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경계 허문 도시, 파격의 베를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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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A26
세계도시는 문화전쟁 중
(6) 한계 뛰어넘은 예술의 힘
클래식 무대, 디지털로 옮긴 베를린필
위로의 캔버스가 된 분단의 장벽
톱 오케스트라 '베를린필'
스마트폰도 없던 시절에
'디지털 콘서트홀'로
클래식공연 생중계 '혁신'
완벽한 선율·기술 더해져
세계 '베를린필 덕후' 양성
역사를 딛고 새로운 것을 창조해내는 데 ‘예술의 힘’을 실감한 베를린의 혁신은 현재 진행형이다. 세계 최고 오케스트라로 불리는 베를린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대표적인 사례다. 베를린필은 15년 전 업계 최초로 클래식 라이브 스트리밍 플랫폼 ‘디지털 콘서트홀’을 선보였다. 음악가들이 과거 작품을 재해석하는 걸 넘어 현대 기술을 적용해 물리적 한계를 벗어나려는 시도였다. 스트리밍 서비스는커녕 스마트폰조차 없던 당시엔 업계에 큰 파격이었다. 전설적 지휘자를 배출해온 ‘음악가들의 꿈’이자 가만히 있어도 전 세계 공연장에서 줄 서서 부르는 클래식 대표 브랜드 베를린필은 왜 이런 모험을 했을까.
테크와 결합한 클래식의 저장소
베를린 디지털 콘서트홀(DCH)은 2008년부터 베를린필 공연을 생중계하는 플랫폼이다. 라이브 공연을 개인 기기로 중계하는 세계 최초의 시도. “전 세계 어디서든, 누구나 우리의 음악을 들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목표로 만든 DCH엔 라이브 콘서트뿐 아니라 전설적인 거장들의 영상을 포함해 780여 개 연주 영상이 저장돼 있다. 오케스트라의 기억이자 거대한 공연 도서관인 셈이다.콘서트홀 무대 천장에 설치된 40여 개의 녹음용 마이크는 수많은 서버와 연결돼 송출된다. 프랭크는 “1월에 쇤베르크의 ‘야곱의 사닥다리’를 했을 땐 대규모 오케스트라와 합창단을 고려해 80개 넘게 설치했다”고 했다.
오디오 스튜디오에서는 톤마이스터와 함께 실시간으로 미세하게 음을 조정하고 있었다. 날씨나 악기 컨디션에 따라 인간이 들을 수 없는 소리의 영역까지 미세 조정을 거친다. 동시에 비디오 스튜디오에서는 10여 명의 팀원이 카메라 여덟 대를 원격 조정했다. 카메라 감독은 어느 부분에서 몇 번 카메라를 쓸지, 어떤 순간에 클로즈업할지 등을 정한다. DCH엔 기술개발 부서 인원만 20명에 이른다.
“돈 안 되도 멀리 봐라” 카라얀의 DNA
디지털 혁신으로 또 한 번 도약한 베를린필은 여전히 미래로 나아가고 있다. 올해 60주년을 맞은 필하모니아 건물에는 ‘30개국에서 온 130명의 단원’이라는 거대한 현수막이 붙었고, 최근엔 현대음악을 비롯해 ‘브루크너 0번’ 등 낯설지만 새로운 작품을 더 자주 선보인다.
베를린=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