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재즈엔 그루브가 없다고?" …뭘 모르는 음악전문가의 나쁜 영향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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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e] 남무성의 재즈와 커피 한잔한번은 H기자로부터 뽀루퉁한 전화를 받았다. C신문사 문화부에서 10년 넘게 음악기사를 담당했던 친구로, 20년 전 나를 인터뷰한 게 인연이 되어 막역하게 지내온 사이다.
“어이 남작가, 산울림의 ‘내 마음에 주단을 깔고’가 아이언 버터플라이의 영향을 받았다고 썼다면서? 그게 말이 됨? 그런 식이라면 민해경도 베토벤의 영향을 받았다고 쓰지?”그 얼마 전, 나는 재즈월간지에 칼럼을 기고한 적이 있다. 어린 시절 음악에 눈 떠갔던 자전적인 이야기였는데 그 한부분에 ‘1960년대 미국의 록밴드였던 아이언 버터플라이(Iron Butterfly)의 곡 ‘In-A-Gadda-Da-Vida’를 들으면서 산울림의 ‘내 마음에 주단을 깔고’가 여기서 나왔다는 걸 알았다고 썼다. 미국에서 유행했던 사이키델릭 록(psychedelic rock)이 우리가요에 영향을 준 걸 알게 되었다는, 뭐 그런 의미의 한 줄이었다.
후배들과 술자리에 있던 H기자가 내가 쓴 원고를 전해들은 것이다. 그건 그렇다 치고, 내 생각에 H는 내가 언급한 그 음악(In-A-Gadda-Da-Vida)을 제대로 들어보지 못했다. 너무나 유명한 곡이어서 알고는 있었겠지만 3분가량으로 싱글커트된 노래만 듣고 17분가량의 원곡을 듣지 못한 것이다. 롱 타임 버전에서는 곡 중간에 환각적인 느낌의 연주가 길게 이어지는데 ‘내 마음에 주단을 깔고’의 도입부 긴 연주나 배경으로 깔리는 오르간사운드, 베이스의 오스티나토(ostinato) 같은 것과 비교해서 들어봤다면 좋았을 것이다.
[추천곡 1] 아이언 버터플라이(Iron Butterfly) : In-A-Gadda-Da-Vida
K: 공연을 봤는데 재즈적인 그루브가 전혀 없더라고요. 유학 가기도 힘든 시대에 정보도 없이 한국에서 재즈를 했으니 그런 것 같아...이것은 음악을 허투루 아는 한심한 소리다. 당시 서울재즈쿼텟은 실험적인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한국적인 창작재즈를 시도하겠다는 게 밴드의 지향점이었다. 국악기로 재즈를 연주하는 1회성 해프닝이 아니라 본연의 재즈악기로 한국적인 필링을 시도한다는 콘셉트다. 예컨대 소프라노 색소폰으로 태평소 사운드를 내며 즉흥을 하는 장면이다. 공연 전 무대에서 충분한 설명이 있었고 관객들로부터 성공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서울재즈쿼텟의 멤버들은 평생 재즈를 연주한 장인들이다. 스탠더드 재즈부터 모던재즈, 퓨전까지 모든 걸 하고나서 도달하는 게 바로 이런 장면이다. 하고 싶다고 아무나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1970년대 이후 현대재즈는 전통적인 개념에서 벗어나 진보하고 있다. 과거에는 재즈라 하면 흑인적인 것을 기준으로 삼았다. 저 어두운 밑바닥에서부터 끌어 올려지는 검은 필링과 리듬, 충실한 스윙감이 본류였다. 오늘날에 와서는 전 세계 각 지역마다 특색 있는 재즈를 연주하고 있다. 원래의 것을 본뜨려 하면서도 자기들만의 방법을 개척해가고 있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새로운 재즈가 탄생한다. 이런 식으로 현대재즈는 모든 가능성과 다양성을 수용하면서 나아가는 것이다.대중을 상대로 음악칼럼을 쓰는 사람이라면 ‘현대’라는 개념을 남달리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것은 클래식음악과 현대음악의 차이라고 생각하면 쉽다. 재즈도 마찬가지다. 문제는 소위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대중들에게 옳지 않은 영향력을 끼친다는 점이다. 자기가 경험한, 그저 조금 아는 것으로 시야를 좁히고 그 기준으로 논평을 해댄다.
K기자에게 카카오톡으로 대답해주었다. “오레곤 같은 음악을 듣고도 그루브 타령할 거냐?” 미국식의 스윙리듬을 고의로 배제하고 인도의 전통악기, 아프리카의 리듬 등 각 지역의 특색 있는 민족음악을 재즈의 재료로 연주하는 오레곤(Oregon)은 월드뮤직을 개척한 밴드로 평가받는다. K는 대답이 없었다. 오레곤이라는 이름조차 아는지 모르는지, 이러고서 여기저기 사람들 앞에서 음악 강의를 늘어놓는다. 이게 수준이다. /남무성 재즈평론가
[추천곡 2] 서울재즈쿼텟(Seoul Jazz Quartet) : 뱃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