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면 쟁점 축약 가능하죠"…'장기미제' 법원장 재판 시작(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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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지연 해결' 조희대 방침에 서울행정·북부지법원장 첫 기일 진행
윤준 서울고법·김정중 서울중앙지법원장도 곧 직접 재판 "이렇게 하면 우리 사건의 쟁점이 더 축약되고 단순화될 수 있어요. "
18일 오후 서울행정법원 B206호에서는 다소 생소한 모습이 펼쳐졌다.
김국현 서울행정법원장이 법대 정중앙 재판장 자리에 앉아 재판 진행에 속도를 내기 위한 방안을 피고와 원고 측에 날카롭게 주문했다.
사법행정 업무를 주로 담당하는 법원장이 이같이 법복을 입고 직접 법대 위에서 재판을 진행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지만, 앞으로는 자연스러운 풍경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재판이 '재판 지연' 문제 해결책의 하나로 조희대 대법원장이 추진한 '법원장 재판부'의 첫 재판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경험이 풍부한 각급 법원장이 직접 재판을 맡아 심리·판결하며 일선 판사의 부담을 더는 동시에 신속한 사건 처리를 독려하는 분위기를 조성하자는 취지다.
이 덕분에 김 법원장은 1998년 서울행정법원 개원 이래 처음으로 이 법원 한곳에서만 네 번째로 근무하며 재판을 진행한 첫 사례자로 기록되기도 했다. 그는 서울행정법원에서만 2002∼2003년 배석판사, 2015∼2018년 부장판사, 2020∼2022년 수석부장판사로 일하고는 지난달 법원장으로 부임했다.
그는 이날 재판 시작 전 "(다시) 재판하는 개인적인 소감은 영광이고 좋다"며 "판사는 재판하는 것에 가장 부담을 느끼지만 개인적으로는 큰 기쁨"이라고 말했다.
이어 "장기간 미뤄진 사건을 일부나마 담당해 처리함으로써 국민에게 더 다가가 신뢰를 회복하려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것을 법원장으로서 보여드릴 기회가 있어 다행"이라며 "좋은 재판으로 이끌어 나가도록 하겠다"고 했다. 김 법원장은 이날 아동학대를 이유로 정직 3개월 징계를 받은 초등학교 교사 A씨가 제기한 처분 취소 소송을 심리하며 관록을 보이기도 했다.
이 사건은 2020년 5월을 마지막으로 재판이 멈춰 섰다가 지난 1월 대법원 판결에 따라 심리가 재개된 사건이다.
대법원은 부모가 아이 몰래 책가방에 녹음기를 넣어 A씨의 발언을 녹음했다면 형사재판에 증거로 쓸 수 없다며 원심 유죄를 깼다.
웹툰 작가 주호민 씨 아들에 대한 특수교사의 아동학대 사건과 유사한 구조다.
김 법원장은 "형사 재판이 이렇게(원심 파기) 됐으니 행정소송도 그렇게(취소 인용) 돼야 한다는 것 적절하지 않으므로 서면 주장을 다시 해 달라"며 "형사는 형사대로, 저희 재판은 저희대로 진행할 것"이라고 단호한 모습을 보였다. 이에 앞서 이날 오전에는 박형순 서울북부지법원장도 민사합의10부 재판장으로서 장기미제 사건 변론기일을 열었다.
주요 법원장들 또한 순차적으로 직접 재판을 맡을 예정이다.
윤준 서울고등법원장은 민사60부 재판장을 맡아 내달 18일 대법원에서 파기환송된 민사사건 등의 변론기일을 진행한다.
김정중 서울중앙지법원장도 이달 28일 민사62단독 재판장으로서 기일을 열어 7년간 재판이 지연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심리할 예정이다. 법원 관계자는 "경험이 풍부한 법원장이 복잡하고 어려운 장기 미제 사건을 전담해 처리함으로써 각 재판부의 효율적인 사건관리가 가능해지고, 법원 전체적으로 더 신속하고 충실한 재판을 위해 노력하는 분위기가 조성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윤준 서울고법·김정중 서울중앙지법원장도 곧 직접 재판 "이렇게 하면 우리 사건의 쟁점이 더 축약되고 단순화될 수 있어요. "
18일 오후 서울행정법원 B206호에서는 다소 생소한 모습이 펼쳐졌다.
김국현 서울행정법원장이 법대 정중앙 재판장 자리에 앉아 재판 진행에 속도를 내기 위한 방안을 피고와 원고 측에 날카롭게 주문했다.
사법행정 업무를 주로 담당하는 법원장이 이같이 법복을 입고 직접 법대 위에서 재판을 진행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지만, 앞으로는 자연스러운 풍경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재판이 '재판 지연' 문제 해결책의 하나로 조희대 대법원장이 추진한 '법원장 재판부'의 첫 재판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경험이 풍부한 각급 법원장이 직접 재판을 맡아 심리·판결하며 일선 판사의 부담을 더는 동시에 신속한 사건 처리를 독려하는 분위기를 조성하자는 취지다.
이 덕분에 김 법원장은 1998년 서울행정법원 개원 이래 처음으로 이 법원 한곳에서만 네 번째로 근무하며 재판을 진행한 첫 사례자로 기록되기도 했다. 그는 서울행정법원에서만 2002∼2003년 배석판사, 2015∼2018년 부장판사, 2020∼2022년 수석부장판사로 일하고는 지난달 법원장으로 부임했다.
그는 이날 재판 시작 전 "(다시) 재판하는 개인적인 소감은 영광이고 좋다"며 "판사는 재판하는 것에 가장 부담을 느끼지만 개인적으로는 큰 기쁨"이라고 말했다.
이어 "장기간 미뤄진 사건을 일부나마 담당해 처리함으로써 국민에게 더 다가가 신뢰를 회복하려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것을 법원장으로서 보여드릴 기회가 있어 다행"이라며 "좋은 재판으로 이끌어 나가도록 하겠다"고 했다. 김 법원장은 이날 아동학대를 이유로 정직 3개월 징계를 받은 초등학교 교사 A씨가 제기한 처분 취소 소송을 심리하며 관록을 보이기도 했다.
이 사건은 2020년 5월을 마지막으로 재판이 멈춰 섰다가 지난 1월 대법원 판결에 따라 심리가 재개된 사건이다.
대법원은 부모가 아이 몰래 책가방에 녹음기를 넣어 A씨의 발언을 녹음했다면 형사재판에 증거로 쓸 수 없다며 원심 유죄를 깼다.
웹툰 작가 주호민 씨 아들에 대한 특수교사의 아동학대 사건과 유사한 구조다.
김 법원장은 "형사 재판이 이렇게(원심 파기) 됐으니 행정소송도 그렇게(취소 인용) 돼야 한다는 것 적절하지 않으므로 서면 주장을 다시 해 달라"며 "형사는 형사대로, 저희 재판은 저희대로 진행할 것"이라고 단호한 모습을 보였다. 이에 앞서 이날 오전에는 박형순 서울북부지법원장도 민사합의10부 재판장으로서 장기미제 사건 변론기일을 열었다.
주요 법원장들 또한 순차적으로 직접 재판을 맡을 예정이다.
윤준 서울고등법원장은 민사60부 재판장을 맡아 내달 18일 대법원에서 파기환송된 민사사건 등의 변론기일을 진행한다.
김정중 서울중앙지법원장도 이달 28일 민사62단독 재판장으로서 기일을 열어 7년간 재판이 지연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심리할 예정이다. 법원 관계자는 "경험이 풍부한 법원장이 복잡하고 어려운 장기 미제 사건을 전담해 처리함으로써 각 재판부의 효율적인 사건관리가 가능해지고, 법원 전체적으로 더 신속하고 충실한 재판을 위해 노력하는 분위기가 조성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