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미국, 수소 인프라 구축에 1조달러 이상 필요 [원자재 포커스]

수소 에너지 전환에 상당한 수요 필요
유럽·美, 인프라 구축 동반되어야
'러 의존도 줄이자' 캐나다·獨, 수소 생산 협력

미국과 유럽이 수소 에너지를 대중화하는데 1조달러(약 1338조원) 이상 비용을 지출해야 할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수소 에너지로 전환 가능성을 놓고선 전문가 간 의견이 엇갈리는 모습이다.18(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엠마누일 카카라스 미쓰비시 부사장은 이날 미국 텍사스주에서 S&P글로벌 주최로 열린 에너지 컨퍼런스 세라위크에서 "수소 에너지로 전면적인 전환을 하려면 상당한 신규 수요가 필요하고, 이는 비용 절감을 위한 인프라 투자를 통해 함께 이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유럽과 미국이 수소 연료의 광범위한 사용을 가능하게 하려면 인프라 구축에 1조 달러 이상을 지출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수소 에너지의 수요를 끌어올리려면 비용이 낮아져야 하는데, 이를 위해선 선진국이 상당한 인프라 투자를 동반해야 한다는 의미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카카라스 부사장은 "유럽 정부가 수소 연료에 7500억달러를 투입했고,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소법(IRA) 수소 프로젝트 자금까지 합치면 화석 연료에서 청정 연료로의 전환을 실현하기에 충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그는 또한 "유럽에서 새로운 인프라 투자가 2035년까지 더 많은 수소를 사용하도록 촉진할 것"이라며 "미국의 탄소 포집 및 저장 기술과 결합한다면 에너지 전환이 실현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수소는 지구 온난화가 국제문제로 대두되자 새로운 에너지원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고갈 가능성이 없고 오염 물질도 배출하지 않아서다. 글로벌 컨설팅그룹 맥킨지는 세계 수소 시장 규모가 연평균 9.2% 성장해 2050년에는 2조5000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날 독일과 캐나다는 러시아에 대한 에너지 자원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양국 수소 생산업체 간 거래를 지원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기도 했다. 캐나다 천연자원부는 "캐나다는 유럽 동맹국들과 협력해 러시아산 석유 및 가스 수입을 대체하고 청정 캐나다산 수소로 기후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며 "캐나다는 세계 최고의 청정 수소 생산 및 수출국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높은 생산 비용이 여전히 걸림돌이다. 수소의 운송 비용을 낮추는 등 숙제가 남아있다. 이에 수소 경제 버블(거품) 우려도 나온다.

실제 2022년 수소 기업 주가를 추종하는 S&P켄쇼 수소 지수는 미국의 대표 지수인 S&P500 지수보다 실적이 저조했다.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타격을 받은 것이다.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의 아민 나세르 최고경영자(CEO)는 같은 자리에서 "현실적으로 에너지 전환 전략은 대부분의 전선에서 눈에 띄게 실패하고 있다"면서 "수소는 장기적으로 상당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석유와 비교하면 배럴당 200~400달러의 비용이 더 든다"고 지적했다.

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