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들어가야 하나"…일주일 새 무섭게 치솟은 '이 종목'

"美·中 갈등 '어부지리' 아냐"…조선주, '제 값' 찾아간다
"美,中 조선업 제재 나설수도"…일주일새 한화오션 25%↑
"단기 과열로만 볼 수 없어…그동안 주가 과하게 저평가"
업황 개선에 부쩍 높아진 조선주 '실적 기대치'
한화오션이 건조한 초대형 원유운반선. /사진=연합뉴스
국내 조선주가 최근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미국이 중국 조선업 제재에 나설 수 있단 전망에 '반사이익'이 기대돼서다. 다만 일각에선 그동안 과하게 저평가됐던 주가가 적정 가격을 찾아가는 과정이란 분석도 나온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한화오션은 지난 8거래일간 약 25% 급등했다. 지난달 2만원대에 머물던 주가는 일주일 만에 3만원대로 치솟았다. 이 기간 HD현대중공업도 13%가량 오르며 불을 뿜었다. 이밖에 삼성중공업(11.1%), 현대미포조선(4.6%) 등 조선주 종목도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이달 13일 전미 철강노조(UAW) 등 5개 노동조합이 중국 조선·해운 업체들에 대한 불공정 관행 조사를 요청했단 소식이 알려진 이후다. 국내 조선주가 수혜를 입을 가능성이 커지자 투자심리가 확대된 것으로 보인다.조선주의 주가 반등이 단기적인 과열 현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의 중국 업체 제재로 국내 조선업이 입을 수혜는 매우 제한적이란 전망에서다. 무엇보다 미국 선주가 전 세계 선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금액 기준 10%에 불과하다. 수주잔고는 7% 수준이다. 실효성 있는 제재가 어렵다.
지난해 11월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 기간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서 악수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모습. / 사진=연합뉴스
그러나 증권가에선 이를 두고 '근거 있는 급등'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미·중 무역갈등 이슈와 무관하게 국내 조선업은 펀더멘털(기초체력)이 강하다. 업황 개선에 따라 실적 리스크가 감소하면서 적정 주가를 찾아가고 있다는 평가다. 실제로 2021~2023년 동안 국내 조선사 평균 수주는 1499만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로 2015~2020년 평균치 대비 69% 급증했다. 지난해 12월부터 2월까지 국내 조선업체가 수주한 물량도 324만CGT에 달한다. 이는 전 세계 물량의 3분의 1을 넘어서는 수치다.

한영수 삼성증권 연구원은 "지난주 조선업의 주가 반등을 이상과열 현상으로 치부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며 "훌륭한 펀더멘털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소외된 한국 조선업종에 대해 투자자들의 관심이 환기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실제로 국내 대형 조선사 중 상당수는 이미 연간 수주 목표의 절반 이상을 확보했다"며 "그동안 국내 조선주는 단기 실적 우려가 과도하게 반영된 상태였다"고 덧붙였다.이동헌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제재 이슈가 발생하기 전 3개월 동안 조선주 주가는 7.8% 하락했다"며 "현재 반등은 펀더멘털 대비 과락한 주가가 회복되고 있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평균 판매 가격도 점차 오르고 있다. 벌크선, LNG선 등 포함해 새로 건조한 배 가격은 지난해 말 대비 2.3% 올랐다. 중고 배 가격은 같은 기간 11.3%나 훌쩍 뛰었다. 동시에 유가를 제외한 에너지 가격은 하락하는 추세다. 조선업계는 불황에서 점차 빠져나오고 있다.

이봉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2000년대 중반에 발주한 선박의 교체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며 "전반적인 선박 발주량도 올해를 저점으로 해 2026년까지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HD현대중공업이 건조한 세계 최초 메탄올 추진 초대형 컨테이너선 '아네 머스크호' / 사진=HD현대중공업 제공.
이에 따라 증권가도 국내 조선주의 실적 눈높이를 높이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한화오션은 올해 254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흑자 전환에 성공할 전망이다. HD현대중공업의 올해 영업익 추정치는 5127억원으로 전년 대비 186.98% 무려 상승한다. 삼성중공업도 영업익이 전년비 84% 오를 것으로 보인다.

이동헌 연구원은 "연초 국내 조선주는 밸류업 프로그램에서 소외당하고, 실적의 더딘 회복에 대한 우려로 할인을 과하게 받았다"며 "잠시 과도기를 거쳐 장기적인 성장 구조로 바뀌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성진우 한경닷컴 기자 politpeter@hankyung.com