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된 휴대폰 50만원 받고 바꿀까 했더니…그냥 쓸래요"

통신사 옮기면 '50만원' 준다더니
"금액 적고 요금제는 비싸" 시큰둥

현장선 "번호이동 택하는 소비자 많지 않아"
정부. 이통 3사·제조사 소환해 전환 지원금 인상 요청
사진=연합뉴스
"지원금이 너무 적어요. 그냥 휴대폰 안 바꾸려고요."

30대 주부 강다윤 씨는 통신사를 바꾸면 최대 50만원까지 지급될 수 있도록 한 '전환지원금' 소식을 듣고 3년간 쓰던 스마트폰을 바꿀 계획이었으나 이내 마음을 접었다. 강 씨는 "지원금을 최대로 받으려면 몇 개월은 비싼 요금제를 유지해야 하더라. 지금 쓰는 요금제보다 내는 돈이 훨씬 늘어난다"고 말했다.정부가 가계통신비 인하 유도를 목표로 내건 전환지원금 제도가 시행됐지만 이처럼 실질적 효과가 떨어져 소비자 반응은 시큰둥한 분위기다.

전환지원금 시행했지만…소비자 반응은 '시큰둥'

손님이 없어 한산한 서울 서대문구에 위치한 한 이동통신사 대리점/사진=유지희 기자
지난 21일 오후 12시30분께 서울 서대문구의 한 SK텔레콤 대리점 직원 A씨는 "특정 모델들만 전환지원금을 지급하다 보니 번호이동을 택하는 소비자는 그렇게 많지 않다"며 "공시지원금에 추가지원금, 전환지원금까지 받을 수 있게 됐지만 여전히 요금의 25%를 할인해주는 '선택약정'이 더 낫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맞은편에 위치한 LG유플러스 대리점 직원 B씨도 "문의는 간간이 있지만 정작 전환지원금을 받고 기기를 바꾼 손님은 거의 없다"며 "처음 전환지원금이 언급될 당시 최대 50만원으로 알려졌다 보니 통신사가 책정한 전환지원금이 너무 낮다고 하는 손님도 적지 않았다"고 전했다.

실제로 '최대 50만원'을 강조했던 전환지원금 규모는 이동통신 3사의 전환지원금 규모는 선택하는 요금제와 기종에 따라 3만~13만원선에 그쳤다. 통신사들에 따르면 SK텔레콤은 5만~12만원, KT는 5만~13만원, LG유플러스 3만~10만원 규모로 KT가 가장 높은 액수의 전환지원금을 책정했다.

전환지원금을 받기 위해선 공시지원금과 선택약정(요금 25% 할인) 중 공시지원금을 선택해야 한다. 전환지원금을 통신사가 책정한 최대 규모로 받으려면 △SK텔레콤 '5GX 플래티넘(12만5000원)' △KT '초이스 프리미엄(13만원)' △LG유플러스 '5G 프리미어 레귤러(9만5000원)'~'5G 시그니처(13만원)' 등 고가 요금제를 6개월간 유지해야 한다.전환지원금 지급 기종에는 아이폰15프로와 갤럭시Z플립5, 갤럭시S24 등 최신 기종도 포함돼 있다. 하지만 지원금은 알려진 최대 규모보다 낮고 고가 요금제를 유지해야 하는 등 실익이 없어 실제로 이를 택하는 거의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정부 "전환지원금 인상해야"…통신사 "상황 달라져"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정부는 지난 16일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 시행령을 개정해 전환지원금을 도입했다. 하지만 현장에선 상한액인 50만원을 부담스러워 하는 분위기다.이통 3사의 전환지원금 지급액이 3만~13만원 수준에 그쳐 논란이 일자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18일 이통 3사와 제조사인 삼성전자·애플 임원을 불러 전환지원금 인상에 적극 협조할 것을 당부했다. 통상 휴대폰에 책정되는 지원금은 제조사와 통신사가 일정 비율(대외비)로 나눠 부담하기 때문이다.

22일엔 김홍일 방송통신위원장이 취임 후 처음으로 이통3사 대표와 만나 가계 통신비 절감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 자리에는 역시 삼성전자와 애플코리아 제조사 임원들도 참석할 예정이다. 단통법 시행령 개정 이후의 실질적 가계 통신비 인하 방안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통신업계는 전환지원금 상향이 쉽지 않다는 반응을 내놨다. 한 관계자는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전환지원금은 시장 상황과 경쟁상황 고객의 필요에 따라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것인데 이제는 보조금(전환지원금) 경쟁으로 활황하는 상황은 아니다"라면서 "지금은 휴대폰 제조사가 두 곳으로 좁혀져 단통법 이전과 시장 상황이 매우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유지희 한경닷컴 기자 keep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