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환원 늘려라" 법인세 '당근'…방법론·수치 '빈칸'

주주 배당소득엔 분리과세? 稅공제?…기존 고배당株 역차별도 딜레마

정부가 주주환원 증가분에 대해 '법인세 완화 카드'를 꺼냈다. '증가분'으로 못 박은 것은 한국 증시의 저평가를 해소하기 위해 기업들이 자사주 소각이나 주주 배당에 더욱 전향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메시지로 읽힌다.

배당받는 주주에 대해서도 배당소득 세제 혜택을 예고했다.

기존보다 밸류업 세제지원 의지를 한단계 구체화한 것이지만, 세부적인 방법론이나 수치를 제시하지는 못했다. 실질적인 밸류업 실효성뿐만 아니라 세수(稅收) 변동분, 대주주와 일반투자자의 형평까지 고심할 지점이 많은 현실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기획재정부는 19일 기업이 배당·자사주 소각 등 주주환원을 늘릴 경우 증가액의 일정 부분에 대해 법인세 부담을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배당이 확대된 기업의 주주에게는 높은 배당소득세 부담을 경감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 주주환원 증가의 기준 ▲ 법인세 또는 배당소득세 감면 방식 ▲ 감면 규모 ▲ 지원 대상 기업 등에 대해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하지는 않았다.

기재부 관계자는 "주주환원 노력이 적극적인 기업에 한해 하겠다는 게 원칙"이라며 "시뮬레이션을 통해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정부가 이런 방향의 세제지원으로 기대하는 효과는 기업의 적극적인 주주환원과 이를 통한 우리 자본시장의 활성화다. 관건은 실효성이다.

어느 수준의 세제혜택이 기업의 주식가치를 높이는 묘책이 될지가 변수다.

과도한 현금배당이나 자사주 소각이 되레 기업이 성장성이나 투자를 줄이는 역효과를 내는 사례도 적지 않다는 점에서다.

배당과 자사주 소각에 대한 법인세 인센티브가 다른 선진국과 비교해 보편적인 조치인지도 고려할 대목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이런 지원이) 미국과 일본에는 없다"며 "미국은 분리과세를 하기 때문에 수요가 적다"고 설명했다.

배당소득 세제지원에서는 대주주와 1천400만 '개미투자자'의 수혜가 차별적이다.

기업의 현금배당 규모가 증가한다고 할지라도 배당소득은 상대적으로 지분율이 높은 대주주나 고소득층에 집중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2015년 도입됐던 고배당 기업의 배당소득세율을 낮춰주는 배당소득증대세제도 '부자감세' 논란 속에 일몰됐던 바 있다.

이 때문에 배당소득 세제지원의 방식이 핵심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현재는 이자·배당소득 등 금융소득 2천만원까지는 14%의 세율이 적용된다.

2천만원이 넘으면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이 되고 초과분에 대해 다른 소득과 합산돼 누진세율이 적용된다.

정부는 배당소득 세제혜택에 대해 세액공제나 소득공제, 분리과세 등 여러 방식을 열어두고 시나리오를 검토해 실용성 있는 방안을 찾겠다는 입장이다.

만약 배당소득 분리과세로 추진된다면 상대적으로 배당소득 절대액이 큰 고소득층과 대주주에 직접적인 혜택이 될 수도 있다.

기존 배당성향이 높았던 기업들에 대한 역차별 문제도 제기된다.

정부가 주주환원 '증가액'의 일정 부분에 대한 혜택을 주기로 했기 때문에 기존 주주환원에 인색했던 기업이 오히려 혜택을 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정부는 '전년 대비' 또는 '최근 3년 평균' 등의 제도 설계 등을 통해 세밀하게 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각종 감세 정책으로 계속되는 세수 감소 문제에 대해서 기재부 관계자는 "자본시장 활성화에 도움 되면 국가 전체적인 경제적 가치, 더 나아가 세수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