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가게] 백년을 꿰어 잇는 맛, 울산에서 찾다

20가지의 반찬과 함께 맛보는 제철 회, '정자참가자미'
담백하고 진한 국물의 '궁중삼계탕'
울산 정자참가자미

40여 년 묵직한 손맛 '정자참가자미'

울산 정자항을 출항한 배가 잡아오는 이른바 ‘정자참가자미’는 예부터 제일로 여겨졌다. 1979년에 개업한 ‘정자참가자미’는 울산에 있는 여러 정자 가자미집 중에서도 오래된 맛집으로 인정받는다. 김병모 대표는 18살 때부터 횟집 일을 배워 경력만 40여 년의 주방장이다. 그는 아직도 주방에서 손수 회를 뜬다. 말끔하게 정리된 그의 주방에는 오래된 흔적을 지울 수 없는 횟집의 기물들이 곳곳에 자리해 있다. 하나의 메뉴를 준비하는 동안에도 수없이 씻기고 닦이는 과정이 반복되는 그의 기물들은 푸른 바닷물에 씻기고 깎이어 비로소 동글동글한 제 모양을 찾는 몽돌처럼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한 채 모두 미끈하게 굴곡져 있었다.

가자미는 11월부터 2월 말까지가 가장 맛있는 철. 인기 메뉴 중 하나인 해물물회에도 맛있는 제철 가자미회가 들어간다. 가자미회와 전복, 멍게를 넣고, 바다에서 나는 해초인 꼬시래기와 오이, 배, 양파가 식감을 더하고, 고소하고 담백한 맛의 육회까지 들어간 해물물회는 먹을 때마다 느껴지는 맛과 향이 다채롭다.

손님들 기호에 따라 많게는 20가지의 반찬을 내는데 메인 요리에서부터 반찬까지 어느 하나 김병모 대표의 손을 거치지 않은 것이 없다. 정자참가자미는 따스해지는 4월 말부터 6월 말까지는 쑥 향이 식욕을 돋우는 뜨근하고 담백한 도다리쑥국이, 8월에서 9월까지는 시원하게 막 섞어 먹는 물회가, 10월에는 두말할 것도 없이 전어가, 그다음은 대방어가 제철 메뉴다. 울산에 가는 어느 계절이든 이 오래된 횟집을 들러 제철 회를 즐겨보는 건 어떨까.▶울산 남구 왕생로45번길 3
울산 궁중삼계탕

1975년 문을 연 원조 '궁중삼계탕'

태화강을 사이에 두고 구시가지인 중구와 신시가지 남구에는 솜씨 좋은 삼계탕집 몇 곳이 자리한다. 가게 하나가 맛있다고 소문이 나면 그 주위로 ‘후배 가게’가 속속들이 생겨나기 마련이다. ‘궁중삼계탕’은 1975년에 문을 연 삼계탕집으로 삼삼오오 생겨난 삼계탕집 중에서도 ‘원조’라 칭할 만한 곳이다.1987년부터 아내 김명화 대표와 함께 누나의 가게를 이어받은 김인걸 대표는 “이제는 우리 집보다 훨씬 크고 유명한 집들이 많아요”라며 다른 가게들을 치켜세웠다. 경쟁이란 말도 남의 나라말인 듯, 궁중삼계탕은 세월이 흐른 지금도 여전히 단출하고 정성 가득한 음식을 조용히 차려낼 뿐이다.

담백하고 진한 맛의 기본 삼계탕과 좀 더 고소하고 간간한 맛의 옻삼계탕, 실한 전복을 넣고 더 개운하게 끓인 영양이 가득한 전복삼계탕, 식사 대용으로 즐기는 전복죽과 가벼운 안주가 되는 닭똥집볶음을 제외하면 식사 메뉴는 이 세 가지뿐이다. 여기에 반찬 역시 고추무침과 깍뚜기, 오이무침, 세 가지가 전부다. 무엇이 더 필요할 성싶지도 않고, 세 가지 중 무엇 하나라도 빠지면 섭섭할 만큼 오랜 세월 우리네 입맛에 길들여온 상차림의 균형이 야무지다.

삐걱삐걱 소리나는 2층 계단 오르면 오랜 멋이 있는 깔끔하고 정갈한 온돌방이 자리하고, 매장 곳곳에는 김명화 대표가 쓴 서예 작품들이 걸려 있다. 카운터에 걸린 김명화 대표의 ‘참 고맙습니다’라는 아름다운 붓글씨는 가게를 떠나오는 내내 마음 끝에 새겨진다. 맛있는 삼계탕 한 그릇에 대한 기억과 함께. ‘참 고맙습니다’.

▶울산 중구 먹자거리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