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재현 감독 "'파묘' 남다른 자식…천만 단 한번도 생각 못해" (인터뷰①)

천만 앞둔 '파묘'…장재현 감독 인터뷰
"납작 엎드려 있는 중, 더 잘 만들 걸 자괴감"
영화 '파묘'의 장재현 감독 /사진=쇼박스
'파묘' 장재현 감독이 누적 관객수 천만을 앞둔 소감을 밝혔다.

21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영화 '파묘'의 연출을 맡은 장재현 감독은 축하 인사에 "납작 엎드려 있다"고 말했다.'파묘'는 거액의 돈을 받고 수상한 묘를 이장한 풍수사와 장의사, 무속인들에게 벌어지는 기이한 사건을 담은 오컬트 미스터리 영화로 이날 오전 10시 기준 누적 관객 수 945만여명을 기록했다. 이는 한국 오컬트 영화 최고 흥행 기록이다.

장 감독은 "영화가 많은 사랑을 받다 보니 부담감도 있고 어벙하기도 하다. 더 잘 만들걸 하는 자괴감도 있었는데 주변에서 배우들도 그렇고 이런 시간이 살면서 또 안 올 수 있지 않느냐더라. 요즘은 마음 편히 감사한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다"고 소감을 말했다.

이어 "같이 영화를 만든 분들, 투자사, 제작사, 홍보 마케팅 같이하는 팀, 배우들이 다들 기분이 좋다. 긴장감보다는 요즘 분위기가 좋다. 같이 기분이 좋다. 긴장감에서 하루하루 다들 웃으며 일하고 있다. 덩달아 기분이 좋다"고 속내를 드러냈다.장 감독은 그러면서 "천만 감독이 되리라곤 단 한번도 생각 못했다. 우리나라가 유독 프레임이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앞으로도 생각하지 않고 만들고 싶다. 오히려 큰 예산의 영화를 기피하려고 한다. 다음 영화, 400만 했다고 아쉽다 이런 기사는 안 나왔으면 한다. 주변에서 그럴까봐 걱정이다. 수치가 참 무섭다. 조심하려고 한다. 다음 관객수가 적더라도 흥행했다고 했으면 좋겠다"고 털어놨다.

아울러 "요즘 워낙 제작비가 올라서 손익분기는 넘겨야 한다. 장르영화 찍으려면 기본 제작비 필요하고, 보통 '파묘'랑 비슷할 것 같다. 그정도는 목표로 하고 달린다. 내려올 길만 남았다는 게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장 감독은 장편 데뷔작인 영화 '검은 사제들'(2015)의 흥행에 이어 내놓은 '사바하'(2019)를 통해 K-오컬트 장르의 선두 주자로 우뚝 섰다. 메가폰을 잡은 작품마다 놀라운 몰입감과 서스펜스를 선사해 오컬트 장인이라고 불리는 장 감독의 '파묘'는 3월 비수기에도 크게 흥행하며 극장가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영화는 땅을 찾는 풍수사, 원혼을 달래는 무당, 예를 갖추는 장의사, 경문을 외는 무당까지, 과학과 미신의 경계에 서 있는 이들의 팀플레이는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감을 전달하며 장르적 재미를 끌어올린다. 익숙한 듯하지만 어딘가 새롭고 낯선 이들의 이야기는 보는 이로 하여금 소용돌이치는 파묘의 현장에 함께 있는 듯한 강렬한 체험을 선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장 감독은 '파묘'에 대해 "남다른 자식"이라고 했다. 그는 "캐릭터가 남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이 영화가 굉장히 처음 보는 장면도 만들기 위해 애 썼고, 물리적으로 힘든 장면도 많았다"면서 "후반 작업 막바지 때 영화를 보는 데 캐릭터들이 참 사랑스럽다는 생각이 들더라. 페이소스가 느껴졌다. 그래서 엔딩크레딧에 배우들 그림을 만들었다. 마지막 음악이 나올 때 이미지를 한번 더 볼 수 있게 말이다. 파묘는 '묘벤저스'가 남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고 부연했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