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증원 배분 '속전속결'…정부 "절대 타협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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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개혁 대국민담화정부가 전공의 집단 사직이 본격화한 지 정확히 한 달 만에 2000명의 의대 정원 배분 결과를 발표하면서 의정 갈등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아직 1만 명에 달하는 전공의들이 병원을 떠난 뒤 돌아오지 않고 있고, 교수들마저 사직을 예고하는 등 강력한 저항이 예상되는 상황에서도 정부가 증원 규모를 둘러싼 타협의 여지를 없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 제기돼 온 타협 불가피론을 불식하고 4월 총선에 상관없이 의료개혁을 끝까지 밀어붙이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韓총리 "2000명은 최소 숫자"
단계적 증원 등 타협 여지 없애
총선 상관 없이 개혁 완수 의지
미용성형도 수술대 오를 수도
"압박 거세져 협상론 고개들 것"
○증원 철회 가능성 원천 배제한 정부
정부는 2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한덕수 국무총리 명의의 ‘의료개혁 관련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고 2000명의 의대 정원 배분 결과를 발표했다. 정부의 의대 증원 방침에 반발한 전공의들이 지난달 20일 집단으로 사직서를 제출하며 병원을 떠난 지 한 달, 정원 배정을 위한 심사위원회를 연 지 5일 만에 ‘속전속결’로 증원 여부를 확정한 것이다. 대학별 증원 규모를 발표한 이상 정원 확대는 돌이킬 수 없어졌다. 정부가 갈등의 핵심인 의대 증원 여부에 대해 타협 가능성을 없애고 ‘퇴로’까지 끊어버린 셈이다. 한 총리는 대국민 담화에서 “2000명은 의사 부족을 해소하기 위한 최소한의 숫자”라며 “정치적 손익에 따른 적당한 타협은 결국 국민의 피해로 돌아간다”고 밝혔다.정부가 당초 3월 말에서 4월 초로 예상된 의대 정원 배분을 이날 조기 마무리한 것은 소모적인 논쟁을 줄이고 교착 상태에 빠진 협상 국면을 전환하기 위한 포석이란 분석도 나온다. 지난 2월 1일 의대 정원 2000명 확대 계획을 발표한 이후 정부는 “증원 규모는 협상 대상이 아니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고수하면서도 의료계를 설득해 왔다. 필수의료 붕괴 문제 해소 대책을 2월 이후 35개 쏟아내고 공식·비공식적 만남도 50여 차례 가졌다. 이 과정에서 필수의료 보상 확대에 10조원 이상 투입, 전공의 연속 근무 축소, 의료사고에 대한 의료인의 법적 부담 경감 등 그간 의료계의 핵심 요구 사항 상당수를 들어줬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다.그럼에도 대한의사협회, 대한전공의협의회 등 의사단체들이 ‘증원 철회’를 고수하면서 협상이 한치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이에 정부는 ‘판’을 흔드는 쪽으로 결정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주최로 열린 ‘편집인 포럼’에서 “정부는 흔들림 없이 의료개혁을 완수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묵은 의료 제도 개선 속도전
의료계 저항이 한층 거세진다고 해도 정부는 의대 증원 숫자를 놓고선 더 이상 협상을 벌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의정 갈등이 오는 4월 10일 총선 이후까지 지속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의료계 안팎에선 의사단체의 반발이 일시적으로 확대될 수 있지만 그간 목소리를 내지 못한 ‘협상론’이 고개를 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2000명 증원이 기정사실화된 상황에서 투쟁 기조를 이어가는 것은 실리가 없고 정부와의 협상을 통해 실리를 챙겨야 한다는 의견도 의료계 내부에서 제기되기 때문이다.정부는 전공의 집단 사직으로 촉발된 해묵은 보건의료 제도 개선 작업에도 한층 가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정부는 의사단체들이 반대해온 비대면 진료를 사실상 전면 허용하고, 진료보조(PA) 간호사의 업무 영역도 인정했다. 상급종합병원으로의 환자 쏠림 현상 등 의사들이 해결을 요구해온 고질적 문제도 해소되는 양상이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의료 공백이 보건의료 정상화 계기가 됐다”며 “의정 갈등이 장기화하면 미용성형 등 그간 의사들의 높은 소득을 뒷받침한 제도적 기반도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