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金사과 되나…한반도 사과 농가에 '초비상' 걸렸다

"온난화·이상 기상에 사과농사 빈작 우려"

거창군, 작년 재배면적 22.8% 냉해 피해
여름철 고온, 긴 장마로 병해충 확산
햇사과 나오는 7월까지 사과값 고공행진
사진=연합뉴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지구 온난화와 이상 기상으로 국내 사과 농가가 재해를 입을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제기됐다. 생산 부족으로 가격이 급등한 '금(金) 사과'가 물가에 영향를 밀어 올리는 '애플레이션'(사과+인플레이션)이 상당기간 유지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8일 정부 부처에 따르면 경상남도 농업기술원은 최근 이런 내용의 '2023년 사과 병해충 다발생의 실태조사 및 원인분석 결과 보고서'를 작성했다. 농업기술원은 보고서에서 올해 온난화와 이상 기상으로 저온과 우박에 따른 사과 농가 재해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특히 이상 기상으로 사과나무가 지나친 생육 스트레스를 받게 되고, 그 결과 병해충에 견디는 힘이 약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사과가 빠르게 생장하는 여름철에 작년처럼 고온과 강우가 이어진다면 병해충의 번식과 감염이 확산할 수 있다는 것이다.지난해 경남 지역의 사과 생산이 급감한 것도 이상 기후 때문이었다. 작년 3월 기록적인 고온으로 사과꽃이 당초 예상보다 일찍 폈는데, 4월 들어 갑작스레 쌀쌀한 날씨가 지속되면서 냉해 피해가 발생했다. 통상 영하 2도의 기온이 5시간 이상 지속되면 냉해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진다. 국내 5대 사과 생산지로 꼽히는 경남 거창군의 경우 지난해 3~4월 전체 재배 면적의 22.8%(393.2ha)가 냉해 피해를 봤다.

작년 6월에는 경남 지역에 보름 이상 우박이 내리면서 농가 피해가 컸다. 사과 50%가 상처를 입었고, 사과나무 잎의 20%가 손상됐다. 저온과 우박 피해로 착과수 생산량은 전년 대비 17%로 떨어졌다. 홍로 품종의 경우 생산량이 반토막 났다. 농업기술원은 작년 6~9월 강우가 계속돼 방제 체계가 유명무실했다고 진단했다. 이런 상황에서 탄저병, 겹무늬썩음병 등이 발생하면서 피해가 확대됐다는 것이다.

농업기술원 관계자는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겠지만 올해도 기온이 높아서 개화기가 빨라질 것 같다"며 "농가들을 대상으로 병해충 방제법 등을 교육하고는 있지만 이상 기상은 예상하기 어려워서 당장 마땅한 해결책을 찾기는 쉽지 않다"고 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햇사과가 출하되는 오는 7월까지는 사과 가격의 고공행진이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지난 15일 기준 사과(홍로) 10개 소매가격 평균은 2만7424원으로 1년 전보다 19.5% 높다.기후 변화로 한반도가 더워지면서 국내 사과 재배지는 조금씩 북상하고 있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현재 추세대로 연평균 기온이 오르면 2100년께에는 강원 일부 지역에서만 사과를 재배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농식품부는 올해 냉해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예방 약제 살포, 재해 예방시설 설치 등에 나서고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기후 변화와 이상 기상 피해를 예방할 수 있는 기술과 품종을 개발한다는 구상이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