깔깔대며 웃다가 섬뜩해진다, 영화 [슬픔의 삼각형]

[arte] 정대건의 소설처럼 영화읽기

영화
슬픔의 삼각형 포스터 ⓒ네이버 영화
영화가 시작되면 상체를 탈의한 남성 모델들이 북적거리는 오디션 대기실이다. 인터뷰어는 남자 모델에게 부모님이 모델이 된다고 했을 때 찬성했느냐고 묻는다. “여자 임금의 3분의 1밖에 되지 않고 툭하면 작업 거는 게이들을 상대해야 하는데도?” 인터뷰어는 모델들에게 짓궂게 ‘발렌시아가 표정’과 ‘H&M 표정’을 지어 보이라고 하는데 이는 <슬픔의 삼각형>의 풍자적인 분위기를 강렬하게 드러낸다.
영화 &lt;슬픔의 삼각형&gt; 스틸컷 ⓒ네이버 영화
스웨덴의 루벤 외스틀룬드 감독은 <더 스퀘어>에 이어 <슬픔의 삼각형>으로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연달아 수상했다. 두 작품 모두 백인 선진국의 위선을 풍자하는 블랙 코미디다. 이전까지 칸 영화제의 총애를 받는다고 자자하던 것은 다르덴 형제 감독이었다.주로 유럽의 난민이나 빈곤과 같은 문제에 대해 다큐멘터리처럼 사실적으로 연출하던 감독들이다. 칸 영화제의 경향이 옮겨간 것일까? 황금종려상을 연달아 수상한 것을 보면, 날카로운 풍자로 심사위원들을 뜨끔하게 만드는 것이 효과적이었던 것 같다.

<슬픔의 삼각형>에서 루벤 외스틀룬드 감독은 대놓고 3막으로 구성된 사회 실험을 한다. 1부의 무대는 유럽의 일상적인 도시다. 모델 커플인 칼과 야야는 젠더 이슈로 첨예하게 다툰다. 모델 업계는 드물게도 남성이 여성보다 임금이 적고 대우도 받는 업계이다. 수입이 더 좋은 쪽은 여성인 야야이지만 두 사람은 남성과 여성의 사회적인 데이트 역할 모델에 사로잡혀 있다. 데이트 비용을 내지 않는 야야에게 칼은 공평하지 않다며 지질하게 따진다. 남녀 간의 사랑에 돈이 문제가 되는 것이다.
영화 &lt;슬픔의 삼각형&gt; 스틸컷 ⓒ네이버 영화
2부의 무대는 바다 위를 항해 중인 럭셔리한 크루즈 안이다. 칼과 야야 커플은 럭셔리한 크루즈에 인플루언서로 초청받았다. 호화 크루즈에는 비싼 돈을 지불한 탑승객, 그들을 접객하는 승무원들, 그리고 청소부들이 있다. 이들은 철저하게 계급화되어 있는데, 이들 역시 돈의 거래로 이루어진 역할 모델을 성실히 수행한다. 3부의 무대는 무인도다. 루벤 외스틀룬드 감독은 본격적으로 사회 실험을 한다. 크루즈가 난파되어 먹을 것이 없는 무인도, 돈이 아무 효용 가치가 없는 환경에서 크루즈의 청소부였던 나이 많은, 동남아시아계, 여자인 애비게일이 가장 생존(사냥과 요리)에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고 ‘캡틴’이 된다. 계급이 완전히 역전된 것이다. 사회적 배경이 작동하지 않는 무인도를 무대로 사회 실험을 하는 이야기는 완전 새로운 것은 아니다. 그러나 1부에서부터 잘 쌓아놓은 레이어 덕분에 이 전복이 새로운 재미를 준다.
[위] 영화 &lt;슬픔의 삼각형&gt; 스틸컷, [아래] &lt;기생충&gt; 스틸컷 ⓒ네이버 영화
호화 크루즈에서의 계급구조가 무인도에서 역전된다는 점에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을 떠올리게 만든다. 영화는 시종일관 끊임없이 웃다가 치밀하게 설계된 결말에 가서는 서늘함을 느끼게 만든다. 이 영화를 즐겁게 감상했다고 말하는 관객마저도 그 지적인 허영을 풍자할 것만 같은, 날카로운 블랙 코미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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