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전기 수요 적은 봄, 모든 발전소 출력제어 참여"

원전·태양광 등 '형평' 적용…4월 최저수요 '한겨울 40%' 37.4GW 예상
태양광 따라 출렁이는 봄 전력 공급…당국 수급관리 도전 커져
연중 전기 수요는 가장 적지만 태양광 발전은 가장 활발해 전기가 남는 봄철을 맞아 정부가 '형평성에 맞는 출력 제어'를 유도하기로 했다. 전력 공급이 수요를 상회해 발전소 출력을 줄여야 하는 상황이 된다면 원자력, 화력, 태양광 등 모든 전원 발전소가 출력 제어 동참을 통해 '고통 분담'을 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9일 서울 한전아트센터에서 이호현 에너지정책실장 주재로 한국전력, 전력거래소 등 유관 기관 관계자들과 민간 전문가들이 참여한 가운데 '전력망 혁신 전담반(TF)' 회의를 열고 '2024년 봄철 전력계통 안정화 대책'을 발표했다.

전담반은 4월 셋째 주 전력시장 내 최저 수요가 37.3기가와트(GW)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 3월 23일부터 6월 2일까지 72일간을 전력 수요 감소에 대처하는 대책 기간으로 설정했다. 올해 봄 최저 수요는 지난 겨울 최대 수요인 91.6GW(2023년 12월 21일)의 약 40% 수준으로 예상된다.

연중 최대 수요와 최저 수요 간 격차는 54GW에 달한다.

보통 원전 1기의 발전력이 1GW 수준이다. 그동안 전력 당국은 냉·난방 수요 증가로 전력 수요가 연중 최대치에 달하는 여름과 겨울에 전력 공급을 최대한 늘리고 전력 수요를 억제하는 방향으로 대책을 수립해 집행해 왔다.

하지만 최근 태양광을 중심으로 신재생 발전 설비용량 비중이 급속히 커지자, 전력 당국은 전력 수요는 적은데 태양광 발전 등으로 공급이 급증하는 봄철에 전력 공급과 수요를 일치시키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기 공급은 실시간으로 완벽한 균형을 이뤄야 한다. 수요보다 공급이 부족해도, 수요보다 공급이 많아도 '블랙 아웃'이라고 불리는 대규모 정전 사태가 초래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태양광 발전 설비용량은 2013년 1.0GW에 그쳤지만, 작년에는 28.9GW까지 늘어났다.

세계적인 탄소중립 추세에 따라 태양광을 포함한 신재생 투자는 계속 증가하는 흐름이다.

전체 발전량 중 태양광 비중은 아직 6% 수준이다.

하지만 설비용량을 기준으로는 전체 원전을 넘어설 정도로 덩치가 커졌다.

날씨가 맑은 봄철 한낮 한두시간가량은 우리나라 전체 전력 소비량의 약 40%까지 태양광 혼자 채울 수 있을 정도가 됐다.

태양광의 존재감이 커지면서 작년 봄·가을부터는 신재생에너지 의존도가 높던 제주를 제외하고도 호남과 경남 등 다른 육지 지역에서 수요보다 공급이 많아 부득이 전기 생산을 줄이는 '출력 제어'가 본격화됐다.
이는 발전 사업자들의 수익 감소로 이어졌고, '고통 분담' 방안을 둘러싼 갈등으로 이어졌다.

특히 태양광 발전 사업자들은 그간 '친환경 우대' 정책으로 발전량을 모두 팔아 수익을 낼 수 있었기 때문에 출력 제어와 관련해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등 강력하게 반발했다.

정부는 이번 봄철을 맞아 우선 발전소 정기 정비를 늘리고, 전기 사용을 늘린 기업에 인센티브를 주는 '플러스 수요반응(DR)'을 활용하는 방식 등으로 공급을 줄이고 수요는 늘려 출력 제어 발생을 최소화하기로 했다.

신고리 1호기, 한빛 1·4호기, 월성 4호기 등 원전 4기의 정기 점검을 봄 대책 기간에 맞추고, 석탄 발전 운영을 최소화하는 등의 방식으로 6.6GW의 정책 유연성을 확보해 둔 상황이다.

그래도 전기가 남으면 정부는 제어가 쉽고 연료비가 높은 유연성 전원인 석탄과 액화천연가스(LNG)를 태우는 화력발전소의 출력을 먼저 줄인다.

이로도 부족하면 형평성 원칙에 따라 출력 조절이 어려운 원전과 신재생 등을 모두 포함한 모든 경직성 전원으로까지 출력 대상 범위를 넓힌다.

형평성과 함께 효과성, 안정성을 고려해 출력 제어 대상과 시간 등을 정한다.

모든 발전소가 출력 제어 시 손실을 나눠 갖되, 출력 제어 필요성이 국지적인 현상인지(효과성), 출력 제어에 걸리는 시간 같은 기술적 특징(안정성)을 함께 고려한다는 취지다.
나아가 정부는 장기적으로 전력시장 밖에 있는 태양광 발전소들을 대상으로 전기가 남는 시기 '출력제어 서비스 시장'을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출력 제어가 예상될 때 전기 공급 입찰을 받고 가격을 적게 써낸 발전소부터 전기를 공급하게 하는 방식이다.

결과적으로 가장 높은 공급 가격을 써낸 발전 사업자가 시장 원리에 따라 출력 제어를 받게 된다. 산업부 관계자는 "전력망 접속에는 누구나 책임과 의무를 같이 갖게 돼 모든 발전 사업자에게 협조를 요청드린다"며 "앞으로 전력 시장 제도를 좀 더 공정하고, 사업자들이 예측할 수 있게 만들어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