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업계 초긴장 상태"…김택진 '엔씨 쇄신' 칼 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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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톱 체제'로 경영 효율화 나서실적 악화에 직면한 엔씨소프트가 경영 전반을 뜯어고친다. 창업자인 김택진 대표(사진)가 게임 개발에, 박병무 대표 내정자는 신성장 동력 발굴에 집중하는 공동 대표 체제를 구축한다. 리니지의 성공을 이을 만한 지식재산권(IP)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3조원이 넘는 순자산을 활용해 인수합병(M&A)에도 나설 예정이다.
게임 개발은 김 대표가 진두지휘
박병무 대표는 新사업에 집중
"괜찮은 M&A 있으면 진행할 것"
엔씨소프트는 20일 김 대표와 박 내정자가 참석한 미디어 설명회를 열었다. 박 내정자는 오는 28일 주주총회를 거쳐 대표직에 오를 예정이다. 엔씨소프트가 창업자인 김 대표 단독 체제에서 벗어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공동 대표를 두는 이유에 대해 김 대표는 “작년 글로벌 게임 시장 성장이 멈췄고, 이용자 취향도 빠르게 변하고 있다”며 “게임업계는 불안한 변화로 인해 대책을 마련하느라 초긴장 상태”라고 말했다.엔씨소프트는 실적 부진과 신작 가뭄이란 이중고에 빠진 상태다. 이 회사는 지난해 매출 1조7798억원, 영업이익 1373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보다 각각 31%, 75% 줄었다. 간판 게임인 리니지 시리즈의 수익성이 나빠진 탓이다. 반전 카드로 지난해 12월 국내에 출시한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인 ‘쓰론앤리버티(TL)’도 흥행에 실패했다. 김 대표는 “코로나19 유행으로 신작 개발 기간이 길어지면서 작품의 신선도가 시장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문제가 생겼다”고 설명했다.
국내와 달리 해외에선 신작들의 성적이 좋을 것이란 게 김 대표의 기대다. 엔씨소프트는 아마존게임즈를 통해 TL의 해외 공급을 준비하고 있다. 해외 게이머 호응이 미지근한 이용자 간 대결(PvP)을 제한하는 쪽으로 TL의 콘텐츠도 수정했다. 2021년 내놓은 또 다른 MMORPG인 ‘블레이드앤소울2’도 지난해 12월 중국 서비스 권한인 판호를 받아 현지 서비스를 준비하는 단계다. 김 대표는 “두 게임의 국내 성적이 기대에 못 미치면서 엔씨소프트에 대한 신뢰가 손상됐다”면서도 “MMORPG는 여전히 건재하고 해외에서도 이용자 기반이 충분하다”고 평가했다.M&A 계획도 밝혔다. 엔씨소프트의 게임 포트폴리오를 넓힐 수 있는 국내외 게임사가 우선 목표다. 박 내정자는 “M&A로 기업 가치를 키우는 것이야말로 지속 가능한 주주가치 증대 방안”이라며 “게임 외 영역에서도 사업적 시너지를 낼 수 있다면 투자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기준 순자산으로 약 3조3000억원가량을 보유하고 있어 투자에 쓸 재원은 충분하다는 게 이 회사의 설명이다.
일부 주주들이 요구하는 NC 다이노스 야구단 매각과 관련, 박 내정자는 “마케팅이나 인재 확보 측면에서 야구단 운영은 긍정적인 면이 더 크다”고 말했다. 5800억원을 들이는 경기 성남시 신사옥 착공도 예정대로 진행하기로 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