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 기념품] 쌀부터 감귤까지, 우리 품종 보고서

더 맛있고 건강하게 개량된 국내 육성 품종들은 재배하기도 쉬워 농부들 손까지 덜어준다. 이 기특한 녀석들의 이름을 마트에서도, 시장에서도 더 자주 볼 수 있기를. 품질 좋은 우리 농산물을 찾아봤다.

진정한 임금님표 쌀 ‘해들’

‘해들’의 첫 벼베기를 하던 모습
경기도 이천에서 난 쌀은 예로부터 수라상에 오르던 진상미였다. ‘임금님표 이천쌀’이라는 상표는 이러한 연유에서 지어졌는데, 사실 2019년 전까지는 대부분의 벼가 일본산 품종이었다고 한다. 2019년 처음으로 국산 품종의 벼가 수확됐고, 이천시는 2022년까지 ‘임금님표 이천쌀’을 모두 국내 육성 품종으로 대체할 계획이다.

‘해들’은 이 중차대한 임무를 맡은 국내 육성 품종 중 하나로, 병충해에 강하고 블라인드 테스트를 통해 밥맛을 인정받았다. 그 외 국산 품종으로는 참드림, 삼광, 신동진, 오대, 일품, 영호진미, 새일미 등이 있다.


우리 밀로 더 건강하게 ‘아리흑’

국산 밀 아리흑
‘아리흑’은 건강한 밀을 확보하기 위해 농촌진흥청 밀연구팀이 개발한 품종이다. ‘아리’는 ‘아름답다’의 순우리말로, 아리흑은 이름처럼 건강한 흑색을 띠고 있다. 흑색을 내는 색소 성분인 안토시아닌과 타닌을 함유했으며, 둘 다 항산화 효과를 지닌 폴리페놀 성분이다. 아리흑의 항산화 활성은 기존 일반 밀 대비 10배에 달하고, 비타민 B1·B2, 철, 칼슘 등도 더 많이 함유하고 있다. 이 외 국산 품종에는 항산화 활성이 뛰어난 기능성 유색밀 ‘아리진흑’, 국내 최초 증류주용 밀 ‘우주’ 등이 있다.

겨울에도, 여름에도 감귤 ‘하례조생’

국산 감귤 하례조생
제주 감귤 대부분도 오래전 일본에서 들여온 품종이다.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이 개발한 ‘하례조생’은 신맛이 적고 당도가 높아 일본 품종을 대체하기에 적격으로 평가받는 품종이다. 당도는 10.5브릭스 내외, 산도는 1% 이하다.초여름에 수확할 수 있는 하례조생 덕에 여름에도 달달한 감귤을 가득 즐길 수 있게 됐다. 하례조생 외에도 향기가 좋은 ‘신예감’, 레드향과 닮은 ‘탐도3호’, 한라봉을 개량한 ‘탐나는봉’ 등이 국산 감귤 품종이다.


국산 사과 1호 ‘홍로’

국산 사과 홍로
‘홍로’는 국내 육성 품종 1호 사과로, 사과의 어깨라고 불리는 부분이 굴곡져 있어 다른 사과와 구분이 쉽다. 당도가 높고 상온에서 30일 가까이 신선도를 유지할 수 있어 뛰어난 품종의 사과로 평가받는다.한편, 여전히 사과 과수농가의 일본산 품종 선호도는 높다고 한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 여름 과수농가 1850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선호 품종 1위부터 3위까지가 일본산 품종이었다. 농민들이 피땀 흘려 생산한 농산물인데 국산 품종만을 골라 추천하기는 물론 조심스러운 일이다. 그래도 우리 기술로 개발한 맛있는 국산 신품종 개발 소식은 누구에게든 반갑지 않을까. 이름도 어여쁜 국산 신품종이 더 많이 알려지기를 바라본다. 새콤한 맛이 특징인 ‘아리수’와 당도가 높은 ‘감홍’ 등도 국산 품종 사과다.


고구마 생각 나는 계절에 ‘풍원미’

국산 고구마 풍원미
‘풍원미’는 국립식량과학원이 육종한 품종으로 보통 호박고구마로 분류하지만, 엄밀히 따지면 밤고구마와 호박고구마의 중간 품종에 가깝다. 모양과 첫맛은 밤고구마를 닮았고, 진한 노란색을 띠는 속은 호박을 닮았다.

호박고구마는 밤고구마보다 저장성이 약한 편인데, 풍원미는 밤고구마처럼 저장성이 좋아 잘 부패하지 않는다. 두 고구마의 좋은 점을 두루두루 지녔다. 이외에도 밤고구마 ‘진율미’, 호박고구마 ‘호감미’, 꿀고구마 ‘소담미’, 자색고구마 ‘단자미’ 등 다양한 국산 품종이 있어 골라 먹는 재미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