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중학교 교과서도 가해역사 희석했다…독도 영유권 주장도 강화(종합)

사회과 18종 검정 통과…4년 전 비해 '징용'→'일부 징용' 변경하고 '종군위안부' 용어 삭제
'독도는 日고유영토' 교과서 4년만에 82%→89%…"한일협정으로 개인 보상은 한국에" 기술도
일본 중학생이 내년부터 사용할 사회과 교과서 내용이 4년 전 검정을 통과해 지금도 사용되고 있는 현행 교과서와 비교해 일제강점기 가해 역사를 흐리는 방향으로 일부 변경된 것으로 22일 확인됐다. 지난해 초등학교 교과서 검정에 이어 올해 중학교 교과서 검정에서도 징용·위안부 관련 문제에서 강제성이 없었다는 '역사 수정주의' 주장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독도 관련 내용에서는 "일본 고유 영토"라고 주장한 교과서가 늘었고, 대부분의 교과서는 한국이 독도를 '불법 점거'하고 있다고 기술했다.
◇ 징용 노동 서술서 '강요' 빼…위안부 기술에 日정부 견해 반영 일본 문부과학성은 이날 교과서 검정심의회를 열어 중학교에서 2025년도부터 쓰일 교과서 심사 결과를 확정했다.

그중 검정을 통과한 사회과 교과서는 지리 4종, 공민 6종, 역사 8종 등 총 18종이다.

공민(公民)은 일본 헌법과 정치, 경제 등을 다룬 과목이다. 2020년 검정 당시와 비교하면 지리와 공민은 합격 교과서 수가 동일하고, 역사만 7종에서 8종으로 증가했다.

이번에 검정 문턱을 넘은 역사 교과서 중 지유샤 교과서는 2020년 검정에서 탈락했다가 2021년 다시 심사받아 통과한 바 있다.

지유샤는 이쿠호샤와 함께 우익 사관을 담은 교과서를 펴내는 곳으로 평가된다. 일본의 가해 역사를 희석하려는 경향은 여러 교과서에서 나타났다.

이쿠호샤 역사 교과서는 태평양전쟁 시기 생활에 관한 서술에서 "조선과 대만에도 징병과 징용이 적용돼 일본 광산과 공장 등에서 혹독한 노동을 강요받았다"라는 4년 전 검정 통과 당시 문장을 "조선과 대만에도 일부 징병과 징용이 적용돼 일본 광산과 공장 등에서 혹독한 환경 속에 일한 사람들도 있었다"고 바꿨다.

징병과 징용이 '일부' 사람을 대상으로만 이뤄졌고, 노동에 강제성이 없었다는 쪽으로 기술을 변경한 것이다.

야마카와출판 역사 교과서는 위안시설 관련 서술에서 4년 전에는 "조선·중국·필리핀 등으로부터 여성이 모였다(이른바 종군위안부)"로 적었던 부분을 "일본·조선·중국·필리핀 등으로부터 여성이 모였다"로 교체해 위안부 여성 중에 일본인도 있었다는 점을 부각하고 '종군위안부'라는 표현을 뺐다.

이쿠호샤 공민 교과서는 위안부 강제성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이 아사히신문의 위안부 관련 정정 보도 사례만 실었다.

일본 정부가 2021년 강제성을 희석하기 위해 '종군위안부'라는 용어 대신 '위안부'라고 표현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견해를 채택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 한국병합 설명서 '군대의 힘' 삭제…우익사관 교과서 이례적 합격 '보류'

또 일본문교출판 역사 교과서는 "일본은 1910년 군대의 힘을 배경으로 해서 한국을 병합해 식민지로 삼았다"는 문장에서 '군대의 힘을 배경으로 해서'를 삭제하고 "조선총독부가 정치운동을 금지하고 신문 발행도 제한했다"는 내용을 없앴다.

다만 이 교과서는 3·1운동 관련 기술에서 "조선총독부는 경찰과 군대를 이용해 탄압했다"는 문장 등을 추가하기도 했다.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과 관련해 제국서원 역사 교과서는 "일한기본조약과 동시에 체결된 협정으로 일본이 한국에 경제협력을 행하고 개인에 대한 보상은 한국 정부에 맡겨졌다"고 기술했다.

이에 대해 아시아평화와역사교육연대와 아시아평화와역사연구소는 "사실관계에 어긋난다"며 "윤석열 정부가 내놓은 강제동원 해법을 근거도 없이 개인 청구권 문제로 확대 해석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두 단체에 따르면 일제강점기 위안부 동원에 강제성이 없었고 일제의 한반도 식민 지배가 근대화로 이어졌다는 우익 사관을 적극 투영한 것으로 알려졌던 레이와서적 역사 교과서 2종은 처음으로 검정을 통과한 것으로 전해졌지만 이례적으로 합격이 보류됐다.

이와 관련해 교도통신은 "검정 결과 공표 전에 정보가 밖으로 유출된 것으로 확인돼 (문부과학성이) 경위를 조사하기 위해 합격 여부 판정을 보류했다"며 향후 조사 후에 합격 여부를 공표할 것이라고 전했다.
◇ 독도 서술서 '韓 불법 점거'·'日 고유영토' 교과서 늘어

새로운 중학교 검정 교과서 대부분에는 독도 영유권을 집요하게 주장하고 있는 일본 정부 견해가 그대로 실렸다.

검정을 통과한 사회과 교과서 18종 가운데 15종은 한국이 독도를 '불법 점거'하고 있다고 기술했다.

예컨대 지리 교과서 중 채택률이 가장 높은 제국서원 교과서는 "한국은 해양 권리를 주장하며 일방적으로 공해상에 경계를 정해 다케시마(竹島·일본이 주장하는 독도의 명칭)에 해경과 등대를 두고 불법으로 점거하고 있다"고 서술했다.

독도가 일본 '고유 영토'라고 쓴 교과서는 4년 전 17종 가운데 14종으로 약 82%였으나 이번에는 18종 가운데 16종, 약 89%로 증가했다.

야마카와출판이 펴낸 역사 교과서는 기존에 "일본 영토에 관해 일본 정부는 한국과 다케시마에 대해 영유권 문제의 존재를 인정하고 있다"는 문장에서 '일본 영토'를 '일본 고유 영토'로 변경했다.

아시아평화와역사교육연대는 "중립적인 것으로 평가되는 야마카와출판이 고유영토론을 다룬 점이 중요하다"며 "일본 정부와 우익 세력의 주장이 확대되고 있다"고 짚었다.

이전에도 독도가 일본 고유 영토라고 적었던 이쿠호샤 공민 교과서는 '고유 영토'라는 표현에 대해 "한 번도 외국 영토가 된 적이 없는 토지"를 뜻한다고 설명했다. 일본 정부는 독도에 대해 "역사적 사실에 비춰 봐도, 국제법상으로도 일본 고유의 영토"라는 억지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