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장 칼럼] 철부지를 위한 객석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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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서 문화부 차장‘환희여, 아름다운 신들의 찬란함이여, 낙원의 여인들이여.’
지난 세밑 서울 롯데콘서트홀. 한경아르떼필하모닉의 베토벤 교향곡 제9번 ‘합창’ 공연이 절정으로 치달을 무렵, 2층 관객들이 하나둘씩 눈살을 찌푸렸다.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어린이 2명이 객석에서 일어났다 앉았다 하며 장난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지휘자 흉내를 내고 격투기까지 했다. 부모들의 모습은 방관이나 다름없었다. 15분 넘도록 소란을 피우는 동안 조용히 하라는 제스처만 가끔 취하고 말았다.일부 클래식 팬의 아쉬운 관람 매너는 나열하기 힘들다. 휴대폰을 꺼놓지 않아 발생하는 사건만 해도 부지기수다. 우리 땅에서 이러니 해외에 나가서도 일이 생긴다. 지난달 일본 도쿄 오페라시티 콘서트홀에서 열린 피아니스트 임윤찬 공연은 민망함을 넘어서 부끄러움을 불러일으키는 수준에 이르렀다. 원정을 떠난 임윤찬 팬들은 촬영 금지라는데도 사진을 찍어댔다. 현장에 있었던 한 기자는 커튼콜은 물론이고 앙코르곡까지 녹화해 소장하려다 직원들의 제지를 받았다고 전했다.
임윤찬 도쿄 공연에서도 민폐
클래식 음악은 아주 예민하기에 침묵을 미덕으로 한다. 고도로 집중할 수 있는 상태라야 선율 하나하나를 감상할 수 있어서다. 연주가 끝나고도 오랜 시간 잔향을 느끼는 경우도 많다. 1952년 지휘자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이 베를린 필하모닉과 브루크너 제7번 교향곡을 끝냈을 때는 10분 이상 정적이 유지되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음악회를 갈 때 가장 스트레스받는 것 가운데 하나로 비매너 관객들의 돌발행동이 꼽힐 지경이 되고 말았다.한국에서도 연주 경험이 있는 피아니스트 알렉상드르 타로는 <이제 당신의 손을 보여줘요>라는 자신의 책에서 관객의 모든 행동이 연주에 영향을 준다고 했다. 기침과 가래 소리 그리고 속삭임까지 전부 말이다. 백수련 한경아르떼필하모닉 악장도 연주할 때 객석에서 물병과 스마트폰, 프로그램 북 떨어지는 소리까지 의외로 잘 들린다고 했다. 악장과 악장 사이에 들려오는 기침 소리도 동료 연주자와 눈빛을 교환할 만큼 신경을 거스를 때가 있다. 클래식 담당 기자들이 리뷰를 쓰기 위해 간단한 메모를 남기면서도 극도로 조심하는 이유다.
'침묵의 객석 문화' 지켜내야
물론 한꺼번에 많은 사람이 모이는 탓에 완벽한 소음 통제는 불가능하다. 연주자도 상당 부분 불가피한 일로 이해해준다. 하지만 기본적인 예의가 부족한 경우는 다르다. 1840년 당대 최고의 피아니스트 가운데 한 명으로 꼽혔던 프란츠 리스트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연 도중에 연주를 중단해 버렸다. 황제 니콜라이 1세가 잡담했다는 이유에서다.멀리 갈 것도 없다. 지난 1월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세계적 피아니스트 크리스티안 지메르만에게서도 비슷한 모습이 보였다. 누군가의 휴대폰에서 소리가 나고, 사진을 찍는 사람까지 나오면서 앙코르 무대가 서둘러 마무리됐다. 관객들은 한 곡이라도 더 듣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지만 그는 피아노 뚜껑을 닫고 무대를 빠져나갔다.
객석에서 조용히 있는 것이 어려운가. 그것이 어려우면 음악회로 가는 발길을 멈춰야 한다. 객석 문화는 보다 단호하게 지켜져야 한다. 철부지를 위한 객석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