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청소년 유익·유해 환경의 경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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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일남 명지대 교수·한국청소년수련시설협회장심리학자 유리 브론펜브레너는 가족, 이웃, 학교, 매체, 더 나아가 문화나 관습 등과 같은 환경이 개인의 건강한 발달과 성장에 매우 중요하다는 생태체계이론을 제시했다. 사람을 사회적 동물이라고 하는 이유도 개인이 건강한 삶을 영위하는 데 필요한 생태적 환경의 영향력 때문이다.
청소년기는 이런 생태환경의 영향력에 근거해 사회화 과정을 겪게 되는 특별한 시기다. 청소년이 사회화를 위해 여기저기 보려는 곳이 많은 만큼 제약의 범위도 늘어난다. 특정 환경이 유익 또는 유해하다고 이분법적으로 구분할 수는 없다. 하지만 청소년에게는 특정 생태환경 또는 시설이 유익할 수도, 유해할 수도 있다. 경계선상에 있어 문제로 이어질 개연성이 커진다. 그래서 유해 매체, 유해 약물, 유해 업소 및 폭력과 학대 등으로부터 청소년을 보호해야 한다는 법까지 제정해 시행 중이다.유해한 생태환경으로부터 청소년을 보호해야 하는 건 분명하다. 하지만 청소년에게 유익한 환경이라고 할지라도 이용자가 목적과 달리 활용할 경우 유해환경이 돼 전혀 다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휴식공간으로 생겨난 룸카페에서 청소년 대상 성적 일탈행위가 발생했다는 게 그런 사례에 해당할 수 있다. 하지만 관리의 부재 탓인데도 이용자인 청소년의 문제행동만을 나무라는 식이 되면 곤란하다.
생활의 활력을 주는 게임도 과하면 중독이고 도박이다. 이처럼 처음 출발할 때는 유익함을 내세우며 우리의 삶에 뿌리를 내렸다가, 이제 과함의 우려가 늘고 있는 환경이 있다. 이처럼 청소년에게 유익한 환경인지, 유해한 환경인지 결정짓는 경계선은 종이 한 장 차이라고 할 수 있다. 관리 방법에 대한 고민이 더 중요한 이유다.
청소년의 무책임성이 연일 사회적 쟁점화되고 있지만 술, 담배, 도박, 약물과 유해업소에 맞서 청소년의 신체·정신 건강의 안정화를 추구하려는 사회적 노력은 충분했는지 우선 고려해 봐야 한다. 신·변종업소에서 청소년의 불법적 이용을 철저히 차단하려는 노력보다 청소년의 문제 행동을 부각하는 데 치중한다면 온전한 해결책을 절대 찾을 수 없다.
특히 청소년 문제를 다룰 때는 유해환경 관리 소홀의 문제점에 정책의 무게를 더 실어야 한다. 국가와 지역사회가 청소년을 보호할 책무가 크기 때문이다. 지금의 사회에는 청소년을 현혹하는 문제 요소가 너무 많다. 청소년들이 생활하는 여러 환경을 건강하게 만들지 못하면 청소년은 현재에 지쳐 미래를 향한 꿈을 포기하게 된다. 건강한 청소년보호의 장을 위해서는 어른들이 생태학적 환경을 유익하게 조성하고 유지하기 위한 사회적 규칙을 세워 준수해야 한다. 또 사회적 규약으로서 유익·유해의 경계선을 강화하는 노력에 앞장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