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하고 웅장한 '베피협 5번'에서 누군가 베토벤의 우주를 봤다

[arte] 임성우의 클래식을 변호하다
시련의 시기에 듣는 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곡 제5번 ‘황제’
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곡 제5번 E플랫장조는 고금의 피아노 협주곡 가운데 가장 대중적인 지명도가 높은 협주곡의 하나로 요즈음도 콘서트에서 자주 들을 수 있는 곡입니다. 특히 이 곡은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광주시향과 음반도 내고 최근에는 도쿄필하모닉 등 여러 오케스트라와 협연으로 무대에서 자주 연주함으로써 더욱 국내에서 유명해진 것 같습니다.

임윤찬 / 광주시향

임윤찬 / 도쿄필하모닉

특히 임윤찬이 이 곡을 음반으로 발매하는 곡으로 선택한 이유와 관련하여 “너무 많은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황제'를 들어 부족한 제 귀에는 화려하게만 들렸는데 최근 인류에 큰 시련이 닥쳐 매일 나가지도 못 하고 방 안에서 연습하며 '황제'를 다시 들으니 이 곡에 대한 인식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베토벤이 그토록 원했던 유토피아, 베토벤이 바라본 우주 같은 느낌을 청중에 전하고 싶어서 고르게 됐습니다."라고 한 것이 애호가들의 주목을 끌었습니다.아닌게 아니라 이 곡은 베토벤이 1808년 12월경부터 작곡에 착수하여 1809년 4월경 스케치를 완성했했던 작품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 무렵 오스트리아는 영국과 제5차 대프랑스 동맹을 맺고 프랑스 혁명군과 전투를 시작하였으나 패하였고, 1809년 7월에는 베토벤이 살고 있던 비엔나가 프랑스군에 의해 점령됩니다.
이 피아노 협주곡의 골격은 오스트리아 빈에서 본격적인 전쟁 상황이 발발하기 이전에 이미 사실상 완성된 것으로 보입니다만, 이 곡의 1악장의 핵심적 음악 소재(예를 들어, 기마병들이 달리는 듯한 역동적인 부점 리듬에 의한 1주제나 스타카토에 의해 마치 열병식에서 일사불란하게 도열하는 듯한 느낌을 주는 2주제)가 상당히 전투적인데다가, 군대음악적인 분위기가 묻어나는 팀파니가 1악장에서 맹활약을 하고 그러한 팀파니는 3악장의 마지막 부분에도 의미심장하게 등장하는 등 이 피아노 협주곡의 거시적 악상에는 그 당시의 위와 같은 역사적 상황에 의한 시대적 분위기가 직, 간접적으로 반영된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아무튼 피아노 협주곡 4번이 은밀한 사랑의 감정을 다소 내성적인 방법으로 표현한 곡이라면(이에 대하여는 필자의 다른 글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이 피아노 협주곡 5번은 그와 대조적으로 위풍당당한 기백과 외향적인 화려함이 느껴지는 곡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관련 칼럼) 임윤찬의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4번 공연을 기대하며

워낙 유명한 협주곡이라 이 작품에 대하여는 별도의 분석이나 구구절절한 설명이 필요 없을 듯하고 또 각자 다양한 감상의 포인트들이 있으실 것으로 생각됩니다만, 아래에서는 감상의 재미를 더한다는 측면에서 실제 연주에서 지휘자 및 연주자별로 해석이 다소 갈리는 몇 가지 부분들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나눠보고자 합니다.


1악장

1악장의 도입부는 마치 어떤 위대한 그 무엇을 소개시키려는 듯 오케스트라가 총주(tutti)로 울리면 피아노가 단도직입적으로 무대 전면으로 등장하여 카덴차와도 같은 화려한 연주를 하면서 시작합니다.저는 가끔씩 이 도입부 피아노의 연주 장면에서 마치 전투에 임하기 위하여 완전무장을 한 기사가 금방이라도 전장을 향해 돌진하기 위하여 씩씩거리는 백마에 타고 그 고삐를 잡으며 말을 통제하는 장면을 떠올리기도 합니다.
이러한 분위기의 도입부가 끝나면 제시부가 시작되는데, 아래와 같이 오케스트라에 의해 본격적으로 강렬하고도 역동적인 부점 리듬을 축으로 한 제1주제가 제시됩니다.

마치 말고삐를 부여잡고 힘차게 달리는 듯한 모습이 연상되는 이 부분과 관련하여, 저는 그 배경에서 제2바이올린과 비올라가 합세하여 연주하는 아래의 연속 16분음들이 얼마나 잘 표현되는가에 의해 지휘자의 음향 밸런스 감각을 가늠해보기도 합니다.
이러한 내성부 현악 파트의 트레몰로와 유사한 (물론 트레몰로가 아니기에 매우 정확한 리듬으로 연주하여야 합니다만) 연속 16분음들은, 베토벤이 교항곡 7번의 1악장이나 교향곡 9번의 1악장 등 다른 작품에도 자주 등장합니다.

이 부분에 관하여는 지휘자들마다 음향 밸런스가 각기 조금씩 다른데, 위와 같은 현악 파트의 내성부의 울림을 단순한 반주 정도로 생각해서 거의 들리지 않게 연주하는 지휘자가 있는가 하면, 이를 하나의 동기처럼 다루어 보다 분명하게 울리는 지휘자도 있습니다. 저의 개인적인 소견과 취향에는 후자 쪽이 음악에 긴장감과 박진감을 불어넣는다는 점에서 더 멋지게 들리더군요(아래 유튜브 영상 참조).

알렉산드르 루딘의 지휘

오케스트라 음향의 밸런스라는 관점에서는 1악장의 발전부의 마지막에 등장하는 아래 바순 역시 또 다른 감상포인트가 됩니다. 아시다시피, 1악장의 중반의 발전부에서는 매우 역동적인 제1주제의 부점 리듬이 오케스트라 총주에 의해 지속적으로 울리고 피아노도 이에 반응하며 격렬하게 부점리듬을 모방하면서 강렬한 클라이막스를 형성합니다(304마디 이하). 그런데, 바로 그 클라이막스 이후에 바이 그 특유의 역동적인 부점 리듬을 이어받아 노래되면서(아래 악보 파란색 밑줄 부분), 아래 악보와 같이 푸가토 진행을 하는 피아노, 현악 파트 등과 함께 마치 3중주처럼 연주되는 대목이 있습니다.
어떤 연주들은 이 대목에서 부점 리듬에 의한 1악장의 핵심 동기를 연주하는 바순을 전혀 부각시키지 못하기도 하는데, 저의 개인적인 소견으로는 아래 번스타인의 연주와 같이 이 부분에서 바이 어느 정도 뚜렷한 존재감을 가지고 연주되는 것이 더 바람직한 음향의 밸런스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번스타인의 지휘
그 후 1악장의 도입부에서처럼 다시 오케스트라의 총주(tutti)에 의한 울림과 그에 반응하는 화려한 피아노의 카텐차식 전개가 번갈아 이어지면서 재현부가 시작되는데, 이 때 세 번 울리는 오케스트라의 총주 중 마지막 세 번째 부분에서는 호른이 아래와 같이 (도입부의 경우와는 달리) 다소 특이한 울림을 가지고 연주됩니다.
위의 호른의 울림을 분명히 연주해주는지 여부 역시 지휘자의 음향 밸런스 감각을 판단하는 또 다른 지표가 될 수 있습니다. 실제 연주를 들어보변 이 부분 호른의 울림이 다른 악기의 소리에 묻혀 잘 들리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만, 위에서 소개드린 번스타인의 연주와 같이 이 부분을 뚜렷하게 잘 부각시키는 연주도 있습니다(위 연주 동영상 13:02 부분).

최근에 들은 연주 가운데는 아래 보스톤 심포니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 넬슨스나 경기필하모닉을 지휘하는 마시모 자네티가 아예 이 부분을 특유의 제스쳐와 함께 잘 강조하여 부각시키더군요.

안드리스 넬손스의 지휘

마시모 자네티의 지휘

이러한 재현부의 마지막에 카덴차와 함께 곡은 코다에 진입하는데, 코다의 마지막에 이르러서는 역동적인 부점 리듬의 추진력과 함께 곡이 반음계로 정상에 오른 다음 (마치 찬란한 햇살 또는 위로부터 내려오는 어떤 화답과도 같이) 정점에서 아래를 향하여 서서히 쏟아져내리는 분절음들을 배경으로 힘차게 1악장이 마무리됩니다.


2악장

이 협주곡의 느린 악장인 2악장은 특유의 사색적이면서도 서정적인 분위기로 특히 대중적으로 사랑을 받는 악장인데, 피아노 파트에서는 베토벤이 매우 섬세한 아티큘레이션을 기재하고 있는 것이 주목할 만합니다.

그 중에서도 이 2악장에서 후반부에 이르러 피아노가 주제 가락을 노래하다가 아래와 같이 갑자기 16분음표로 분절이 되기 시작하는 부분(아래 악보의 적색 박스 부분) 이하의 아티큘레이션은 이를 섬세하고도 정확하게 청중에게 전달하는 것이 피아니스트에게는 가장 까다로운 부분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위의 적색 박스 부분과 같이 16분음들로 분절이 시작되는 부분은 그다지 특별한 부분이 없다고 할 수 있지만, 문제는 높은 키에서 상행 후 하행하는 음들(위 악보의 마지막 마디)에 이어지는 아래 악보의 청색 박스 부분입니다.
위의 파란색 박스 표시 부분에서는 갑자기 그 이전 부분(위의 악보의 적색 박스 부분)과 달리 피아노가 엇박으로 두 개의 16분 음표로 묶어진 하행 음형을 레가토로 노래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 후 목관이 주제가락을 이어받기 시작하는 부분(위 악보의 세번째 마디)에서 피아노 파트를 보면 베토벤은 쉼표를 기입해 넣어 그렇게 엇박으로 연주되는 하행음형을 강조하는 한편, 그 하행음형의 첫음에 악센트를 기재하고 있는 것이 눈에 들어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베토벤이 기재한 이러한 악센트 표시는 (마치 내면으로 흘러내리는 눈물과도 같이) 지속적으로 반복되는 엇박의 위 하행음형의 레가토 표현과 모종의 관련이 있지 않나 하는 생각입니다.

즉, 이러한 엇박으로 반복되는 2개의 16분음에 의한 하행 음형에서 이음줄에 의한 레가토 느낌을 제대로 살리려면 (위의 악센트처럼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그 첫 16분음에 강조점을 충분히 두고 이어지는 16분음은 마치 디미뉴엔도가 되듯이 여리게, 그리고 (스타카토와 같이 짧게) 끊어서 연주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이 부분은 아래와 같이 연습용으로 느리게 연주할 경우 슬러(slur, 이음줄)로 이어진 2개의 16분음의 아티큘레이션을 좀 더 정확히 느낄 수 있습니다(다만 두 번째 16분음은 아래 영상 보다 좀 더 여리게 처리하여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슬러(slur, 이음줄) 표현
그런데 실제 연주에서는 많은 피아니스트들이 이러한 엇박자의 섬세한 아티큘레이션을 충분히 살리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듣는 분들도 아마 대부분은 이 부분에서 마치 이음줄(slur)이 전혀 없는 것처럼, 또는 상행 음형 두 개가 연속으로 이어지는 것으로 들을 뿐, 집요하게 엇박으로 따안, 따안. . . 하면서 진행되는 2음 단위 “하행” 음형을 충분히 느끼시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이러한 아티큘레이션을 연주자가 속으로는 인식하고 있는지는 몰라도는 그러한 느낌을 (듣는 사람들도 충분히 느낄 수 있도록) 제대로 연주해주는 피아니스트는 거의 없는 것 같습니다. 그나마 아래 연주는 그러한 아티큘레이션을 표현하고자 노력을 하는 것 같습니다만, 여전히 미흡하게 들립니다.



랑랑도 목관이 들어오는 부분에 표기된 악센트를 분명히 강조하여 엇박으로 반복되는 하행 음형의 아티큘레이션(레가토 표현)을 잘 표현해내고 있지만, 아쉽게도 그 후부터는 집요하게 반복되는 엇박의 레가토에 의한 하행 음형을 듣는 사람들이 느낄 수 있도록 충분히 살려내지는 못하는 것 같습니다.

랑랑의 연주

이러한 집요한 레가토에 의한 하행 음형의 느낌을 전달하려면 어느 정도 넉넉한 템포가 필요한데, 아래 우치다나 치메르만 등은 상당히 신중한 템포를 적용하면서 이 엇박의 하행 음형의 아티큘레이션을 표현하려는 듯보이기는 하지만 여전히 듣는 입장에서 그것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정도로 분명히 표현해내지는 못하고 있어서 아쉬움을 남깁니다.

미츠코 우치다의 연주

크리스티안 지메르만의 연주

마틴 헬름센의 연주

3악장

마지막 3악장은 2악장의 끝에서 조심스럽게 생성된 주제를 바로 쉼없이(attaca) 이어받아 이를 핵심 주제로 하여 론도 형식으로 반복시키면서 다양한 전조를 통해 화려하게 전개해나가는 형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 3악장은 핵심 주제는 그의 오페라 <피델리오>에서 레오노레와 플로레스탄이 재회하는 장면에 사용된 흥분된 음형과 비슷합니다.

오페라 <피델리오>의 '아 이름없는 기쁨이여(O Namenlose Frude)'

특히 어두운 구석이 조금도 없이 베토벤 특유의 낙관적인 기쁨으로 충만한 3악장의 경우 6/8박자 리듬에 의해 덩실덩실 춤을 화려하고도 우아한 춤을 추는 모습을 연상시키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아래 바렌보임의 연주는 3악장에서 그런 춤곡과도 같은 섬세한 리듬과 우아함을 잘 살린 연주가 아닌가 싶습니다.

다니엘 바렌보임의 연주

이 3악장은 (비슷한 시기에 같은 E플랫장조에 의해 작곡된 피아노 소나타 '고별'의 3악장과 같이) 재회의 기쁨을 노래하는 듯한 부분이 자주 등장하는 것도 주목할 만한데, 아래 부분을 비교해서 들어보시기 바랍니다.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26번 '고별' 3악장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5번 '황제' 3악장

최근에 들은 이 협주곡 연주 가운데 요즈음 화제의 대상이 된 피아니스트 임윤찬의 연주는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은 수연이라고 할 수 있는데, 특히 3악장 중간에 (1악장의 1주제를 연상시키는) 부점 리듬과 함께 6개의 16분음에 의해 격렬히 요동치는 피아노 파트 부분과 관련하여 끝에서 아래와 같은 네개의 강력한 ff를 악보 그대로 재현해내는 부분이 참 인상적이더군요.
임윤찬의 연주

마지막으로, 이 3악장을 들으면서 제가 특히 귀를 기울이는 부분은 마지막에 이르러 아래 악보의 파란색 밑줄 부분과 같이 팀파니와 함께 연주하는 피아노 파트 부분인데, 저는 이 팀파니가 연주하는 부점 리듬에 의한 동기 부분을 좀 더 분명히 부각시키는 연주가 좋았습니다.
위 악보 가운데 빨간색 표시 부분 연주와 관련하여 아래와 같이 조성진의 연주와 임윤찬의 연주를 비교해보면, 조성진과 달리 임윤찬은 이 반복되는 세 부분(위의 악보의 1, 2, 3 표시 부분)을 f-p-f로 강약을 달리하고 있어서 다른 느낌이 듭니다.

임윤찬의 연주
조성진의 연주

그런데, 위의 악보의 빨간색 부분을 보시면 비슷하게 반복되는 세 부분의 셈여림 표시가 예를 들어 f-p-f 등으로 바뀌지 않고 처음부터 그대로 모두 p입니다(세 부분 모두 sf표시가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 기본적으로 p에서 조금 더 강조한다는 느낌이지 f와는 다릅니다). 여기서 유일하게 피아노와 같이 연주되는 악기가 팀파니인데, 피아노가 이 부분을 f로 치면 팀파니의 소리가 잘 안들리게 되지요.

따라서, 반복되는 세 부분 중 두 번째 부분의 다이나믹스만 줄이는 임윤찬보다는 조성진이 악보에 더 가깝고 일관성은 있어 보입니다.

다만, 조성진의 세기 표현은 약간 의문이 있는데, 제 생각에는 위에서 설명 드린대로 이 부분의 기본적인 다이나믹스 표기가 p이므로 임윤찬이 두 번째 부분에만 적용한 그 여린 다이나믹스가 반복되는 세 부분에 모두 적용되어야 할 적절한 세기로 보입니다. 그래야 팀파니 리듬과 피아노의 리듬을 극도로 섬세하게 결합시켜 놓은 베토벤의 의도가 잘 살아나지 싶습니다.
이왕 이 부분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 김에 추가로 설명 드리면, 위에서 살펴본 그 반복되는 세 부분에서 상호 강약의 차이는 없지만 미묘한 차이가 있다면 sf에 의한 강조점과 그에 따른 리듬의 변화입니다.

즉, 첫 부분은 오른손 피아노가 연주하는 셋잇단음 바로 다음의 음에 sf가 붙어 있고 나머지 두 부분은 오른손 피아노가 연주하는 두 개의 연속 셋잇단음 바로 다음 부분에 sf가 표시되어 있습니다(여기서 sf 강세가 셋잇단음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다음에 이어지는 음에 있다는 것을 주목하시기 바랍니다).

따라서, 이 반복되는 것처럼 들리는 세 부분 가운데 첫 부분의 리듬은 (6/8박자 진행에서 1마디에 속한 6개의 8분음 단위로 보면) <ONE-TWO-three-one two three>와 같은 리듬으로 진행이 되는 것과 대조적 두 번째 부분부터는 <ONE-two-THREE-one-two-three>와 같은 리듬이 되어 첫 번째와 차이가 있는 것입니다.

실제 연주에서 이러한 섬세한 리듬과 강약의 변화를 제대로 표현해내는 것은 피아니스트에게 아주 도전적인 일일 것입니다(아래 우치다 연주 참조).

미츠코 우치다의 연주

알렉산드르 루딘의 지휘 / 조지 할리오노의 연주

이처럼 (마치 전쟁이 종식되는 것처럼) 팀파니와 피아노가 서서히 잦아들고 마지막에 팀파니가 Adagio로 부점 리듬에 의한 동기를 아주 느리게 연주한 다음, 곧 피아노가 Piu allegro의 활기찬 빠르기로 위를 향해 솟아 오르면서 정점을 찍고 끝 부분에서는 오케스트라가 기쁨에 찬 3악장의 핵심주제를 힘차게 연주하면서 이 위대한 협주곡은 마무리됩니다.

이 마지막 부분의 마침표처럼 울리는 3악장의 핵심 주제가 (피아노가 아닌) 오케스트라에 의해 노래되면서 끝나는 것이 못내 아쉬웠는지 페라이어는 아래 연주에서 (악보와 달리) 오케스트라를 따라 그 마침표 부분에 자신도 피아노로 동참하는 것이 흥미롭습니다(피아니스트 임윤찬도 오케스트라와 함께 피아노 연주로 마무리합니다).

머레이 페라이어의 연주

이상의 내용은 이 곡의 다양한 감상포인트들 가운데 극히 일부에 불과하겠지만, 여러분들도 혹시 즐겨 들으시는 연주에서 해당 부분들이 각기 어떻게 연주되는지를 비교하면서 듣는다면 감상의 재미를 더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베토벤이 그랬던 것처럼 비록 우리 또한 어려운 시기를 지나고 있지만, 아무쪼록 이 위대한 협주곡의 피날레 악장처럼 기쁨과 환희로 가득찬 나날들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 임성우 - 클래식을 변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