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형재의 새록새록] 칼바람 부는 바닷가에서 만난 귀한 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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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타기 명수 흰줄박이오리·목에 스카프 두른 흑기러기 매년 찾아와
바닷가 카페 우후죽순 들어서고 관광객 늘면서 안식처 위기 매년 겨울 강원 동해안의 바닷가에서 만날 수 있던 겨울 진객이 봄을 맞아 북쪽의 고향으로 돌아갔다. 요즘 바다와 마주한 카페가 잇따라 들어서면서 관광지로 뜨는 고성군의 한 바닷가.
이곳은 겨울철이면 국내 다른 곳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겨울 철새 흑기러기를 볼 수 있는 몇 안 되는 곳이다.
흑기러기는 천연기념물이자 환경부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으로 지정된 보호종으로 겨우내 이곳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며칠 머물고 떠나기 때문에 아쉬움이 많은 겨울 진객이다. 만나기 힘들어서 만남은 더욱 귀하고 소중하다.
최근 봄을 맞아 북쪽으로 향하던 흑기러기 8마리가 중간 기착지로 이곳에 들렀다.
봄이지만 거세게 찬 바람이 불고 파도가 높게 치던 날 백사장에 가만히 앉아 움직이지 않고 기다리니 파도를 타면서 고고한 자태의 흑기러기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목에 흰 스카프를 두른 듯 목 띠가 특징인 흑기러기는 겨울 바다의 귀한 손님이다.
이날 흑기러기는 3∼4마리씩 무리 지어 백사장 가까운 곳의 갯바위까지 와 먹이활동을 하는 탓에 살금살금 물러나 카메라에 담아야 할 정도였다.
특히, 주변의 동료를 부르는지, 아니면 경계 신호를 내는 건지 모르는 특유의 울음소리와 미역 등 해초류를 뜯어 먹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것은 손이 떨어져 나갈 듯한 꽃샘추위도 잊게 할 정도의 행운이었다. 흑기러기들은 2∼3곳의 갯바위로 나뉘어 먹이활동을 하다 또다시 거친 파도를 능숙하게 타며 해초를 먹을 다른 갯바위로 이동했다.
그러다 갯바위를 선점한 갈매기와 약간의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고, 다른 무리에게는 올라오지 못하게 내쫓기도 했다.
이들 흑기러기는 이번 겨울이 시작된 지난해 11월 하순 이곳에서 관찰된 무리로 추정된다. 겨울이 되자 남쪽으로 향하다 들렀던 무리가 봄이 되자 다시 북쪽으로 향하면서 이곳을 잊지 않고 들른 것으로 보인다.
당시 흑기러기 9마리가 동시에 관찰되면서 탐조객이 몰리기도 했다.
하루 이틀 머물던 흑기러기들은 이곳을 떠났고 이후 1∼3마리 정도가 드문드문 관찰됐으나 역시 오래 머물진 않았다.
흑기러기는 예전에는 강릉 주문진과 사천, 경북 포항 등에서도 여러 개체가 관찰되기도 했으나 만나기가 점점 어렵다.
국립생태원 자료에 따르면 희귀한 겨울 철새인 흑기러기는 매년 우리나라를 찾는 개체수의 변동이 크며 이동 시기 동·서해안 관찰이 가능하다.
이날 흑기러기와의 만남은 춥고 날이 어두워짐에 따라 아쉽게도 1시간여만에 끝났다.
이제 흑기러기는 올해 겨울이 다가와야, 그것도 운이 좋아야만 만날 수 있다.
흑기러기가 찾는 고성의 바닷가는 물이 빠지면 갯바위까지 사람이 접근할 수 있어 낚시꾼뿐 아니라 주말과 휴일이면 관광객의 발길도 이어진다. 특히 이곳은 희소성과 목각 인형 같은 수컷의 독특한 외모로 탐조객에게 인기가 많은 파도타기의 명수 흰줄박이오리가 겨울을 나는 곳이기도 하다.
낚시꾼과 관광객의 발길이 갯바위로 향하면 백사장 가까운 바다와 갯바위에서 쉬거나 먹이활동을 하던 흑기러기와 흰줄박이오리는 이들을 피해 더 먼바다로 나가거나 더 빨리 이곳을 떠나게 된다.
지금 이곳은 관광객의 발길이 이어지면서 바닷가에 건물이 우후죽순 들어서고 카페가 차려지는 등 개발 붐이 불면서 위협받고 있다.
흑기러기와 흰줄박이오리가 찾던 해안이 이처럼 개발되면서 주 먹이원인 해조류, 수생식물 등이 감소하면 철새들로부터 외면받게 된다.
매년 겨울이면 잊지 않고 찾아오는 반가운 이들도 이곳의 환경이 변하면 이곳을 떠나거나 포기할 수도 있다. 그러면 우리는 흑기러기나 흰줄박이오리를 책이나 추억 속에서나 만나게 될지 모른다. /연합뉴스
바닷가 카페 우후죽순 들어서고 관광객 늘면서 안식처 위기 매년 겨울 강원 동해안의 바닷가에서 만날 수 있던 겨울 진객이 봄을 맞아 북쪽의 고향으로 돌아갔다. 요즘 바다와 마주한 카페가 잇따라 들어서면서 관광지로 뜨는 고성군의 한 바닷가.
이곳은 겨울철이면 국내 다른 곳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겨울 철새 흑기러기를 볼 수 있는 몇 안 되는 곳이다.
흑기러기는 천연기념물이자 환경부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으로 지정된 보호종으로 겨우내 이곳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며칠 머물고 떠나기 때문에 아쉬움이 많은 겨울 진객이다. 만나기 힘들어서 만남은 더욱 귀하고 소중하다.
최근 봄을 맞아 북쪽으로 향하던 흑기러기 8마리가 중간 기착지로 이곳에 들렀다.
봄이지만 거세게 찬 바람이 불고 파도가 높게 치던 날 백사장에 가만히 앉아 움직이지 않고 기다리니 파도를 타면서 고고한 자태의 흑기러기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목에 흰 스카프를 두른 듯 목 띠가 특징인 흑기러기는 겨울 바다의 귀한 손님이다.
이날 흑기러기는 3∼4마리씩 무리 지어 백사장 가까운 곳의 갯바위까지 와 먹이활동을 하는 탓에 살금살금 물러나 카메라에 담아야 할 정도였다.
특히, 주변의 동료를 부르는지, 아니면 경계 신호를 내는 건지 모르는 특유의 울음소리와 미역 등 해초류를 뜯어 먹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것은 손이 떨어져 나갈 듯한 꽃샘추위도 잊게 할 정도의 행운이었다. 흑기러기들은 2∼3곳의 갯바위로 나뉘어 먹이활동을 하다 또다시 거친 파도를 능숙하게 타며 해초를 먹을 다른 갯바위로 이동했다.
그러다 갯바위를 선점한 갈매기와 약간의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고, 다른 무리에게는 올라오지 못하게 내쫓기도 했다.
이들 흑기러기는 이번 겨울이 시작된 지난해 11월 하순 이곳에서 관찰된 무리로 추정된다. 겨울이 되자 남쪽으로 향하다 들렀던 무리가 봄이 되자 다시 북쪽으로 향하면서 이곳을 잊지 않고 들른 것으로 보인다.
당시 흑기러기 9마리가 동시에 관찰되면서 탐조객이 몰리기도 했다.
하루 이틀 머물던 흑기러기들은 이곳을 떠났고 이후 1∼3마리 정도가 드문드문 관찰됐으나 역시 오래 머물진 않았다.
흑기러기는 예전에는 강릉 주문진과 사천, 경북 포항 등에서도 여러 개체가 관찰되기도 했으나 만나기가 점점 어렵다.
국립생태원 자료에 따르면 희귀한 겨울 철새인 흑기러기는 매년 우리나라를 찾는 개체수의 변동이 크며 이동 시기 동·서해안 관찰이 가능하다.
이날 흑기러기와의 만남은 춥고 날이 어두워짐에 따라 아쉽게도 1시간여만에 끝났다.
이제 흑기러기는 올해 겨울이 다가와야, 그것도 운이 좋아야만 만날 수 있다.
흑기러기가 찾는 고성의 바닷가는 물이 빠지면 갯바위까지 사람이 접근할 수 있어 낚시꾼뿐 아니라 주말과 휴일이면 관광객의 발길도 이어진다. 특히 이곳은 희소성과 목각 인형 같은 수컷의 독특한 외모로 탐조객에게 인기가 많은 파도타기의 명수 흰줄박이오리가 겨울을 나는 곳이기도 하다.
낚시꾼과 관광객의 발길이 갯바위로 향하면 백사장 가까운 바다와 갯바위에서 쉬거나 먹이활동을 하던 흑기러기와 흰줄박이오리는 이들을 피해 더 먼바다로 나가거나 더 빨리 이곳을 떠나게 된다.
지금 이곳은 관광객의 발길이 이어지면서 바닷가에 건물이 우후죽순 들어서고 카페가 차려지는 등 개발 붐이 불면서 위협받고 있다.
흑기러기와 흰줄박이오리가 찾던 해안이 이처럼 개발되면서 주 먹이원인 해조류, 수생식물 등이 감소하면 철새들로부터 외면받게 된다.
매년 겨울이면 잊지 않고 찾아오는 반가운 이들도 이곳의 환경이 변하면 이곳을 떠나거나 포기할 수도 있다. 그러면 우리는 흑기러기나 흰줄박이오리를 책이나 추억 속에서나 만나게 될지 모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