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담 에르메스 바닥에 널브러진 레몬과 깨진 스크린 한가득,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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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아름다움은 레디메이드
아뜰리에 에르메스서 클레어 퐁텐 아시아 첫 전시
국적 다른 부부 예술가가 2004년 설립한 창작 집단
20년 간 '외국인은 어디에나(Foreigners Everywhere)' 시리즈
4월 개막하는 올해 베네치아 비엔날레 주제로 선정
소외된 것, 여성과 수많은 타자에 주목하는 작품들
클레어 퐁텐은 '맑은 샘'이라는 뜻의 프랑스어
마르셀 뒤샹처럼 '레디메이드'에 대한 경의와 차용
10점의 대표 작품들 6월 9일까지 전시
잘 익은 노란색 레몬이 바닥에 잔뜩 흩뿌려져 있다. 흙이 묻고 군데 군데 깨진 흔적이 남아 긴 세월을 버텼을 거라 짐작되는 여러 문양의 타일들. 빗물이 빠지는 도로의 배수로까지 재연된 이곳은 유럽의 여느 도시가 아니다. 21일 오후에 찾아간 서울 청담동 아뜰리에 에르메스 전시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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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레어 퐁텐은 누구인가?
클레어 퐁텐은 한 사람이 아니다. 창작 집단이다. 영국 미술가 제임스 손힐, 이탈리아 이론가 풀비아 카르네발레 부부가 파리에서 활동하다 2004년 설립한 그룹의 이름이다. 이름만 잘 해석해도 이들의 예술세계를 짐작할 수 있다.클레어 퐁텐은 남성용 소변기를 뒤집어 놓고 '샘(Fountaine, 1917)'이라 이름 붙인 현대미술의 아버지 마르셀 뒤샹에 대한 직접적인 경의다. 마르셀 뒤샹은 '예술가가 차라리 아무것도 하지 않고, 일상적인 기성 용품을 새로운 측면에서 바라보게 하는' 레디메이드 장르를 개척한 인물. 듣자마자 여성이 떠오르는 단어인 클레어 퐁텐은 프랑스의 대중적인 문구 브랜드이기도 하다.
문구점 어디서나 쉽게 살 수 있는 빈 공책의 이름을 따온 건 신화적이고 영웅적인 예술가 상을 버리고, 스스로를 '레디메이드 아티스트'로 규정한 것이나 다름 없다.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만난 카르네발레는 "우린 클레어 퐁텐의 조수들이다. 마치 카프카 소설 속에 나오는 도우미들처럼, 어른의 얼굴을 한 영원한 학생처럼, 끊임없이 욕망하는 불완전한 존재라는 의미"라고 말했다.
도용인가 차용인가
20년째 이들은 이민자, 여성 등 사회적 약자에 주목하는 다양한 작업을 해왔다. '외국인은 어디에나 있다' 시리즈는 이 문구를 여러 언어로 번역해 배치하는 방식. 지금까지 60여개 언어로 번역됐는데 모든 버전이 베네치아 비엔날레 전시장과 바티칸관에 전시될 예정이다. 이 중 영어와 이탈리아어, 프랑스어와 한국어 버전 4점이 아뜰리에 에르메스에 걸렸다.전시의 제목인 '아름다움은 레디메이드'는 아름다움이라는 개념이 현대인들에게 '강요된 문화 코드'가 된 것에 맞서는 의미다. 안소연 아뜰리에 에르메스 예술감독은 "레몬이 보기에는 좋은데 막상 먹을 수는 없는 쓸모없는 존재라는 의미도 있고, 남부 이민자를 뜻하기도 한다"며 "클레어 퐁텐의 작품들은 익숙한 것들의 차용을 통해 현실을 직시하게 하는 힘을 가진다"고 말했다. 전시는 6월 9일까지. 김보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