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라미드는 왜 그렇게 크게, 높이 지어야 했을까 [서평]

건축의 형태는 시대를 반영한다

양용기 지음
크레파스북
412쪽│2만2000원
/게티이미지뱅크
'고대 이집트의 피라미드는 왜 그렇게 크게, 그리고 높이 지어야만 했을까.'

최근 출간된 <건축의 형태는 시대를 반영한다>는 이러한 질문에서 출발한다. 140m가 넘는 기자 대피라미드는 약 3800여년간 인간이 세운 가장 높은 건축물로 군림했다. '무덤 주인의 위상을 강조하기 위해서'라는 이유만으로는 그 불가사의한 크기가 속 시원하게 설명되지 않았다. 책을 쓴 양용기 안산대 건축디자인과 교수는 그 이유를 '사람'에서 찾았다. 태양신을 숭배했던 고대 이집트인들은 해가 지는 나일강 서편에 피라미드를 지었다. 반대편인 나일강 동쪽에 마을이 있다는 건 상식이었다. 모래바람으로 시시각각 지형이 변하는 광활한 사막에서, 멀리서 식별될 만큼 거대한 피라미드가 일종의 이정표로써 필요했다는 해석이다.
&lt;건축의 형태는 시대를 반영한다&gt;(양용기 지음, 크레파스북. 412쪽, 2만2000원)
건축물의 정의는 '인간을 위한 공간'이다. 어렵게만 느껴지는 복잡한 건축 양식도 결국 그 시대를 살아간 사람을 이해하면 쉽게 다가갈 수 있다. 책은 이처럼 그리스 신화를 통해 파빌리온 신전의 형태를, 로마 제국의 흥망성쇠를 돌아보며 로마네스크 양식을 설명한다.

책은 건축에 막 입문한 독자한테 친절한 이정표를 제공한다.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는 수십 개의 건축 양식도 단 두 가지로 구분한다. 근대 이전의 형태는 '제1형태(클래식)', 근대 이후는 '제2형태(모던)'이다. 저자는 둘 중 한 가지 형태만 제대로 기억하고 있더라도 건축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근대 이전의 건축이 주로 왕족이나 귀족의 필요에 의해 이뤄졌다면, 근대 이후로는 건축가의 개인적인 역량이 돋보이게 됐다. 산업혁명이 계기가 됐다. 교통의 발전과 도시화로 백화점, 박람회장, 사무실, 아파트 등이 들어서면서다. 대량생산을 키워드로 한 '아르데코', 글로벌한 기준을 세운 '국제양식', 일정한 틀을 거부한 '네오 모더니즘' 등 다양한 양식이 탄생했다.

저자는 시대에 대한 깊은 고민 없이, 단지 눈길을 끌기 위한 자극적인 디자인이 난무하는 현대 건축계에 대한 따끔한 지적도 날린다. 모든 건축 양식의 공통점은 결국 그 시대를 살아간 사람들의 보편적인 이야기를 담았다는 것이다. 일시적으로 불타오르다 사그라드는 유행과는 구분된다. "양식을 부정해도 양식이 아닌 것은 없다"는 저자의 말은 곱씹어볼 만하다.

안시욱 기자 siook9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