기 의혹 불거지자
회계법인이 정밀 검증 나서
한화생명 38억·현대해상 30억
"보험사 수임 결과에 따라
삼일·삼정·한영·안진 순위 변화"
감사시간 ‘수직 상승’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손해보험업계 1위 삼성화재 감사보수는 2022년 17억7800만원에서 지난해 35억원으로 96.9% 증가했다. DB손해보험(10억9000만원→25억6500만원)과 현대해상(14억500만원→29억7000만원) 감사보수도 같은 기간 두 배 넘게 늘었다.감사보수가 1년 새 껑충 뛴 것은 IFRS17 도입 이후 감사시간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감사보수는 감사시간에 연동해 결정된다. 삼성화재 감사시간은 2022년 1만5100시간에서 지난해 2만7851시간으로 84.4% 증가했다. 보험사가 회계감사시장의 ‘대어’로 자리매김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삼성생명(39억4000만원)과 한화생명(38억원)의 지난해 감사보수는 포스코홀딩스(29억4300만원), 기아(24억9000만원), LG에너지솔루션(18억원) 등 주요 대기업을 앞질렀다. 국민은행(37억9600만원) 등 자산 규모가 더 큰 은행권 감사비도 넘어섰다. 감사보수 2위 기업인 현대자동차(42억원)에 육박했다.보험사는 일반 회계감사와 별개로 신지급여력제도(K-ICS·킥스) 외부 검증을 받아야 한다. 킥스 감사보수는 일반 회계감사의 3분의 1 수준으로 알려졌다. 보험업계에서는 삼성생명의 회계감사와 킥스 감사를 합한 총감사보수가 50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감사보수가 국내에서 가장 많은 삼성전자(78억원)에 이어 두 번째다.
‘실적 부풀리기’ 집중 검증
보험사 감사보수·시간이 급증한 것은 IFRS17 도입 때문이다. IFRS17은 보험 부채의 시가 평가를 골자로 한다. 큰 원칙은 정해져 있지만 구체적인 회계처리 방식은 기업이 자율적으로 정한다. 예컨대 보험사 핵심 수익지표인 보험계약마진(CSM)을 산출할 때 해지율과 손해율, 사업비율 등 계리적 가정을 어떻게 반영하느냐에 따라 CSM은 최대 수조원 차이가 난다. 이 때문에 자본·부채와 같은 재무상태표와 당기순이익 등 손익계산서 항목을 모두 회사가 주무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보험사들의 실적 부풀리기 의혹이 제기되자 금융당국은 지난해 6월 주요 계리적 가정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하지만 경험통계가 없는 구간은 여전히 보험사가 계리적 가정을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다는 문제가 남았다. 결국 회계법인이 직접 계리적 가정의 적정성을 따져봤다. 회계업계 관계자는 “작년 보험사 감사시간의 40% 가까이를 계리적 가정을 검증하는 데 썼다”고 말했다.보험사들이 감사시장의 ‘큰손’으로 떠오르면서 회계법인 간 수임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회계업계 관계자는 “보험사 수임 결과에 따라 ‘빅4’(삼일·삼정·한영·안진) 순위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서형교 기자 seogy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