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해외 예술형 주화에 대한 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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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창훈 한국조폐공사 사장세계 각국은 신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 중이다. 신산업 발굴에는 크게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인공지능(AI), 로봇, 바이오 등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던 분야를 개척하는 방식이다. 또 하나는 다른 나라들은 하고 있는데 우리는 제도 미비, 규제 등으로 못하고 있는 분야를 산업화하는 것이다.
후자의 대표적 사례가 ‘예술형 주화’(국가 상징물을 금·은 등 귀금속 소재로 발행하는 법정 주화)라고 생각한다. 최근 디지털화로 유통 주화 수요가 감소하면서 주요국은 자국의 문화적 강점을 부각하는 예술형 주화 산업을 빠르게 발전시키고 있다. 이들은 연간 20조원 규모의 글로벌 시장에 진출해 문화 홍보와 점유율 확대에 적극적이다.예술형 주화는 국가의 고유한 역사 및 예술적 세계관을 담고 있다. 미국은 국조인 독수리로 힘 자유 지혜를 상징하고, 진취와 자유의 국가적 이념을 ‘자유의 여신’으로 함축하고 있다. 중국은 판다를 통해 우호와 화합을 시각화하고, 베이징의 천단(고대 제사용 건축물)을 소재로 유구한 역사를 부각하고 있다. 다른 국가들도 자연환경의 장점과 다민족의 화합 등 국가 이념을 단풍잎에 함축(캐나다)하거나 세계적으로 인지도가 높은 필하모닉오케스트라를 시각화(오스트리아)해 자국 문화의 우수성을 표현하고 있다.
아울러 미세문자와 잠상(숨은그림), 디지털 암호 등 위·변조 방지 보안기술을 적용해 기술력도 자랑한다. 예술형 주화를 통해 국가 핵심 가치와 문화 홍보라는 의미를 발견하고 전달하려는 노력에 찬사와 경의를 보내고 싶다.
우리도 외국 이상으로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에게도 유구한 역사와 세계가 주목하는 다양한 문화 콘텐츠가 있다. 거북선, 태권도, 호랑이, 한글처럼 친숙한 상징물과 문화유산이 있다. 지금의 K팝과 K드라마는 세계 어디에도 없는 한국만의 독특한 문화가치다. 여기엔 과거부터 현재까지 시대를 뛰어넘는 예술적 다채로움이 녹아 있다.예술형 주화에 반영할 대표 주제의 선택지가 많기 때문에 오히려 한국적 가치가 담겨있고 세계가 공감하는 상징물을 무엇으로 선정할지 고민도 된다. 국민 의견을 모아 스토리를 찾고 국내외 공모를 통해 주제를 선정하는 행복한 미래를 생각해 본다. 참여한 국민과 해외 동포들은 감동과 자부심을 얻고, 수출된 예술형 주화는 우리의 자랑스러움을 빛내는 소중한 가치가 될 것이다.
조폐공사는 70년 이상 국내외에 주화를 공급해온 경험과 세계 최고 수준의 화폐 보안기술 역량이 있고, 뛰어난 품질 경쟁력까지 갖췄다. 이같이 특별한 우리의 K-예술형 주화는 기술과 문화가 조화롭게 융합된 매력으로 세계에 다가설 것이라고 자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