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오늘의 노래 ‘남몰래 흘리는 눈물(Una Furtiva Lagrima)’. 도니체티(Gaetano Donizetti, 1797~1848, 伊)가 만든 오페라 ‘사랑의 묘약/L'elisir D'amore’을 관통하는 명곡(名曲)이다. 이 아리아를 둘러싼 일반 대중의 스펙트럼은 크게 셋일 것이다. 제목만 알거나 들어본 부류, 첫 소절 ‘우나 푸르티바 라그리마’와 곡조를 대충이라도 아는 축, 그리고 제목⸱악곡⸱배경을 모두 꿰차고 있는 실력자들. 당신이 만약 이 순간까지 앞의 둘에 속한다면 오늘이야말로 무지(無知)의 갑옷을 벗을 수 있는 절호의 찬스다.
바순은 바로 주인공 네모리노의 모습이다. 네모리노는 누구인가? 70~80년대만 하더라도 이 땅의 웬만한 동네에는 소위 ‘바보’라 불리는 친구들이 하나둘씩 꼭 있었다. 칠복이⸱삼룡이⸱만득이 등등. 순진무구한 영혼들! 이들은 착했으나 자신의 주제를 모르는, 곧 자기객관화 설정과 구동이 안 되는 공통점이 있었다. 네모리노가 그랬다.
나이가 많이 들수록 ‘음(音)⸱미(美)⸱체(体)’, 즉 음악⸱미술⸱체육과 가까이하라는 조언을 들은 적이 있다. 동의한다. 국⸱영⸱수에 함몰됐던 젊은 날에 대한 상쇄요 보상이며 그렇게 해야 교양이 쌓인다. 연전에 모교 여성교우회에 클래식 특강을 갔었다. 막간에 주최 측에서 좀 색다른 순서를 마련했다는 멘트에 뒤이어, 듬성듬성한 머리에 땅딸한 중년남이 등장했다. 휴대용 MR반주기를 틀더니 ‘남몰래 흘린 눈물’을 열창하는 게 아닌가. 간편식으로 떡을 협찬한 두 학번 아래 동문, 그가 다시 보였다. 노래 듣기 전까지 맛없을 것 같아 손이 안 갔던 떡이 먹어보니 달았다. 노래의 힘이다. 아리아의 위력이다. ‘남몰래 흘리는 눈물’은 이토록 힘이 세다.1979년 라 스칼라좌(座) 오페라단과 협연한 44세의 파바로티, 아디나 역에 그와 동향(모데나, Modena)에 동갑인 미렐라 프레니(1935~2020), 레이놀드 지오반니네티 지휘 녹음을 보통 최고로 친다. 강성곤 음악 칼럼니스트·전 KBS아나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