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소리 셰익스피어·전도연판 체호프…고전 희곡 '한국판' 쏟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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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 입센, 체호프 등 대문호 고전 희곡셰익스피어, 입센, 체호프 등 대문호들의 고전 희곡이 올해 줄줄이 무대에 오른다. 단순히 원작을 그대로 재현하는 것을 넘어서 현대의 한국 관객들에게 다가가려는 시도들이 돋보인다. 창극으로 각색해 우리의 전통 음악을 더하는가 하면, 배경을 한국으로 바꾸기도 한다.
판소리와 창극, 한국 배경 무대로 각색돼 공연
셰익스피어의 비극을 판소리로 노래하는 창극 '리어'

리어왕은 셰익스피어의 비극 작품 중 가장 처절하다고 평가받는 걸작이다. 고대 영국의 왕 리어가 자신의 영토를 세 딸에게 물려주기로 결심한다. 다만 자신을 얼마나 사랑하고 존경하는지를 기준으로 땅을 나누겠다는 조건을 건다. 리어는 아부하는 첫째와 둘째 딸에게 모든 권력을 넘기지만 배신당하고 미쳐버리고 만다. 인간의 욕망을 어리석음으로 파멸로 이어지는 이야기다.
400년이 넘은 비극을 우리의 소리로 표현한다. 정극과 마당놀이, 음악극 등 다양한 장르를 다뤄온 배삼식 극작가가 극본을 맡았다. 국립창극단 정영두가 연출과 안무, ‘기생충’과 ‘오징어게임’의 정재일 음악감독이 작곡에 참여했다. 과거 배우 이순재를 비롯한 원로 배우들이 도맡았던 늙은 왕 리어를 32세의 배우 김준수가 연기한 점이 주목된다. 오는 3월 29일부터 4월 7일까지 국립극장에서 공연한다.▶▶▶(인터뷰)'세계 최고령' 리어왕 되는 이순재 "아마도 마지막 리어왕"
인생의 축소판을 담은 입센의 희곡 '욘'

▶▶▶(인물 정보)헨리크 입센 현대극의 아버지, 페미니즘 희곡의 창시자
한국을 배경으로 재탄생하는 '벚꽃동산'
'벚꽃 동산'은 그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한 귀족 가문이 재정난을 겪으면서 추억이 담긴 벚꽃 동산을 경매에 넘겨야 할 상황에 부닥친다. 이 가족이 몰락하는 과정을 등장인물들이 각자의 방법으로 현실을 외면하거나 받아들인다. 격변하는 러시아 사회 속에서 흔들리는 가치관을 그리는 작품으로, 체호프의 희곡 중 가장 원숙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19세기 러시아의 귀족 가문 이야기가 한국을 배경으로 재탄생한다. 연극 ‘메디아’, ‘예르마’, ‘입센 하우스’ 등 고전을 재해석하는 작품을 선보인 사이먼 스톤이 연출을 맡았다. 그는 “희극이면서도 비극인 ‘벚꽃동산’은 한국 배우들의 재능을 보여주면서 역동적으로 변화하는 한국 사회를 담을 수 있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배우 전도연의 27년 만에 연극 무대 복귀 작품으로 주목받았다. 상대역으로는 드라마 '오징어 게임', '수리남', 그리고 연극 '파우스트'에서 연기한 박해수가 발탁됐다. 전도연과 박해수는 각각 원작의 여주인공 ‘류바’와 냉철한 상인 ‘로파힌’을 현대적으로 재창조한 인물을 연기한다. 공연은 오는 6월4일부터 7월7일까지 LG아트센터 서울에서 열린다.
▶▶▶(공연 리뷰)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서 보면 비극…연극 '벚꽃동산'▶▶▶(공연 소식) 전도연, 27년만에 연극 무대 오른다… 상대 역은 박해수
구교범 기자 gugyobeo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