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 한인 일가족 살인사건 전말…"그는 악마였다"
입력
수정
지난 2월 20일, 호주에서 한인 일가족이 피살됐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졌다. 시드니 노스 파라마타 지역의 한 태권도장에 다니던 아이와 엄마가 태권도장에서 숨져 있었고, 아이의 아빠도 자기 집에서 사망한 채 발견됐다. 전날 누군가로부터 불시에 공격받아 사망한 것으로 보이는 세 사람. 행복하고 단란했다는 부부와 사랑스러운 일곱 살 아이에게 닥친 비극에, 교민들은 물론 호주 전역이 충격에 빠졌다.
◇ 뜻밖의 용의자와 거짓말"진짜 놀랐어요. 다들 범인이라니 말도 안 된다고, 유 관장 보러 구치소에 가볼 거라고 할 정도로 아닐 거라고."
용의자로 지목된 이는, 놀랍게도 아이가 다니던 태권도장의 관장 유광경 씨로 밝혀졌다. 학부모들은 충격적인 용의자의 실체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마스터 라이언’, ‘라이언 유’라고 불리며, 성공한 한인 태권도 관장으로 알려진 유씨. 그는 전날 밤 상처를 입은 채 한 병원을 찾아와 입원했는데, 슈퍼마켓 주차장에서 신원 불상의 누군가로부터 칼에 찔렸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그런 그가 일가족 피살사건의 용의자로 병원에서 체포됐다는 소식에, 수강생들과 학부모들은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2월 19일, 유씨는 수업을 들으러 온 일곱 살 아이와 아이엄마를 태권도장 안쪽 방에서 각각 목을 졸라 살해한 걸로 추정된다. 그러고 나서 밤 9시경, 피해자의 차량을 이용해 피해자의 집에 찾아가 아이 아빠마저 흉기로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범행이 발각될 게 뻔한 자신의 태권도장에서 두 사람을 살해한 데다, 피해자의 집까지 찾아가 또 한 사람을 살해한 유 씨. 살해 과정에서 상처를 입었음에도, 그는 정체불명의 누군가로부터 주차장에서 습격받았다고 태연히 거짓말을 했다.
◇ 두 얼굴의 태권사범, 무엇이 진짜인가
현재 유씨는 묵비권을 행사하며 범행 자체를 부인하고 있다. 알고 지냈던 한인 부부뿐 아니라 자기 제자였던 아이마저 무참하게 살해한 이유는 대체 뭘까? 주변인들에게 자신이 2000년 시드니 올림픽 호주 국가대표 출신이자, 호주의 유명한 매쿼리대 석좌교수로 임명됐다고 소개한 유 씨. 그의 지인들은, 유 씨가 현지인들에게 무료로 태권도를 가르쳐줄 정도로 열정적이고 존경 받는 사범이었다며, 억울한 사정이 있을 거라고 변호한다.한 제보자는 "똑같이 생긴 일란성 쌍둥이가 있는데, 그거 때문에 오해받는다는 얘기를 많이 하더라"라고 전했다.
유씨의 진짜 얼굴이 무엇인지 추적하던 중, '그알' 제작진 앞으로 많은 제보가 도착했다. 유씨와 똑같이 생긴 수상한 쌍둥이 동생을 알고 있다는 제보를 통해 유 씨가 숨기고 있던 놀라운 과거와 그 민낯이 폭로됐다.
◇ 모든 게 거짓말 … '리플리증후군' 이었나유씨의 주장은 모두 거짓과 조작이었다. 국내 국기원 관련 서류는 사실이었지만, 홈페이지에 작성한 8단은 사실 4단이었다. 지난 16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이 발견한 유씨의 이력서에는 최종 학력이 고등학교로 적혀 있었다. 그는 이런 사실을 감추기 위해 주변에 "쌍둥이 동생이 있다"고 거짓말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 외에도 유씨는 지인들에게 돈을 자주 빌려 갔으며, 호주로 온 지 얼마 안 된 유학생들에게 수시로 "부모가 재력가다", "아내가 변호사" 등의 거짓말을 상습적으로 일삼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유씨를 고용한 태권도 관장은 유씨를 '악마'라고 표현했다. 관장은 "남의 돈 탐내는 손버릇, 학부모와 갈등, 이성 관계로 1년에 한 번씩 쫓아냈었다"라며 "그때마다 가족의 부탁으로 받아줬으나 습관적 거짓말을 했다"고 말했다.
유씨의 아내 역시 피해자였다. 유씨는 자신을 로스쿨 진학한 회계 관련 변호사이며, 재력가 부모가 있다고 아내를 속였다. 시어머니 역시 국제 변호사라고 말했다. 하지만 유씨의 부모는 "저는 계모기 때문에 아무 관계 없다. 15년 전부터 연락 안 한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유씨의 상태를 ‘리플리 증후군’이라고 진단했다. 리플리 증후군은 허구의 세계를 진실이라 믿고 거짓된 말, 행동을 상습적으로 하는 반사회적 성격장애를 말한다.
다만 경찰은 유씨와 피해 가족에 대한 연관성을 찾지 못했다. 일각에서는 불륜과 돈 문제 때문이라는 추측이 나왔지만, 경찰은 증거를 찾지 못했다.유씨는 현재 재판을 받고 있으며 현지 경찰은 "구체적인 범행 동기를 조사하고 있지만 일단 단독 범행으로 보이고, 살인 혐의를 입증할 증거는 충분하다"고 밝혔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 뜻밖의 용의자와 거짓말"진짜 놀랐어요. 다들 범인이라니 말도 안 된다고, 유 관장 보러 구치소에 가볼 거라고 할 정도로 아닐 거라고."
용의자로 지목된 이는, 놀랍게도 아이가 다니던 태권도장의 관장 유광경 씨로 밝혀졌다. 학부모들은 충격적인 용의자의 실체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마스터 라이언’, ‘라이언 유’라고 불리며, 성공한 한인 태권도 관장으로 알려진 유씨. 그는 전날 밤 상처를 입은 채 한 병원을 찾아와 입원했는데, 슈퍼마켓 주차장에서 신원 불상의 누군가로부터 칼에 찔렸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그런 그가 일가족 피살사건의 용의자로 병원에서 체포됐다는 소식에, 수강생들과 학부모들은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2월 19일, 유씨는 수업을 들으러 온 일곱 살 아이와 아이엄마를 태권도장 안쪽 방에서 각각 목을 졸라 살해한 걸로 추정된다. 그러고 나서 밤 9시경, 피해자의 차량을 이용해 피해자의 집에 찾아가 아이 아빠마저 흉기로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범행이 발각될 게 뻔한 자신의 태권도장에서 두 사람을 살해한 데다, 피해자의 집까지 찾아가 또 한 사람을 살해한 유 씨. 살해 과정에서 상처를 입었음에도, 그는 정체불명의 누군가로부터 주차장에서 습격받았다고 태연히 거짓말을 했다.
◇ 두 얼굴의 태권사범, 무엇이 진짜인가
현재 유씨는 묵비권을 행사하며 범행 자체를 부인하고 있다. 알고 지냈던 한인 부부뿐 아니라 자기 제자였던 아이마저 무참하게 살해한 이유는 대체 뭘까? 주변인들에게 자신이 2000년 시드니 올림픽 호주 국가대표 출신이자, 호주의 유명한 매쿼리대 석좌교수로 임명됐다고 소개한 유 씨. 그의 지인들은, 유 씨가 현지인들에게 무료로 태권도를 가르쳐줄 정도로 열정적이고 존경 받는 사범이었다며, 억울한 사정이 있을 거라고 변호한다.한 제보자는 "똑같이 생긴 일란성 쌍둥이가 있는데, 그거 때문에 오해받는다는 얘기를 많이 하더라"라고 전했다.
유씨의 진짜 얼굴이 무엇인지 추적하던 중, '그알' 제작진 앞으로 많은 제보가 도착했다. 유씨와 똑같이 생긴 수상한 쌍둥이 동생을 알고 있다는 제보를 통해 유 씨가 숨기고 있던 놀라운 과거와 그 민낯이 폭로됐다.
◇ 모든 게 거짓말 … '리플리증후군' 이었나유씨의 주장은 모두 거짓과 조작이었다. 국내 국기원 관련 서류는 사실이었지만, 홈페이지에 작성한 8단은 사실 4단이었다. 지난 16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이 발견한 유씨의 이력서에는 최종 학력이 고등학교로 적혀 있었다. 그는 이런 사실을 감추기 위해 주변에 "쌍둥이 동생이 있다"고 거짓말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 외에도 유씨는 지인들에게 돈을 자주 빌려 갔으며, 호주로 온 지 얼마 안 된 유학생들에게 수시로 "부모가 재력가다", "아내가 변호사" 등의 거짓말을 상습적으로 일삼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유씨를 고용한 태권도 관장은 유씨를 '악마'라고 표현했다. 관장은 "남의 돈 탐내는 손버릇, 학부모와 갈등, 이성 관계로 1년에 한 번씩 쫓아냈었다"라며 "그때마다 가족의 부탁으로 받아줬으나 습관적 거짓말을 했다"고 말했다.
유씨의 아내 역시 피해자였다. 유씨는 자신을 로스쿨 진학한 회계 관련 변호사이며, 재력가 부모가 있다고 아내를 속였다. 시어머니 역시 국제 변호사라고 말했다. 하지만 유씨의 부모는 "저는 계모기 때문에 아무 관계 없다. 15년 전부터 연락 안 한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유씨의 상태를 ‘리플리 증후군’이라고 진단했다. 리플리 증후군은 허구의 세계를 진실이라 믿고 거짓된 말, 행동을 상습적으로 하는 반사회적 성격장애를 말한다.
다만 경찰은 유씨와 피해 가족에 대한 연관성을 찾지 못했다. 일각에서는 불륜과 돈 문제 때문이라는 추측이 나왔지만, 경찰은 증거를 찾지 못했다.유씨는 현재 재판을 받고 있으며 현지 경찰은 "구체적인 범행 동기를 조사하고 있지만 일단 단독 범행으로 보이고, 살인 혐의를 입증할 증거는 충분하다"고 밝혔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