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도 파월도 "물가 울퉁불퉁할 것"…금리 인하에 신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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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구간' 물가 변동성 주시…한은도 다음달 기준금리 동결 유력
'미국 6월·한국 하반기 금리 인하' 전망 우세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20일(현지 시간) 여전히 금리 인하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면서, 한국은행도 다음 달을 비롯해 당분간 기준금리 동결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두 나라 중앙은행장 모두 '울퉁불퉁(bumpy)'이라는 표현을 통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목표(2%)에 이르는 마지막 구간(라스트 마일)에서 예상되는 위험과 변동성을 경고하고 나섰다. ◇ 연준 '금리인하 서두르지 않고, 인하 속도도 더딜 것' 메시지
연준은 19∼20일(현지 시간)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 목표 범위를 5.25∼5.50%로 동결했다.
여전히 한국(3.50%)보다는 2.00%p 높은 수준이다. 연준은 앞서 지난해 6월 약 15개월 만에 금리 인상을 멈췄다가 7월 다시 베이비스텝(0.25%p)을 밟았지만, 이후 9·11·12월과 올해 1월에 이어 이번까지 다섯 차례 연속 금리를 묶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날 최근 물가 상황에 대해 "우리는 지난 2개월(1∼2월)간 울퉁불퉁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지표를 봤다.
앞으로도 울퉁불퉁한 여정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울러 "1∼2월 물가 지표가 2% 물가 목표 달성의 자신감에 힘을 보탰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과거 통화정책 사례는 금리를 섣불리 내렸다가 다시 올리지 않으려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함을 가르쳐준다"라고도 했다.
이날 공개된 새 점도표(FOMC 위원들의 향후 금리 수준 전망을 표시한 도표)에서는 올해 말 금리 전망치 중간값이 작년 말 발표 당시와 같은 4.6%로 제시됐다.
현재 금리 수준(5.25∼5.50%)을 고려할 때 연내 0.25%포인트(p)씩 세 차례 정도 금리 인하가 가능하다는 시각이 유지된 셈이다. 하지만 내년 말 전망치의 경우 오히려 3.6%에서 3.9%로 0.3%p 높아졌다.
결국 이날 연준은 '연내 금리를 낮추겠지만 서두르지 않고, 이후 인하 속도도 빠르지 않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시장에 전달한 것으로 해석된다. ◇ 한은도 "물가, 울퉁불퉁한 길 내려오는 중…충분한 기간 긴축"
물가와 금리에 대한 이런 연준의 시각은 최근 한은의 인식과도 일치한다.
앞서 지난달 22일 이창용 한은 총재도 기준금리 동결이 결정된 직후 "물가가 지금 굉장히 울퉁불퉁한 길을 내려오고 있는 상황"이라며 "대부분 금통위원은 아직 금리인하 논의를 시기상조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한은은 지난 14일 국회에 제출한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에서도 "하반기로 갈수록 물가 상승률이 점차 둔화해 올해 말 2%대 초반에 가까워질 것으로 전망되지만, 물가 안정기 진입의 마지막 과정에서 유의할 리스크가 남아있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섣부른 긴축기조 선회가 정책 신뢰를 저해하고 금융시장에 부채 증가와 위험 쏠림 시그널(신호)을 제공할 위험에 유념해 통화 긴축 기조를 충분한 기간 이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큰 흐름에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목표인 2%를 향해 내려가겠지만, 그 과정에서 유가나 농식품 가격 등의 변수에 따라 적지 않게 출렁일 수 있는 만큼 금리 인하를 서두르지 않겠다는 뜻이다.
실제로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앞서 1월(2.8%) 6개월 만에 2%대로 떨어졌다가, 불과 한 달 뒤 2월(3.1%)에 다시 3%대로 올라섰다.
불안한 물가 상황과 연준의 동결 등으로 미뤄 금융통화위원회는 다음 달 12일 통화정책방향회의에서 다시 기준금리를 현 수준(3.50%)에서 동결할 가능성이 매우 커졌다. ◇ 전문가들 "한은 일러야 7월, 늦으면 4분기 금리 인하"
이처럼 한은이나 미국 연준이 조기 기준금리 인하에 신중한 것은, 피벗(통화정책 전환)을 지나치게 서두르다가 자칫 물가가 다시 뛸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두 나라 중앙은행의 태도를 고려할 때 미국이 일러야 오는 6월께, 한국은 그 이후에나 금리 인하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미국의 물가 지표가 예상보다 높기 때문에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2분기, 늦으면 3분기로 넘어갈 수도 있다"며 "미국이 금리를 안 내리는데 한은이 먼저 내릴 수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안예하 키움증권 선임연구원은 "연준이 6월 인하를 단행하면, 이를 확인한 한은도 7월부터 금리를 낮출 가능성이 있다"며 "0.25%포인트(p)씩 7·8월 연속 인하한 뒤 10·11월 중 한 차례 더 내려 연말까지 모두 세 번, 0.75%p 기준금리가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장민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미국이 6월에 금리를 낮추면 한은도 7월 인하가 가능할 것"이라며 "7·8월 중 한 번, 10·11월 중 한 번, 이렇게 연내 두 차례 내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박정우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 역시 "2분기 이후 수출 증가율이 둔화할 뿐 아니라 PF(프로젝트 파이낸싱) 구조조정에 따른 건설 부문 부진 여파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소비 부진도 이어질 것"이라며 "따라서 한은도 7월부터 금리를 낮출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조영무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반년 넘게 시장이 너무 앞서가는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시장이 예상하는 미국 금리 인하 시점이 3월, 5월을 거쳐 이제 또 6월로 늦춰지는 분위기"라며 "한은은 미국이 인하 기조로 돌아서 꽤 금리를 낮춘 뒤에야 모든 것을 확인하고 4분기께 인하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연합뉴스
'미국 6월·한국 하반기 금리 인하' 전망 우세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20일(현지 시간) 여전히 금리 인하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면서, 한국은행도 다음 달을 비롯해 당분간 기준금리 동결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두 나라 중앙은행장 모두 '울퉁불퉁(bumpy)'이라는 표현을 통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목표(2%)에 이르는 마지막 구간(라스트 마일)에서 예상되는 위험과 변동성을 경고하고 나섰다. ◇ 연준 '금리인하 서두르지 않고, 인하 속도도 더딜 것' 메시지
연준은 19∼20일(현지 시간)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 목표 범위를 5.25∼5.50%로 동결했다.
여전히 한국(3.50%)보다는 2.00%p 높은 수준이다. 연준은 앞서 지난해 6월 약 15개월 만에 금리 인상을 멈췄다가 7월 다시 베이비스텝(0.25%p)을 밟았지만, 이후 9·11·12월과 올해 1월에 이어 이번까지 다섯 차례 연속 금리를 묶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날 최근 물가 상황에 대해 "우리는 지난 2개월(1∼2월)간 울퉁불퉁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지표를 봤다.
앞으로도 울퉁불퉁한 여정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울러 "1∼2월 물가 지표가 2% 물가 목표 달성의 자신감에 힘을 보탰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과거 통화정책 사례는 금리를 섣불리 내렸다가 다시 올리지 않으려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함을 가르쳐준다"라고도 했다.
이날 공개된 새 점도표(FOMC 위원들의 향후 금리 수준 전망을 표시한 도표)에서는 올해 말 금리 전망치 중간값이 작년 말 발표 당시와 같은 4.6%로 제시됐다.
현재 금리 수준(5.25∼5.50%)을 고려할 때 연내 0.25%포인트(p)씩 세 차례 정도 금리 인하가 가능하다는 시각이 유지된 셈이다. 하지만 내년 말 전망치의 경우 오히려 3.6%에서 3.9%로 0.3%p 높아졌다.
결국 이날 연준은 '연내 금리를 낮추겠지만 서두르지 않고, 이후 인하 속도도 빠르지 않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시장에 전달한 것으로 해석된다. ◇ 한은도 "물가, 울퉁불퉁한 길 내려오는 중…충분한 기간 긴축"
물가와 금리에 대한 이런 연준의 시각은 최근 한은의 인식과도 일치한다.
앞서 지난달 22일 이창용 한은 총재도 기준금리 동결이 결정된 직후 "물가가 지금 굉장히 울퉁불퉁한 길을 내려오고 있는 상황"이라며 "대부분 금통위원은 아직 금리인하 논의를 시기상조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한은은 지난 14일 국회에 제출한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에서도 "하반기로 갈수록 물가 상승률이 점차 둔화해 올해 말 2%대 초반에 가까워질 것으로 전망되지만, 물가 안정기 진입의 마지막 과정에서 유의할 리스크가 남아있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섣부른 긴축기조 선회가 정책 신뢰를 저해하고 금융시장에 부채 증가와 위험 쏠림 시그널(신호)을 제공할 위험에 유념해 통화 긴축 기조를 충분한 기간 이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큰 흐름에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목표인 2%를 향해 내려가겠지만, 그 과정에서 유가나 농식품 가격 등의 변수에 따라 적지 않게 출렁일 수 있는 만큼 금리 인하를 서두르지 않겠다는 뜻이다.
실제로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앞서 1월(2.8%) 6개월 만에 2%대로 떨어졌다가, 불과 한 달 뒤 2월(3.1%)에 다시 3%대로 올라섰다.
불안한 물가 상황과 연준의 동결 등으로 미뤄 금융통화위원회는 다음 달 12일 통화정책방향회의에서 다시 기준금리를 현 수준(3.50%)에서 동결할 가능성이 매우 커졌다. ◇ 전문가들 "한은 일러야 7월, 늦으면 4분기 금리 인하"
이처럼 한은이나 미국 연준이 조기 기준금리 인하에 신중한 것은, 피벗(통화정책 전환)을 지나치게 서두르다가 자칫 물가가 다시 뛸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두 나라 중앙은행의 태도를 고려할 때 미국이 일러야 오는 6월께, 한국은 그 이후에나 금리 인하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미국의 물가 지표가 예상보다 높기 때문에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2분기, 늦으면 3분기로 넘어갈 수도 있다"며 "미국이 금리를 안 내리는데 한은이 먼저 내릴 수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안예하 키움증권 선임연구원은 "연준이 6월 인하를 단행하면, 이를 확인한 한은도 7월부터 금리를 낮출 가능성이 있다"며 "0.25%포인트(p)씩 7·8월 연속 인하한 뒤 10·11월 중 한 차례 더 내려 연말까지 모두 세 번, 0.75%p 기준금리가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장민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미국이 6월에 금리를 낮추면 한은도 7월 인하가 가능할 것"이라며 "7·8월 중 한 번, 10·11월 중 한 번, 이렇게 연내 두 차례 내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박정우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 역시 "2분기 이후 수출 증가율이 둔화할 뿐 아니라 PF(프로젝트 파이낸싱) 구조조정에 따른 건설 부문 부진 여파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소비 부진도 이어질 것"이라며 "따라서 한은도 7월부터 금리를 낮출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조영무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반년 넘게 시장이 너무 앞서가는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시장이 예상하는 미국 금리 인하 시점이 3월, 5월을 거쳐 이제 또 6월로 늦춰지는 분위기"라며 "한은은 미국이 인하 기조로 돌아서 꽤 금리를 낮춘 뒤에야 모든 것을 확인하고 4분기께 인하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