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게 뭐 있노" vs "잘 안다이가"…낙동강벨트 승부처, 현역 '대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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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전지 풍향계 - 김해을"6년 동안 한 게 뭐가 있노. 새로운 사람이 올 때도 됐습니더." (60대 주부 김모 씨)
김정호 37% vs 조해진 32%
"그래도 오래 살았는데 잘 안다이가. 한 번 더 돼야 될낀데..."(40대 안경원 주인 정모 씨)
'낙동강 벨트'의 핵심 승부처로 꼽히는 경남 김해을은 두 현역 의원이 맞대결한다. 지역구 현역인 김정호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밀양·의령·함안·창녕에서 3선을 한 뒤 김해을에 투입된 조해진 국민의힘 의원이 맞붙는다.
오차범위 내 접전... 탈환이냐 사수냐
이 지역은 최근 접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KBS창원이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15~17일 경남 김해을 선거구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지난 19일 공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김 의원은 37%, 조 의원은 32%의 지지를 얻어 오차범위 내에서 격돌 중이다. 이번 조사는 무선전화면접 100%로 이뤄졌다.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4.4%포인트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김해을은 17만여 명의 인구를 보유한 장유신도시 일대를 포함하고 있다. 이 지역은 2000년대 초중반부터 인구가 급증했다. 인근 창원과 부산으로 출퇴근하는 인구의 베드타운 역할을 한다. 이 탓에 외지인 비중이 높고, 평균 연령도 30대 후반 정도로 젊은 편이다. 이와 함께 노무현 전 대통령 생가인 봉하마을이 있는 김해의 특성상 PK 지역에서 김해는 민주당 강세 지역으로 꼽힌다. 김해 갑, 을 모두 민주당 의원이 현역으로 있다. 김해을은 최근 5차례 총선 중 3차례 민주당이 승리했다.
두 후보는 나란히 '실행력'을 강조했다. 지난 20일 만난 김 의원은 "과거 모두가 안 될 거라 생각했던 '김해 신공항 백지화'를 이뤄냈다"며 "유능하고 뚝심 있다는 평가를 얻은 만큼 시민들이 이번에도 저를 믿어주실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2008년부터 17년째 김해에 살고 있고, 2018년 재보궐선거 당선 이후 6년 동안 김해 미래를 위해 싸워온 점이 조 의원과 비교하면 압도적인 경쟁력"이라고 덧붙였다.이날 만난 조 의원은 "울산함양 고속도로 준공이라든지, 밀양 나노융합 국가산업단지 유치 같은 지역구의 크고 작은 현안을 해결했다"며 "김해보다 훨씬 열악한 지역에서도 해낸 만큼 김해에서도 경험 많은 제가 적임자"라고 했다. 그러면서 "시민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민주당 의원이 현역으로 있는 동안 '바뀐 게 없다'는 불만을 많이 가지고 있고, 변화의 필요성을 느끼고 계신다"고 덧붙였다.
엇갈린 반응, 표심 행방은
주민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이날 외동시장에서 만난 상인들은 대부분 "평소에 잘 좀 하지, 선거 때만 되면 우르르 몰려온다"고 입을 모았다. 과일가게를 운영하는 한 상인은 "장사도 잘 안되는데 어차피 지금껏 달라지지도 않았고, 괜히 이럴 때만 몰려오는 게 두 후보 모두 꼴도 보기 싫다"고 쏘아붙였다.주민들은 교통 인프라 같은 민생 현안에 힘써달라고 주문했다. 장유 지역 초등교사인 정호찬(44) 씨는 "김해에 산지 20년이 넘었지만 지역 의원이나 도지사가 공약을 내세워서 그대로 실천된 게 없는 것 같아 그동안 정치가 피부로 와닿지 않았다"면서 "경전철은 적자가 어마어마한 '실패한 사업'이 됐고, 차가 없으면 주변을 다니지 못하는 지경이 됐다. 교통 문제를 빨리 해결해주시길 바란다"고 호소했다.교통 문제 해결을 위해 김 의원은 구도심과 장유를 잇는 트램(노면절차) 설치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또 동북아 물류 플랫폼을 유치하고, 부울경 메가시티도 재추진하기로 했다. 그는 "단순히 인프라만 구축하는 게 아니라, 10년, 20년을 내다보고 미래 전략산업을 들여오는 게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조 의원도 '점핑 김해 1, 2, 3'이라 이름 붙인 공약을 내걸었다. 국가산단 1개. 공공기관 2개, 대기업 3개를 김해에 유치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그동안 김해가 체계 없이 난개발 식으로 발전해 온 경향이 있는데, 이제부터라도 체계적인 경제 발전을 이뤄나가야 한다"며 "큰 틀에서 지역 경제 성장을 이끌고 그 안에서 교통, 의료 체계 같은 정주여건 개선에 힘쓰겠다"고 말했다.장유 지역 평균 연령이 30대인 만큼 향후 민심은 3040의 표를 사로잡는 게 핵심이 될 전망이다. 가장 최근 여론조사에서 30대의 김 의원 지지율은 40%, 조 의원은 22%였다. 40대에서는 53% 대 18%로 차이가 더 벌어졌다. 안경원을 운영하는 정모(49) 씨는 "조해진 후보에 대해선 낙하산 공천이 아닐까 싶어 거부감이 드는 게 사실"이라며 "오랫동안 잘 해온 김정호 의원이 마음에 든다"고 귀띔했다.
이날 율하(장유동) 근처 아파트 경로당에서 자신을 대한노인회 김해시지회 부지회장이라고 밝힌 도경식 씨는 "우리 노인들이 무슨 이야길 하면 세세하게 잘 들어주시고, 노무현 전 대통령 때문에라도 지지하는 편"이라면서 "새로 오신 분(조해진)보다는 가까이 있는 분이 더 낫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새 바람'을 원하는 목소리도 여럿 나왔다. 자신을 주부라고 밝힌 김모(61) 씨는 "김 의원은 김포공항 갑질 사건 때부터 인성이 아주 맘에 들지 않았고, 지금까지 한 게 뭐가 있나"라면서 "이전에 자기 지역구에서 활약을 많이 했던 조 의원이 이번에 새바람을 일으키면 좋겠다"고 했다. 또 창녕에서 50년 넘게 살았다는 오모(90) 씨는 "조 의원을 창녕에서부터 쭉 지켜봤는데 사람이 아주 '된 사람' 같더라"고 귀띔했다.두 후보는 반드시 승리하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김 의원은 "김해는 창원이나 서부산권 노동자들이 많고, 그런 만큼 윤석열 정권에 대한 심판 여론이 굉장히 높은 곳"이라며 "김해를 모르는 정치인에게 이번에 본때를 보여주겠다"고 했다. 조 의원도 "우리 시민들은 시의 발전을 위해 당도 바꿔야 한다는, 그런 변화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며 "3선 동안 쌓은 노하우에다가 이번에 당선을 통해 집권 여당의 4선 의원으로서 힘을 갖고 김해에서 그간 지지부진했던 일들을 일거에 해결할 것"이라고 했다.
김해=김종우 기자 jong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