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사님은 좋게 말해 경계가 없고 나쁘게 말해 일관성이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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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e] 최지인의 탐나는 책이 책은 문윤성문학상 장편 부문 대상 수상작이니 내가 감히 아깝다고 말할 수는 없겠다. 그래도 탐났던 원고, 비록 지금은 겨울도 다 지나 꽃 피는 계절이지만, 이미 조금 그리워진 크리스마스의 정취를 담아 소개해본다. 신인 작가 김원우가 선보이는 첫 장편소설 <크리스마스 인터내셔널>.이 책을 어떤 소설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외계인 이야기이기도 하고, 천재 여성의 성장기이기도 하고, 사회의 평범한 악습들에서 조금씩 벗어나 있는 괴짜 친구들의 이야기를 담았다고도 말해볼 수 있을까.이 소설은 읽는 이의 예상을 번번이 배신하는 독특한 매력이 있다. 주인공 나영이 외계인을 만난다는 사실은 책을 사면서 소개 글로 미리 알 수 있었는데, 초반에 <스타트렉> 마니아로서 엔터프라이즈호에 탑승할 과학자가 되길 꿈꾸며 도서관을 드나들 때만 해도 그러려니 했지만 갑자기 그녀가 아이돌(?)이 됐다. 그런데 주말 저녁 퀴즈 예능에 나갔다가 자몽에 관한 문제를 어이없게 틀린 뒤에 연예계를 은퇴하여 ‘자몽’(?) 자체를 연구하게 됐다. 관련하여 여러 논문을 집필한 뒤 그녀는 자몽을 닮은 외계인(?) 연구팀에 합류한다.
김원우 장편소설 , 아작, 2022
봄날에 선물하고 싶은, 크리스마스 혁명
박사님이 다른 사람보다 나은 점이 뭔지 아세요? 좋게 말하면 학문에 경계가 없고 나쁘게 말하면 일관성이 없어요. (p. 128)
얼개만 따져보면 이상한 흐름이지만 읽다 보면 납득되는 서사를 따라 대책 없이 빠져들게 되던 이야기. 영화와 음악에 관한 레퍼런스들은 이야기의 맥락을 풍요롭게 하고, 작가가 구사하는 유머는 불편하지 않으면서 가벼움과 웃음을 더했다. 언어적인 접근들도 흥미로웠는데, 스포일러를 담을 수는 없지만 후반부 외계인들의 움직임은 어떤 감동을 선사하기도 했다.이 세계는 늘 같은 방식으로 흘러가지만 잘 보면 어이없어서 우스꽝스러울 정도로 바보 같은 일이 반복된다. 모두가 고개를 외로 꺾고 사선으로 걸어간다면 나도 일단은 목을 기울여 게걸음을 쳐봐야 하나 싶은 것이 사람 사는 식이라지만, 나영은 기울어진 세상을 거절했다. 그녀는 매 순간 자신과 비슷한 믿음을 가진 이들을 알아보고 친구가 되었으며, 고개를 똑바로 세운 사람들의 세계로 가기 위해 질문과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
소설 말미의 드라마틱함을 현실에서 이루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용기 있는 평범한 사람들과 그들의 꾸준한 걸음을 향한 응원이 이야기 너머로 잔잔히 전해졌다. 어떠한 낡은 쇠사슬도 막을 수 없는 그들의 인터내셔널을, 김원우가 앞으로 그려낼 소설 속 인물들을, 기대하고 기다려본다. /최지인 편집자·래빗홀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