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 있어도 새와 물고기, 노루는 괜찮단다 '꼭 가볼 파주 8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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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에서 경기도 파주를 응시한다. 가까이 위쪽은 북한 개성, 그 아래 조금 더 멀리 서울이다. 언젠가 군사분계선이 사라지면 파주는 교통요충지가 될 테지만 새와 물고기, 노루는 괜찮단다. 숲은 깊고, 강은 맑아서.
마장호수출렁다리
사랑하는 사람들은 자의든 타의든 좀 부지런해지기 마련이다. 토요일 이른 아침, 마장호수에는 다양한 연령대의 연인들이 모여들었다.
어디 연인뿐인가. 나이 든 엄마를 모시고 산책을 나선 자녀도 있고, 어린 자녀를 데리고 마장호수에 들른 부모도 있다. 아름다운 풍경을 함께 나누려는 마음이 영근다. 2018년 농업용 저수지에서 체류형 수변 테마 체험공간으로 조성된 마장호수는 이제는 명실공히 파주를 대표하는 관광 명소가 되었다. 호수에는 220m의 출렁다리가 그림처럼 너울대고, 호수를 뺑 도는 3.6km의 물길 산책로도 환영받는다. 카누, 카약 등 수상레저도 즐길 수 있으니 나이 불문하고 즐겨 찾을밖에.경기 파주시 광탄면 기산로 313보광사
가을 단풍 곱기로 소문난 고령산, 이맘때에 오르면 계곡물 소리가 우렁차다. 파주에서 감악산 다음으로 높은 고령산, 서쪽 기슭에는 천년고찰 보광사가 있다. 산행하는 사람들과 절에 가려는 사람들 사이에 섞여 일주문을 지나면 졸졸졸, 콸콸콸 계곡물 소리가 객을 반긴다.
894년(신라 진성왕 8)에 창건된 보광사는 조선시대 임진왜란을 겪으며 폐허가 된 것을 1622년(광해군 14)에 중수했다. 중후한 멋을 드러내는 대웅보전(경기도 유형문화재 제83호) 벽면에는 거대한 코끼리를 탄 보현보살이 빛바랜 벽화로 남아 시선을 끈다. 전각 바로 옆에는 영조의 생모 숙빈 최씨의 신위를 모신 어실각과 영조가 심은 것으로 전해지는 향나무도 자리한다.경기 파주시 광탄면 보광로474번길 87
지혜의숲
마치 성지순례를 하듯 책을 좋아하는 이에게는 걸음마다 설레는 곳. 국내 유수의 출판사, 인쇄사, 지류회사 등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파주출판문화단지는 우리나라를 넘어 세계적인 문화도시로 주목받는다.
아름다운 시대정신과 내일을 여는 지혜로 가득한 이곳에는 200채의 건축 예술이 운집해 또 다른 여행의 멋을 돋운다. 그중 아시아출판문화정보센터 1층에 위치한 ‘지혜의 숲’은 단연코 랜드마크. 벽면을 수놓은 책장은 천장까지 닿고 그 안에는 학자, 지식인이 평생에 걸쳐 읽고, 학습한 책들이 기증되어 있다. 어떤 지혜가 필요한가? 공유서재에서 찾아보자.경기 파주시 회동길 145 아시아출판문화정보센터
헤이리예술마을
미술가, 음악가, 작가, 건축가 등 380여 명의 예술·문화인이 회원으로 참여해 둘도 셋도 없는 예술마을을 탄생시켰다.
49만5868㎡ 규모의 헤이리예술마을에는 각각 다른 분야의 문화예술인이 모여 살며 작업실, 미술관, 박물관, 갤러리, 공연장 등을 바탕으로 그네들의 예술적인 삶을 꽃피우고 있다. 그 자체의 삶이 매력점이 되어 많은 사람이 파주 하면 빼놓지 않고 들르는 명소기도 하다. 지난 2021년 7월에는 개방형 수장고 등을 갖춘 ‘국립민속박물관 파주’가 마을에 문을 열었다.경기 파주시 탄현면 헤이리마을길 70-21, 헤이리 갈대광장파주 이이 유적
이 사람은 누구일까? ‘조선시대 아홉 번의 과거에 장원급제해 ‘구도장원공’으로 불렸다. 사헌부 대사헌, 대제학, 호조·병조·형조·이조 판서 등 요직을 두루 역임하고 대동법 실시, 십만양병설 등을 주장했다.
바로 조선 중기 대학자, 율곡 이이다. 파주는 율곡 이이의 본향으로 여섯 살에 강릉에서 파주로 옮겨와 살면서 성장했다. ‘파주 이이 유적(사적 제525호)’에는 선생을 배향(학문과 덕행을 추모하는 일)하는 자운서원과 어머니 신사임당을 비롯한 14기의 가족 묘역이 자리 잡고 있다. 백성에게는 어진 정치인, 어머니에게는 효심 깊은 아들이었던 율곡 이이. 자운서원 경내에 자리한 느티나무 두 그루가 선생을 닮아 수려하다.경기 파주시 법원읍 동문리
오두산통일전망대
‘여기부터는 우리 땅, 저기부터는 너네 땅이니까 넘어 오지 마’라고 표시한 선이 군사분계선이다. 경계선 남북에는 각각 2km의 비무장지대가 설정되어 있다.
오두산통일전망대에 오르면 망원경 너머 가볼 수 없는 그 땅이 손에 닿을 듯 가깝다. 우리는 어쩌면 태풍의 눈 속에서 몇 십 년을 보내고 있는 걸까? 하늘은 맑고 임진강은 유유히 흐르는데 보이지 않는 긴장감은 여전히 팽배하다. 태극기가 바람에 펄럭이는 오두산통일전망대에서 한민족을 가르는 보이지 않는 선을 떠올린다. 보지 않아도 괜찮은 사이라면 굳이 선을 그어 가로막는 이유는 무엇일까?경기 파주시 탄현면 필승로 369
임진각평화누리공원
대나무로 만든 거대한 조형물의 이름은 ‘통일바라기’. 임진각평화누리공원 바람의 언덕에는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바람이 부나 북쪽을 바라본 채 통일바라기가 서 있다.
지금은 안보관광지가 된 ‘임진각’(임진각국민관광지)이지만 1972년 실향민의 마음을 달래기 위해 민간인이 갈 수 있는 가장 끝 지점에 임진각을 세웠다. 오늘날까지 휴전 상태인 우리 민족에게 임진각은 아픔이자 그리움이며 살아있는 역사 현장이다. 6·25전쟁 중 폭파된 임진강 철교, 경의선 장단역 증기기관차, 자유의 다리 등 전쟁 유물들과 통일바라기가 세워진 평화누리공원, 임진각평화곤돌라 등의 시설이 들어서며 많은 사람이 찾고 있다.경기 파주시 문산읍 마정리 1355용미리마애이불입상
고개를 한껏 쳐들어야 볼 수 있는 산기슭 불상. 일자로 그어진 큰 눈은 웃음을 짓고 있는 듯 자애롭고 순박해 보이는 큰 코에 간절한 기도를 하는가, 굳게 닫은 입술에 두 손을 가지런히 모았다.
천연 암석의 생긴 모습 그대로 불상을 조각해 우직한 정성과 함께 토속적 분위기를 전하는 ‘파주 용미리 마애이불입상(보물 제93호)’은 고려시대 지방화된 불상 양식을 연구하는 귀중한 자료기도 하다. 지방민의 구전에 의하면 왼쪽의 둥근 갓을 쓴 원립불은 남상, 네모난 갓을 쓴 방립불은 여상이라 한다.경기 파주시 광탄면 용미리 산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