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추가 금리인상 놓고 '의견 분분'…전 세계 여파 가능성도

"경제 취약·인플레 둔화" vs "임금인상·조기 인상으로 여지 남아"
미 국채 등 해외투자 촉각…'엔 캐리 트레이드'도 변화 가능
일본이 17년 만에 처음으로 금리를 인상한 이후 투자자와 전문가들 사이에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이 언제 추가로 올릴지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이들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인플레이션과 전쟁하던 것처럼 공격적으로 인상하지 않을 것이라는 데 동의하면서도, 얼마나 더 올릴지를 놓고는 의견 일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20일 보도했다.

전날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도 8년간의 마이너스 금리 종료를 알린 후 이런 의견 불일치와 관련해 양쪽 주장에 충분한 명분을 줬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통화 거래자들은 현재로서는 양호한 금융 여건이 유지될 것이라는 우에다 총재와 일본은행의 의견에 주로 초점을 맞췄다. 이러한 태도는 엔화 가치가 1% 이상 하락해 미국 달러당 150엔을 넘는 데 일조했다.

애널리스트들은 블룸버그통신 조사에서 올해 말 일본은행의 정책 목표 금리를 0.1%로 예상했고, 이는 대다수가 추가 금리 인상을 기대하지 않음을 드러냈다.

그러나 추가 금리 인상이 끝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견해도 많다. 우에다 총재는 금리와 관련해 오랫동안 유지돼온 컨센서스, 즉 4월 대신 이달에 인상을 단행하면서, 경제 지표가 뒤따른다면 올해 추가로 금리를 올릴 여지를 확보했다는 것이다.

일본의 실질 금리를 보면 양호한 금융 여건이 지속되면서 금리를 올릴 여지가 많다는 점도 있다.

이코노미스트들의 2월 인플레이션 추정치는 2.9%였는데, 이는 최근 실질 금리로는 -2.8%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블룸버그 조사에서 이코노미스트들은 일본은행의 금리인상 사이클의 최종 수준이 0.5%라고 밝혔지만, 그들의 전망은 두루 분포해 있다.

예를 들어 소니 파이낸셜 그룹의 칸노 마사아키는 2%를 보고 있고, 이토추 연구소의 다케다 아츠시는 2.5%를 목표로 하고 있다.

추가 인상을 기대하는 사람들은 또 높은 임금 인상을 꼽고 있다.

일본 최대 노동조합 조직 '렌고'(連合·일본노동조합총연합회)는 지난 15일 중간 집계에서 평균 임금 인상률이 작년 같은 시점보다 1.48%포인트 높은 5.28%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오는 7월 최종 집계에서도 인상률이 5%대를 유지하면 1991년 5.66% 이후 33년 만에 5%를 웃돌게 된다.

이와 관련해 BNP파리바의 이코노미스트 고노 류타로는 19일 보고서에서 임금 인상이 물가 상승을 촉진하면 금리 인상이 더 빨라질 수 있다며 이럴 경우 "내년 말까지 금리는 1%를 넘을 것"이라고 썼다.

또 "다음 달 이후 환율이나 인건비가 물가에 전가되는 방식에 따라 추가 금리 인상이 7월로 앞당겨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이이치생명연구소의 구마노 히데오 이코노미스트는 중소기업의 임금 인상, 유가 상승, 정부 물가안정 조치 종료 등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추가 인상이 예상된다며 다음 인상이 10월이나 12월에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반론도 여전히 만만치 않다.

일본의 경제 성장이 여전히 부진하고, 인플레이션이 둔화하고 있으며, 다른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곧 금리 인하를 시작할 것이라는 점이다.

핀란드은행 신흥국경제연구소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툴리 매컬리는 일본은행으로서는 지금 행동에 나섰어야 했다며 "앞으로 한 달만 지나더라도 상황을 정상화할 기회를 잃을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편, 블룸버그통신은 일본은행의 소폭 금리 인상이 전 세계에 큰 파급 효과를 미칠 수도 있다고 봤다.

블룸버그는 지금까지 시장은 주요 경제국과의 수익률 차이가 여전히 커 별 동요 없이 받아들였지만, 장기적인 영향은 불확실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미국 국채와 싱가포르 주식, 유럽의 발전소들에 투자해 둔 일본의 막대한 자금이 어떻게 될지가 큰 의문점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투자자들은 초저금리인 일본에서 돈을 빌려 외화자산에 투자하는 '엔 캐리 트레이드'에 활용해 왔는데 이런 상황도 바뀔 수 있게 됐다.

블룸버그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40%가 일본은행의 조치가 해외 자산의 대규모 매각을 촉발할 것으로 봤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일본은행이 이미 시장에 이런 변화에 대해 누차 경고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