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빼고 다 주식 대박 터지나"…'빚투 개미들'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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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 랠리와는 역주행

18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15일 기준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19조1554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0월 이후 5개월만에 최고치다. 신용융자잔고는 투자자들이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산 뒤 갚지 않고 남은 자금을 뜻한다. 주가 상승을 기대해 빚을 내서라도 투자하려는 수요가 많을 때 늘어난다.
올해 들어 국내 증시가 랠리를 이어갈 동안 신용잔고도 크게 늘었다. 유가증권 시장 신용잔고는 지난달 1일 9조6678억원에서 이달 15일 10조2437억원으로 5759억원 증가했다. 코스닥 신용잔고도 8조2457억원에서 8조9117억원으로 늘었다. 이 기간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는 각각 7.56%, 11.92% 올랐다. 빚투를 통해 증시 랠리에 올라타려는 시도인 셈이다.
다만 신용거래가 몰린 종목의 수익률이 낮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15일 기준 전체 상장 종목 중 신용융자 비중이 가장 높은 종목은 'KODEX 코스닥150선물인버스' 상장지수펀드(ETF)였다. 신용 비율은 10.48%에 달했다. 이 종목은 코스닥150 지수를 역으로 추종하는 상품으로 지수가 상승하면 손실을 보게 된다. 지난달 1일부터 이날까지 신용잔고가 227억원 늘었는데, 이 기간 코스닥 지수가 급등하며 주가는 16.69% 하락했다.
급등하는 테마주에 올라타려는 빚투 투자자들도 많았다. 반도체 기업 이수페타시스는 최근 '엔비디아 수혜주'로 꼽히며 이달들어 5일까지 주가가 26.02% 급등했다. 이후 5거래일 동안 이수페타시스의 신용융자 금액은 260억원가량 늘었다. 현재 주가는 고점 대비 3.95% 하락한 상황이다.
이외에도 최근 1개월간 한미반도체(+295억원)와 제주반도체(+51억원) 등 중소형 반도체 종목에도 빚투 자금이 몰렸다. 이 기간 한미반도체의 주가는 21.77% 올랐으나 제주반도체 주가는 21.83%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빚투 행태가 '포모 증후군(FOMO·Fear Of Missing Out)'에서 비롯됐다고 분석한다. 증시 상승세에서 소외되는 것을 우려해 더 과감하게 투자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신용융자를 통한 투자는 주가가 하락하면 반대매매에 몰릴 가능성이 있어 신중한 투자에 나서야 한다는 충고가 잇따른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신용융자 거래는 시장이 과열됐는지를 확인하는 대표적인 척도"라며 "본인의 여력을 벗어난 빚투는 자제할 것을 조언한다"고 말했다.
전효성 기자 z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