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부동산 PF 부실 전이 막아야…금융권도 자제 필요하다

금융권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잔액이 작년 12월 말 135조6000억원으로 9월 말보다 1조4000억원 늘었다. 연체율은 이 기간 2.42%에서 2.70%로 높아졌다. 저축은행과 증권사가 특히 심각하다. 저축은행 연체율은 1.38%포인트 오른 6.94%로 2015년 이후 가장 높았다. 증권사 연체율은 0.11%포인트 하락했지만 여전히 13.73%에 달했다.

부동산 경기 침체와 고금리 장기화로 부동산 PF 대출은 금융시장 불안의 진앙지가 되고 있다. 일각에선 총선 이후 건설사 줄도산과 PF 부실이 본격화할 수 있다는 4월 위기설까지 나온다. 금융당국은 “지나친 우려”라는 입장이다. 저축은행 사태가 불거진 2012년 말 금융권 평균 연체율이 13.62%였다는 점에 비춰 현재 연체율은 낮은 편이고 주택 미분양도 현재 6만2000가구로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 16만6000가구보다 적다는 것이다.하지만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 79개 저축은행의 순손실은 총 5559억원에 달했다. 고금리에 따른 이자 비용 증가에 부동산 PF 관련 대손충당금까지 늘어나면서 9년 만에 적자전환했다. 저축은행의 PF 사업장은 대부분 지방에 있어 위기 때 더 취약하다.

또 상당수 PF 대출 사업장은 대출 만기 연장에 진통을 겪고 있다. 특히 일부 금융사는 대출 만기 연장 조건으로 과도한 금리와 자문 수수료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정상 사업장마저 공사 중단 위기에 빠지는 곳이 적지 않다고 한다.

PF 부실 불똥이 신탁사로 튀는 경우도 있다. 자재비와 인건비 급등으로 중소 건설사가 제때 공사를 완공하지 못하자 PF에 돈을 댄 대주단이 건설사 대신 보증을 선 신탁사에 원리금 상환과 책임준공을 요구하는 소송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신탁사가 준공을 확약한 사업장이 전국에 1000여 곳에 달하고 관련 금액이 17조원을 넘는다. 자칫하면 PF 부실이 신탁사의 모그룹으로까지 번질 수 있는 것이다.

PF 부실이 번지지 않도록 금융당국이 꼼꼼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특히 ‘불법 사금융’ 수준의 이자·수수료를 요구해 정상 사업장까지 공사를 중단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