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의대 2000명 배분 확정…후속 개혁 차질 없이 추진해야

정부가 전국 40개 의대의 2025학년도 입학 정원을 발표하며 의대 증원 2000명 배분을 확정했다. 늘어나는 2000명 가운데 82%(1639명)는 비수도권, 18%(361명)는 경기·인천권에 배정했다. 서울 지역 의대 정원은 한 명도 늘리지 않았다. 의대 증원의 핵심 목표 중 하나가 ‘지방 의료 살리기’란 걸 분명히 한 것이다.

각 대학은 이에 따라 학칙 개정 등을 거쳐 늦어도 5월 말까지 내년도 신입생 모집 요강을 공개해야 한다. 의대 증원 문제가 정부 손을 떠나 더 이상 돌이킬 수 없는 기정사실이 된 것이다. 정부는 전공의 파업이 한 달 넘게 이어지고 의대 교수들마저 집단사직을 예고하는 등 장기화 조짐을 보이는 의료 현장의 혼란을 조기에 매듭짓기 위해 배분 작업을 서두른 것으로 알려졌다. 의대 증원을 되돌리기 어려워진 만큼 이제 남은 과제는 의료개혁을 위해 국가적 역량과 지혜를 모으는 일이다. 정부는 대규모 의대 증원의 명분으로 ‘필수·지방의료 살리기’를 제시해왔다. 그에 맞는 후속조치를 차질 없이 이행해야 한다. 지금도 전국 의대 정원 3058명 가운데 수도권이 1035명(33.8%), 비수도권이 2023명(66.2%)으로 지방이 더 많다. 하지만 지방의대 졸업생 절반가량은 수도권 병원에서 인턴 수련을 받고 있다. 특히 경북 지역 의대 졸업생은 수도권에서 인턴 과정을 받는 비율이 90%에 달한다. 수도권 선호 현상에 더해 지방 의대에 수련병원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을 못 바꾸면 정부가 아무리 지방 의대 정원을 늘려도 지방 의료 인력 확충은 공염불에 그칠 수밖에 없다. 지방 의대 졸업생이 지역에서 수련받고 그 지역에 남을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야 한다. 지방에 서울 ‘빅5 병원’ 수준의 거점병원과 수련병원을 늘릴 필요가 있다.필수의료도 마찬가지다. 국민 생명과 건강에 필수적인 흉부외과, 내과, 산부인과, 소아과 등이 기피 과로 전락한 지 오래다. 필수의료 수가를 올리는 방향으로 보수체계를 바꿔야 한다. 증가한 의대 정원에 맞게 대학 강의실과 실습 공간을 늘리고 교수진을 확충하는 작업도 서둘러야 한다.

의사들도 이제 집단행동을 멈추고 의료개혁을 위해 정부와 머리를 맞대야 할 때다. 필수·지방의료 살리기는 의료 현장의 목소리가 담기지 않으면 어렵다. 마침 윤석열 대통령은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를 만들겠다며 의료계와 대화 창구를 열어뒀다. 하루속히 환자 곁에 돌아와 국민 건강을 지켜달라는 게 대다수 국민의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