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당금 덫'에 걸린 저축은행, 9년 만에 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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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79社 5559억 손실저축은행이 9년 만에 적자 늪에 빠지면서 무더기 영업정지로 이어진 2011~2014년 ‘저축은행 사태’의 악몽이 되살아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다음달 총선 이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실이 금융권 전체로 확산할 것이란 위기감도 커지고 있다. 금융당국은 이례적으로 지난 21일 설명회를 열어 “과거 위기와는 다르다”며 진화에 나섰다.
PF 부실 대비해 쌓아둔 충당금
작년 3.8조…전년 대비 1.3조↑
고금리에 이자비용도 83% 폭증
진화나선 당국 "손실흡수력 충분"
새마을금고 순익 '20분의 1토막'
○이자 비용·충당금 급증
지난해 저축은행의 손실이 커진 것은 이자 비용이 대폭 증가했기 때문이다. 저축은행은 2022년 하반기 레고랜드 사태 직후 금융권 전반에 유동성 위기가 불거지자 고금리 예금을 경쟁적으로 유치했다. 그 결과 지난해 저축은행 이자 비용은 전년(2조9177억원) 대비 83.4% 폭증한 5조3508억원으로 치솟았다.부동산 PF 대출 부실에 따른 직격탄도 맞았다. 지난해 말 저축은행의 연체율은 6.55%로, 전년 말(3.41%) 대비 3.14%포인트 상승했다. PF 대출이 포함된 기업대출 연체율이 같은 기간 2.90%에서 8.02%로 세 배가량으로 폭등한 영향이 컸다.저축은행이 PF 대출의 예상 손실에 대비해 쌓은 대손충당금 규모는 3조8731억원으로 전년(2조5731억원) 대비 50.5%(1조3000억원) 증가했다. 금융당국이 지난해 말 대손충당금을 추가 적립하라고 압박하면서 저축은행은 지난해 4분기에만 4154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업계 관계자는 “적자를 낸 상당수 저축은행이 금융당국 요구를 반영하면서 흑자에서 적자로 돌아섰다”고 전했다.○당국 “유동성 지원책도 마련”
저축은행 건전성에 경고등이 켜졌지만 금융당국은 과도한 위기감을 경계했다. 금융감독원은 21일 ‘2023년 저축은행 및 상호금융조합 영업실적’ 보도자료를 배포한 뒤 사전 설명회까지 열었다. 금융권 전반으로 불안감이 확산하는 걸 막아야 한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됐다. 박상원 금감원 부원장보는 “저축은행은 최근 3~4년간 매년 2조원 가까운 순이익을 기록했다”며 “저축은행의 손실 흡수 능력은 충분하다고 판단한다”고 강조했다.금융당국이 과거 저축은행 사태와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보는 가장 큰 이유는 건전성 지표가 양호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저축은행 연체율은 6.55%인데, 저축은행 사태 당시 연체율은 25.1%에 달했다. 전체 여신 가운데 석 달 이상 연체된 부실 채권이 차지하는 비중인 고정이하여신비율은 7.7%로, 과거(27.0%)와 비교하면 4분의 1가량으로 낮다. 총자산에서 자기자본이 차지하는 비중인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 역시 14.4%로 과거 사태 당시(1.1%)뿐 아니라 안정 수준으로 여겨지는 8%를 웃돈다. 박 부원장보는 “7월부터는 저축은행이 한국은행의 환매조건부채권(RP) 거래 대상으로 추가되는 등 유동성 지원 장치도 마련돼 있다”고 말했다.○살얼음판 계속될 듯
하지만 2금융권을 중심으로 부동산 PF발(發) 살얼음판은 계속될 전망이다. 저축은행뿐 아니라 새마을금고를 비롯한 상호금융업권의 수익성과 건전성도 크게 나빠졌기 때문이다.새마을금고의 지난해 순이익은 86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1조5573억원) 대비 20분의 1토막 났다. 연체율은 5.07%로, 전년 대비 1.48%포인트 상승했다. 신협의 지난해 순이익은 전년 대비 95.6% 줄어든 251억원이었다.
조미현/서형교/최해련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