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진단부터 준공까지 얼마나 걸리나…전수조사 해봤더니 [집코노미]
입력
수정
흥청망청
강남3구 재건축 전수조사
▶전형진 기자
재건축 오래 걸린다고 말만 들었지 얼마나 오래 걸리는지 아시나요. 그래서 제가 모두 조사해봤습니다. 서울 강남·서초·송파구에서 재건축사업을 통해 준공된 108개 단지의 평균 15.07년입니다.
![](https://img.hankyung.com/photo/202403/01.36191467.1.jpg)
https://www.hankyung.com/jipconomy-house/
![](https://img.hankyung.com/photo/202403/01.36191468.1.jpg)
사업과정 전체로 보자면 기본계획수립은 청사진을 마련하는 단계죠. 이후 안전진단을 거치면서 주민들 스스로 재건축 가능 여부를 알아보게 되는데요. 그래서 본격적인 사업의 시작 시점을 안전진단 시기로 봅니다. 앞서 안전진단~준공까지 평균 15.07년 걸렸다는 결과를 보여드린 이유입니다. 재건축 사업의 시작부터 끝까지 보통 이 정도 시간은 든다는 것이죠.
바로 옆 아크로리버파크(신반포1차 재건축)은 사업 진행 속도에서 신화처럼 여겨지는 곳이죠. 다만 안전진단 시점부터 측정하자면 준공까지는 13년이 걸렸습니다. 물론 사업마다 정체하는 시기가 있기 때문에 본격적인 진행을 언제부터로 볼 것이냐에 따라 경과한 기간이 다르게 판단될 수는 있습니다.
그런데 신반포1차가 아크로리버파크로 준공된 다음 조합이 청산하기까지는 6년이 더 걸렸습니다. 조합은 법인입니다. 새 아파트를 짓기 위해 주민들이 뭉쳐서 만든 회사죠. 새 아파트를 다 지어서 목적을 달성했으면 존속할 필요가 없죠.
아니면 소송에 걸리는 바람에 조합이 남아있을 수밖에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또 아니라면 그냥 남아있는 경우도 있죠. 아무도 조합이 존속하고 있는지 관심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회사가 존재한다면 회사원들 월급을 줘야겠죠. 조합장은 계속 월급을 받는 것입니다. 조합원 돈으로 말입니다.
강남3구에서 재건축으로 준공된 단지는 34곳입니다. 이 가운데 해산이나 청산까지 마친 조합은 21곳인데요. 그렇다면 나머지 13곳의 조합은 도대체 뭘 하고 있는 걸까요.
추진위를 만들려면 50% 동의율이 필요합니다. 여기서 동의율을 75%까지 올리고, 아파트 동별로 50% 동의율을 또 맞추면 이제 조합 설립이 가능해집니다. 이렇게 한 단계 나가는데 얼마나 걸릴까요. 이 과정을 겪어본 85개 조합을 조사했더니 평균 4.77년이 걸렸습니다.
조합을 세우면 이제 사업시행계획인가를 받아야 합니다. 우리 아파트를 어느 정도 크기로, 어떤 모양으로 지을 건지 결정하고 도장 받는 단계입니다. 건축심의, 교육환경영향평가, 교통환경영향평가 등 대부분의 인·허가 과정이 여기 포함됩니다.
이렇게 한 단계 진행하는 데는 또 얼마나 걸릴까요. 관리처분까지 진행한 57개 조합 평균 2.6년이 걸렸습니다. 짧은 곳들은 1년이면 끝났습니다. 하지만 13년이나 걸린 곳도 있습니다. 이번엔 대치구마을2지구, 대치푸르지오써밋입니다.
다만 과거에 사업을 진행한 재건축 단지들 가운데는 정비사업몽땅에 이력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곳들도 많았습니다. 반포주공 형제들, 래미안퍼스티지나 반포자이나 잠실주공+시영 형제들, 엘·리·트·레·파의 경우엔 아예 취합이 불가능했습니다.
도정법이 제정되기 전 사업을 추진하던 곳들은 지금과는 그 과정이 조금 다르기 때문에 연도가 뒤죽박죽이거나 사업기간이 더 길어 보이기도 합니다. 1970년대 아파트지구 같은 곳들은 기본계획이 아주 나중에 나오기도 했죠. 대표적으로 압구정의 경우엔 지구단위계획이 지난해 나왔습니다. 이 같은 사실을 참고하시고 자료를 이용해주시기 바랍니다.▶전수조사 자료 다운받기
https://www.hankyung.com/jipconomy-house/
기획·진행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
촬영 이예주·예수아 PD 디자인 이지영·박하영
편집 예수아 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