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푸틴 5선, 北 도발 재개, 美선 핵타협론…심상찮은 한반도 안보

대선 5선 고지에 오르면서 종신 집권 문을 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러시아-나토 충돌 시 3차대전 근접’ 등을 천명해 서방과의 대립이 더 가팔라지게 됐다. 이에 대비해 북한과 더 밀착할 것이고, 한반도 안보 불안은 증폭될 가능성이 커졌다. 푸틴은 이미 유엔의 대북 제재는 안중에 없다. 북한의 포탄 지원 등에 대한 대가로 첨단 무기 협력을 다짐하고, 일부 대북 금융 제재까지 해제한 마당이다.

푸틴의 이런 ‘뒷배’는 김정은을 더 대담하게 만들 것이다. 러시아 대선을 감안해 잠잠하던 북한이 어제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시작으로 봐야 한다. 북·러 간 밀착이 핵 연대로까지 이어질 조짐은 더욱 우려스럽다. 푸틴이 최근 “북한은 자체 핵우산을 갖고 있다”고 한 것은 북한의 핵보유국 주장을 뒷받침해 대북 제재를 물거품으로 만들고, 한반도 안보 축을 뒤흔드는 심각한 일이다. 푸틴의 잦은 핵전쟁 위협은 ‘핵무력 동원 남조선 평정’을 공언한 김정은의 야욕을 더욱 부추길 것이다. 게다가 미국마저 심상찮은 기류다. 백악관 선임보좌관은 “비핵화를 향한 ‘중간 단계’도 고려할 용의가 있다”고 했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재집권 시 유력 국방부 장관 후보로 꼽히는 인사는 ‘북핵 동결-제재 완화’에 대해 검토해볼 만하다고 했다. 이미 트럼프 전 대통령이 동결 수준에서 북핵을 용인하고 군축 협상으로 갈 수 있다는 전망마저 나온 터다. 그간 숱하게 실패한 북핵 해결 방식으로, 이런 게 되풀이된다면 우리는 고스란히 북핵을 머리 위에 이고 살 수밖에 없는 악몽을 맞게 된다.

단기적인 성과에 급급해 적당한 타협으로 북핵을 묵인하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되풀이돼선 안 된다. 북·러 밀착과 북한의 도발, 미국 대선에 따른 정세 급변에 대비해 외교 안보 역량을 극대화하고, 한·미 간 확장억제 합의를 되돌릴 수 없게 해야 함은 물론이다. 하지만 미국에서 정권이 바뀐다면 어떻게 달라질지 알 수 없는 만큼 자체 북핵 대응 방안도 모색해야 한다. 여차하면 단기간에 핵무장을 할 수 있도록 플루토늄, 농축 우라늄 확보를 위한 담대한 전략이 필요하다. 미국과 원자력협정 개정으로 6000기의 핵무기 제조가 가능한 플루토늄을 추출해 놓은 일본이 본보기가 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