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패권 회복 승부수…美, 인텔에 26조 파격 지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우)과 인텔 CEO 패트릭 겔싱어/사진=AP
미국 정부가 자국 반도체 기업인 인텔에 반도체 지원법(칩스법)상 최대 규모인 195억달러(약 26조원)를 지원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애리조나주 피닉스의 인텔 오코틸로 캠퍼스에서 연설을 통해 인텔에 대한 지원을 직접 발표했다. 미 정부의 인텔 지원금 규모는 기존에 예상된 100억 달러의 두 배에 가까운 규모다. 미국이 세계 최대 파운드리(위탁생산) 기업인 대만 TSMC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자국 반도체 경쟁력 확보를 위해 적극적으로 행동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나는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반도체 투자를 발표하게 돼 기쁘다"라면서 "이것은 반도체 산업을 변화시키고 완전히 새로운 생태 시스템을 만들 것"이라고 기대했다.
인텔 지원 발표하는 조 바이든 대통령/사진=AP
앞서 상무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인텔에 최대 85억달러(약 11조4000억원)의 보조금을 제공하는 예비거래각서(PMT)를 체결키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미국 정부는 보조금에 더해 반도체법에 따라 110억달러(약 14조8000억원) 규모의 대출 지원도 인텔에 실시키로 했다.

반도체 지원법에 따라 자금을 지원받은 사례는 이번이 4번째다. 하지만 지금까지 최대 규모는 15억달러(약 2조원)였다는 점에서 인텔이 받는 지원금이 압도적이라는 반응이다.미 정부는 2022년 반도체 지원법을 제정했다. 칩스법이라고도 불리는 이 법안은 기업에 반도체 보조금과 연구·개발(R&D) 비용 등 총 527억달러(약 70조6400억원)를 지원하는 것이 골자로 한다. 대규모 보조금을 앞세워 아시아에 집중된 반도체 생산 시설을 미국 내로 유치하는 것이 목표로 한다.

상무부는 "최첨단 로직 칩은 인공지능(AI) 등과 같은 최첨단 기술에 필수적"이라면서 "이번 자금 지원은 이런 칩이 더 많이 개발되고 미국 내에서 생산되도록 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뉴욕타임스(NYT)는 "인텔은 향후 5년간 투입될 시설·설비 투자금 1000억달러에 대해 25%의 세액공제도 신청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세액공제 규모만 단순 계산해도 250억달러(약 33조5000억원) 정도다.인텔은 향후 5년간 1000억달러(약 134조원) 규모의 투자를 실시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 애리조나에 최첨단 로직 팹(fab·반도체 생산시설) 2곳 건립 및 기존 시설 현대화 ▲ 오하이오에 최첨단 로직 팹 2곳 건립 ▲ 뉴멕시코 팹 2곳을 최첨단 패키징 시설로 전환 등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백악관은 밝혔다.

이 중 애리조나 시설 중 일부는 연말에 가동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고, 오하이오주 시설 건립은 2026년 말에 완공될 것으로 보인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미국 정부 및 인텔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미국 정부는 이번 지원 등을 통해 2030년 전까지 미국 내 첨단 반도체 생산을 전 세계의 20%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미국 내에서는 현재 첨단 반도체 생산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미국반도체산업협회에 따르면 미국의 세계 반도체 제조 능력 점유율은 1990년 37%에서 2020년 12%로 감소했다. 현재 중국과 대만 의존도가 높은 상황이다.이와 함께 최첨단 반도체 생산의 기반을 다지겠다는 포부다. 지나 러몬도 미 상무장관은 "이번 지원이 인공지능(AI), 스마트폰, 슈퍼컴퓨터 등에 사용되는 최첨단 반도체 생산을 늘리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AI 반도체와 같은 고성능 반도체를 만들 수 있는 파운드리 기업은 삼성과 TSMC뿐이다. 인텔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인텔이 반도체 파운드리 분야 리더십을 재건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 지원을 토대로 인텔을 삼성전자, TSMC와 어깨를 나란히 할 글로벌 파운드리 기업으로 만들겠다는 것.

한편 인텔에 이어 한국의 삼성전자, 대만의 TSMC 등도 조만간 미국 정부의 반도체 보조금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블룸버그통신은 삼성전자는 60억달러(약 7조9600억원), TSMC는 50억달러(약 6조7000억원) 이상을 각각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전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