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디올 … 세계적 브랜드가 '38명 무용수' 찾아 예테보리로 가는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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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도시는 문화전쟁 중]⑥스웨덴 예테보리의 기적
제조업 중심 항구도시서 문화예술 중심도시로 변신
현대무용단 '예테보리 오페라 댄스컴퍼니'에
글로벌 기업들 찾아와 협업 제안
도시 곳곳에 미술관, 공연장 포진
1년 365일 누구나 손쉽게 예술 향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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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중에서도 지난 10년간 예테보리 오페라 댄스컴퍼니의 활약은 압도적이다. 단 38명의 무용수가, 일반 대중들에게 여전히 비인기 장르인 현대무용으로 세계 무대를 휘젓고 있어서다. 애플·디올·넷플릭스 등 세계적인 브랜드가 먼저 찾아와 줄줄이 협업을 제안한다.
20개국 무용수 모여 ‘열린 집단 창작’
예테보리 오페라 댄스컴퍼니는 1994년 건립된 예테보리 오페라하우스에 소속된 무용단이다. ‘예테보리 발레단’으로 출발한 이 무용단은 원래 클래식 발레 공연을 주로 올렸다. 변화가 시작된건 2012년. 이름을 바꾸고 최첨단 기술을 접목한 대담한 작품들을 선보이며 현대무용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고 혁신적인 단체’로 거듭났다.
다국적 무용수가 다채로운 문화적 배경을 자양분으로 빚어내는 창의적 앙상블은 새로운 도전을 원하는 세계적 안무가들을 끊임없이 예테보리로 이끌었다. 윌리엄 포사이드, 지리 킬리언, 오하드 나하린, 알렉산더 에크만, 호페쉬 쉑터, 샤론 에얄, 크리스탈 파이트, 요안 부르주아, 시디 라르비 셰르카위 등 손에 꼽기 힘들다. 신진 안무가들을 세계 무대에 알리는 등용문도 됐다. 높이 10m, 각도 34도의 경사로에 무용수들을 세운 다미안 잘레의 ‘Skid’(2017)는 무용단 최고의 히트작이자, 안무가에게 세계적 명성을 안겨줬다.
미술관 도서관 공연장 ‘걸어서 5분 거리’
예테보리는 스웨덴 대외 교역의 약 30%가 이뤄지는 도시다. 인구 58만 명에 불과하지만 개방을 두려워하지 않는 항구 도시 특유의 DNA가 이들을 북유럽 문화예술의 허브로 이끌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항구를 기반으로 성장한 바닷가 도시들은 ‘지리적 위치’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안다.1861년 문을 연 예테보리 시립미술관엔 렘브란트, 고흐, 피카소 등 거장의 작품을 비롯해 다른 미술관에서 보기 어려운 북유럽 작가들의 풍경화와 역사화, 현대미술 작품까지 다 모여있다. 1978년부터 매년 2월엔 스칸디나비아 반도에서 열리는 가장 큰 규모의 영화제 ‘예테보리 국제영화제’가, 매년 8월엔 사흘간 대중음악 축제인 ‘웨이 아웃 웨스트 음악제’가 열린다. 9월 이 광장을 중심으로 국제 도서전도 열리는데 800여개 출판관계자와 8만 명이 넘는 관람객이 찾는, 북유럽 최대 규모의 도서전이다. 어느 계절에 어떤 목적으로 예테보리를 찾더라도 누구나 헤매지 않고 1년 365일 문화 예술에 빠져들 수 있게 만들었단 얘기다.
신연수 기자/예테보리=김진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