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직원 아들 이용해 '저질 레드향' 섞어 팔았다…'발칵'

제주 한경농협서 레드향 밑장빼기 갈등
제주지역의 한 농협 공동선별회(공선회)에서 저품질의 '레드향'이 일반 레드향과 섞어 팔렸다는 주장이 나와 논란이 커지고 있다. 판매 담당자이자 농협 직원인 아들이 공선회 소속이 아닌 아버지의 저품질 레드향을 공선회의 일반 레드향과 섞어 판매했다는 주장이다.

18일 제주 한경농협 레드향 공동선별회(공선회) 조합원들에 따르면 홍씨 부자는 농협의 ‘공동선별회’ 제도를 악용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공선회는 농산물의 선별과 포장 작업을 소속 조합원들이 공동으로 거쳐 유통업체에 판매한 후 대금을 받아 나누는 제도다. 판매 담당자 홍씨는공동으로 선별과 포장이 이뤄진다는 점을 악용해 조합원이 아닌 아버지의 저품질 레드향을 일반 레드향과 섞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경농협 자료에 따르면 홍모씨의 레드향은 1㎏당 6200원에 팔렸다. 올해 평균 매입가격인 6500원보다는 낮았지만 홍씨 레드향의 품질을 고려했을 때 이는 홍씨와 농협 한경지부 판매 담당자인 아들 간의 ‘비정상 거래’일 가능성이 높다는 게 다른 조합원들의 설명이다.

한경농협 레드향 공선회 조합원 A씨는 “아버지 홍씨의 레드향 상태를 직접 농가에 방문해 확인했다"고 말했고, 다른 공선회 조합원은 “상품성이 떨어지는 홍모씨의 레드향을 시장가에 수렴한 6200원에 판매하기 위해서는 그의 아들이자 제주 한경농협 판매 담당자인 홍씨가 의도적으로 다른 농가의 레드향을 섞어 판매했을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공선회 시스템상에선 조합원이 아닌 개인 제품의 출하·포장이 공동으로 이뤄질 수 없다. 또한 공선회 내부에서도 각 농가 제품의 품질 차이가 없는 건 아니지만, 거래가 불가능할 정도로 상품성이 떨어지는 경우는 없다는 지적이다. 비위 당사자로 지목된 한경농협 판매 담당 홍모씨는 이러한 주장을 일부 레드향 조합원들의 의혹 제기로 일축했다. 그는 “농산물의 품질은 확인 시기 따라 다를 수 있고 한경농협 조합원의 제품을 정상가격으로 문제없이 매입했다”며 “농협이 모든 레드향의 품질을 확인하고 선별해 판매하는 과정에서 공선회 레드향과의 ‘섞어 팔기’는 있을 수 없다”고 반박했다

농협 제주본부는 사실관계를 확인 후 감사에 돌입할 예정이다. 본부 관계자는 “현재 제주 한경농협 레드향 공선회 회원들로부터 정식 감사 요청이 왔다”며 “주장들이 엇갈리는 만큼 제대로 사안을 파악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희원 기자 top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